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실 시인이 최근 시집‘챗-GPT에 시를 쓰지 않는 이유’발간했다.
이 시인은 스스로 쓸 말이 없어서 남의 이야기를 풀어서 글을 쓴다면 작가가 아니라 서생이란 말에 나는 공감한다. 그래서 많은 시련과 아픔은 정금과 같다고 말한다.
우선 몸과 정신으로부터 체화된 글이어야 타인들이 공감하기 쉽고 더 나아가 작품성이 깊기 때문이다.
이를 반증하듯 이현실 시인의 시는 관찰과 통찰력 그리고 상처 입은 영혼을 통해 자신을 정화하고 독자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을 갖고 있다. 사소한 것, 가까이 있는 것, 친근한 것에 대한 미적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일상적 언어가 갖는 통상적 언어를 통해 자신만의 고유 영역을 고급스럽게 장식하여 시적 공간을 확보한다.
한마디로 현대시의 속성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시 창작, 발견적 의미 즉 새로운 의미에 대한 데페이즈망의 발견과 시어를 어떻게 사용하고 배열할 것인가를 깊게 고민하기에 이른다.
홀로 무릎 꿇고 두 손 모으는 저녁이란 시의 시구처럼 작가가 갖고 있는 경건한 마음이 시에 투영됨을 볼 수 있다. 이 구절은 마음 지키기란 제목에서 차용 되었지만 작가 자아의 독백이며 앞으로 나아가야 할 내면의 결의로도 읽힌다.
다음 시 한편을 들여다 보자.
젓가락으로 살짝 집어/혀끝에 올려놓으면/입안에 퍼지는 잔물결//간월도/갯바위 어디쯤이었을까//꽃처럼 피었던 석화/내 입안에서 다시 붉게 피어난다/깊어지는 짭조름한 향기/의미 깊은 시처럼 천천히 음미한다//다시는/돌아갈 수 없는 그 날/제 상처에 소금을 뿌리고//곰삭은 내 청춘의 한 토막/어리굴젓이라는/문장을 천천히 읽는다//내 상처는/얼마나 기다려야 발효가 될까[어리굴젓 전문]
위 시에서 보듯 사소하고 친근한 것 속에서 시인은 자신을 투영하고 [얼마나 기다려야 발효가 될까] 라는 결구를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회한에 젖는다. 군더더기와 난해성을 버린 서정 가득한 시다.
이영식 시인은 “세상의 혼탁함 속에서도 자신만의 언어로 갈고 닦은 독특한 미적 세계가 심층 은유로 녹아들어서 오롯이 숨 쉬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 허형만시인은“이현실 시인의 시는 묘사와 진술의 기막힌 조화와 세계에 대한 깊은 사유를 보여준다”고 평했다.
이현실 시인은 중앙대문인회 예술시대작가회 회원이며 지성의 샘과 미래시학에 주간을 맡고 있다. 이 시집은 지성의 샘에서 출간됐다.
<조윤주 객원기자> 333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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