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영숙 문학박사가 평론집‘눈물껍데기에 숨은 꽃’(도서출판 가온)을 최근 출간했다. 책은 출간과 동시에 문단에 큰 화두를 던지고 있다.
독자들이 난해한 시를 외면하고 책과 거리를 두는 시점에서 사설시조의 정체성을 알리며 한국적인 문학이 가장 세계적임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영숙 문학박사는 “조윤주 시집 눈물껍데기 한 권에서 사설시조의 형체를 찾아 분석하고 화가 고흐의 삶에서 목도한 슬픔을 사설시조로 재조명하고 김유정 소설 동백꽃에서 나타나는 아이러니를, 그리고 눈물껍데기의 대명사라고 지칭할 수 있는 선학 이승하 시인, 이문구 소설가, 연암 박지원 대선학까지 폭넓고 깊이 있게 탐구하기 위해 밤낮으로 연구에 몰두했다”며 이 책을 후원해준 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원에 감사를 드린다”고 덧붙였다.
주영숙 박사의 책의 일부를 인용하면 다음과 같다.
원조 연암박지원
연암 문체에는 현란하고 오묘한 매력이 웅크리고 있다.‘대문이 여러 겹이어도 열어놓기만 했다면 화살 하나로 단번에 목표물을 꿰뚫듯’ 그의 문장 묘사법은 애당초 세기를 관통하려는 자세를 취하고 있을뿐더러 ‘정밀묘사’라는 묘약까지도 붓끝에 버무려 넣는 식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설시조의 내용을 지배하는 주요 얼개가 ‘웃음의 미학’‘현실의 모순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중세적 고정관념을 거리낌 없이 추락시키는 풍자’‘고달픈 생활을 오히려 흥겹게 푸는 해학’등 이다. 연암의 글 또한 소설이고 시고 편지고 일기고 간에 그 속에 대부분 철학을 동반한 풍자, 해학, 웃음이 들어있다.
시인 이승하론
2005년에 냈던 《인간의 마을에 밤이 온다》를 2018년에 개정판으로 낸 시집 《아픔이 너를 꽃피웠다》 표제시에서 ‘오죽했으면 죽음을 원했으랴’ 하고 서두를 뗀 시인 이승하. 그의 작품만으로 시인을 분석하면 첫째, 그는 겪거나 보거나 들은 폭력을 적발하여 시로 고발하려는 사명을 띠고 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이다. 둘째, 그는 폭력으로 인한 다층 구조의 인간들, 또는 사물들의 아픔을 낱낱이 드러내어 시로 형상화해야만 잠을 이룰 수 있는 생체 리듬을 가진 사람이다. 어떤 평자는 이승하의 시에서 시적 울림을 기대하는 것은 포기해야 한다고 단적으로 말한 적이 있는데, 시인이 폭력 그 자체만을 말하는 시를 쓰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아니다. 이승하의 시에는 터지기 직전의 봇물처럼 울림이 가득하다.
조윤주 시집 ‘눈물껍데기’에 숨은 사설시조 형체
그녀의 시집 《눈물껍데기》의 화두는 눈물이다. 시인은 눈물을 빚고 빚어서 투명한 꽃으로 변형시키고자 골몰한다. 어디서 어떻게 울어야 할까를 고민하다가 드디어 심상의 어느 언덕에 주저앉아 한바탕 사설을 털어놓고야 마는 시인. 그러고 보니 홍수같이 범람하던 그 눈물이 껍데기만 남았고, 시인은, 아니 독자는 다시 껍데기가 알맹이던 때의 추억에 빠져 느긋한 헤엄을 친다. 이야말로 기막힌 문학 치유법이 아닐 수 없는데, 이 사설들은 보통의 넋두리가 아닌 정형시로 읽힌다. 대부분의 시들이 복선이 존재한다. 추리소설과 같은 쫄깃쫄깃한 긴장의 기대감도 동반하고 있다. 그러므로 조윤주의 시가 사설시조 풍이라는 거다. 시인 조윤주는 편편이 철저한 자기 심사를 거친 것으로 보인다. 시인은 연금술사라는 말이 있는데 아마도 이런 시인을 두고 생긴 말인 것 같다.
이문구 한국소설에 드러난 엮음구조의 사설시조
흔히 사설시조를 일컬어 산문적 시형이라든가 장시조라고 함은 그 형태의 특징을 말하는 것이며, 운문에 대한 대칭, 혹은 평시조에 비해 길어진 형태라는 개념이다. 그러므로 사설시조 자체의 형태 구조가 그렇다는 말은 아닌 것과 같이 정통 소설 장르의 형태 구조로 이루어진 이문구 소설의 특징이 사설시조 형식이라는 말은 아니다. 이것은 소설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운문소설이다. 여기에 나타난 사설시조 형식의 대목들은 소설을 사설시조 형식으로 쓰겠다는 계획을 세운 적이 없을 수도 있고, 사설시조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알지 못했을 수도 있는 소설가가, 구어체 글쓰기로 자연스레 표현한 문체일 수도 있다. 한국인의 호흡법으로 저절로 생성된 사설시조 형식의 대목들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김유정 소설 <동백꽃> 아이러니와 사설시조
동백꽃 냄새가 알싸하다는 점이 이외기는 해도 김유정은 그의 소설 <동백꽃>에서 첫사랑이란 바로 그런 거라고 진하게 밀고 나간다. 하지만 이러고 보면 이미자가 그녀의 천부의 목소리로 열창한‘동백꽃 잎에 새겨진 사랑’또한 첫사랑은 아니지 않았을까 하는 이론이 성립될 수 있다. 큰일 날 일이다. 첫사랑이라고 해서 반드시‘햇사랑’이어야 한다는 주장은 프로이트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주장을 맹신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기 때문이다.
슬픔을 노래한 시조미학의 형상예술-빈센트 반 고흐론
‘무용’이라는 예술작품에다 ‘음악성 내포’를 빗대어 본다면 그 음악성은 필연이다. 하나마나 한 소리겠지만, 음악 없이 춤을 춘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다. 겉으로 소리가 나지 않는 음악성일지라도 춤 동작 하나하나마다 음악(리듬)을 배제해서는 그 춤이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미술에서의 음악성 내재는 언뜻 불필요한 것이라고 인식되기 쉽다. 음악은 리듬인 동시에 소리로 나타나는 예술 장르이고, 그림에서 그것이 나타남은 환상에 속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화가가 자신의 그림에 음악성(움직임⇀리듬)을 불어넣고자 하는 의도로 그림을 그렸다면 그 작품의 완성은 가히 음악성 있는 작품으로 나타날 수 있다.
난정(蘭亭) 주영숙은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문학예술학과 [문학석사] -논문 <아픔의 변주곡과 체험적 시조론>, 경기대학교 대학원 국어국문학과 [문학박사] -논문 <사설시조의 변용양상 연구 –한국 현대소설을 중심으로> 2000)<시조시학>신인문학상 수상 외 다수. 시집 《가을시인에게》《사랑의 안팎》《비밀낙서첩》《사랑이 없어 슬픈 시》, 시선집《참았습니다 그리워도 그리워도》 시조집《손톱 끝에 울음이…》 장편시조집《눈물꽃향기의 샘》 사설시조 미학의 소설집 《황진이 돌아오다》《칼, 춤추어라!》《내 이름 마고》《까오리 빵즈》《불감증》 등. 2023)‘대한민국장애인문화예술대상’대통령상을 수상했다. 경기대학교, 강남대학교, 가천대학교 등 외래교수를 역임했다.
<조윤주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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