▲서울남부보훈지청 보훈과 김연진 주무관
사무실에 앉아서 근무하는 것도 지치는 더운 여름날이었다. 한 유공자께서 다리를 절룩거리며 지청을 찾아오셨다. 그날은 매우 더웠고 유공자께서는 땀에 젖어 숨에 차 있었다. 유공자께 자동차 관련 혜택을 안내하던 중 유공자께서 무릎인공관절수술을 해서 걷는 데에 어려움이 있으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나는 보행장애 진단서를 받아서 장애인주차구역 표지를 발급할 수 있다는 것을 말씀드렸다.
그 후 유공자께서는 다시 지청에 방문해 주차증을 발급해가셨다. 그로부터 며칠 뒤‘국가보훈부 칭찬합시다’게시판에 글을 썼다며 정말 고맙다고 전화를 주셨다. 그 글은 맞춤법이 완벽하지도, 내용이 거창하지도 않았지만, 연세가 많은 분께서 다루기에는 어려웠을지도 모르는 게시판 작성을 고마운 마음 하나로 손수 해주셨다는 생각에 나는 큰 감동을 받았다. 이 경험을 통해 그분을 돕고 싶다는 나의 작은 소망이 국가를 위해 헌신한 유공자의 깊은 상처를 조금이라도 어루만져줄 수 있고, 동시에 우리 기관과 공무원에 대해 긍정적인 인식을 만들 수 있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요즘 공직사회의 제일 큰 화두 중 하나는‘적극행정’이다. 적극행정은 공공의 이익을 증진하기 위해 창의성과 전문성을 발휘하여 적극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기상이변의 일상화 등 대비해야 할 상황이 늘어나고 있는 요즘, 그 어느 때보다 공무원의 위기관리 능력과 유연한 사고력이 강조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시기에 관행에 젖어 국민의 요구·애로사항을 반영하지 못한다면 국민이 국가를 불신하고 정책 전반이 흔들리는 큰 위기 상황으로 닥칠 수 있다.
서울남부보훈지청에서도 유공자들의 어려움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고 신뢰받는 보훈 정책을 지원하기 위해 매년 적극행정 교육을 진행한다. 또 보훈문화 확산을 위해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하는 행사 운영, 저소득 고령 유공자에게 생활용품 지원, 수도권 집중호우 및 관할지역 화재 등으로 피해를 본 가구를 신속하게 파악하고 지원하는 등 보훈 가족의 삶의 질을 증대시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나의 경험과 우리 지청에서 하고 있는 노력처럼 적극행정은 엄청나게 대단하고 어려운 것이 아니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어려움을 겪고 있는 보훈 가족들께 한 발자국 다가가 손을 내민다면, 그 감사한 마음은 반드시 전해져 큰 치유가 될 것이며, 국가를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한, 한 명 한 명의 공무원이 가진 작은 소망과 그 소망을 이루기 위한 실천이 모인다면 국민-조직-기관, 나아가서는 국가 전반에 걸쳐 서로에 대한 신뢰를 형성하고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드는 훌륭한 비료가 될 것이다.
자랑스러운 국가보훈부의 공무원으로서 보훈가족의 상처와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그분들께 귀 기울이며 더 나은 보훈행정을 위해 노력하리라 다시 한번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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