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조윤주 시인이 출간한 사설시조집이 세간에 주목받고 있어 화제다. ‘눈물껍데기’란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다.
현재도 진행되고 있는 종교, 그리고 국가의 이익을 위한 전쟁은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로 인한 가족의 붕괴는 개개인이 평생을 끌어안고 살아야 한다.
60여 년 전 우리나라도 전쟁을 겪었다. 남과 북이 반으로 갈라지면서 상흔은 최고치에 달했다.
조윤주 시인의 가족도 이러한 범주에 속하면서 대서사시는 시작된다.
그녀는 “감시와 처벌 이데올로기의 파놉티콘 (panopticon)의 굴레에서 가족은 죄수였다. 은둔자의 삶, 치유하지 못하고 가슴에 묻은 이야기들을 시로 썼다”고 했다. 그러나 “ 어둠을 먹고 빛을 뿜는 꽃들처럼 에너지의 파장을 통해 시의 지문 (指紋 )이 다른 색채로 피어나기를 바라며, 자발적 유폐를 동력으로 삼은 시들도 수록되었다”고 덧붙였다.
눈물껍데기는 57편으로 출판사 ‘상상인’에서 출간됐다. 시 해설을 맡은 문학박사 주영숙씨는 “조윤주 시집 ‘눈물껍데기’의 화두는 눈물이다.
시인은 눈물을 빚고 빚어서 투명한 꽃으로 변형시키고자 골몰한다. 어디서 어떻게 울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드디어 심상의 어느 언덕에 주저앉아 한바탕 사설을 털어놓고야 마는 시인. 그러고 보니 홍수같이 범람하던 그 눈물이 껍데기만 남았고, 시인은, 아니 독자는 다시 껍데기가 알맹이던 때의 추억에 빠져 느긋한 헤엄을 친다. 이야말로 기막힌 문학 치유법이 아닐 수 없는데, 이 사설들은 보통의 넋두리가 아닌 정형시로 읽힌다.”고 했다.
수록된 시의 면면을 들여다보면 이산가족 상봉을 통해 뼈아픈 가족사를 엿볼 수 있다.
조카들이 가져온 사진 한 장에 뚝뚝 떨어지던 눈물 / 반세기가 넘도록 품어온 그리움 / 눈물의 사리함을 넣어둔 / 엄마의 눈 밑 두덩이가 점점 더 부풀어 올랐다 [이산가족 상봉하던 날 일부 발췌]
주영숙 문학박사는 “조시인은 좀처럼 만나기 쉽지 않은 시인으로 자기 자신도 모르게 사설시조 율격이 드러난 것 같다. 이러한 시 쓰기는 가장 한국적이어야 할 우리 시문학에 좋은 본보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시 전체가 철저한 자기 심사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시인은 연금술사라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이런 시인을 두고 생긴 말인 것 같다.”했다.
조윤주 시인은 한국문인협회 정회원, 중앙대문인회 회원, 전국탄리문학상 수상, 한국문학상 특별작품상 수상, 서울의오늘문학상, 구로문학상을 수상했다.
<김유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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