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수지 시인이 세 번째 시집을 출간했다. 도서출판 상상인에서 출간한 이 시집은 68편의 시가 수록되었으며 부산문화재단에서 지원하여 탄생됐다.
시의 골조는 삶을 통해 얻어지는 순간의 해학임과 동시에 자기 성찰과 반성으로 함축미를 더한다, 울고 있으나 그 울음은 문장의 심연 속에 가두고 슬픈 표정 또한 감춘다. 울음에 덮개를 씌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녀의 시를 들여다 보자.
갈수록 늘어나는 외박/ 살아 볼수록 마음과 다른 몸// 젊은 남자 늙은 남자 같은 방에서 /늙어도 여자라더니 /부끄러운 것도 처음 말이지 /낮에도 눕고 밤에도 눕고/ 지금은 누워서 벽을 틔우는/ 각을 지른 벽/ 둥글게 커튼 한 바퀴 돌아/ 주인 각각 다섯 개의 방/ 방마다 앓는 소리 달라도/ 죽으려고 하면 살려 놓고 /살아 볼까 하면 또 반쯤 죽여 놓는 //시작한 대화는 초점을 맞춰 /성한 몸처럼 달리다가 /살면서 이러면 안 되는 데 /횟수가 잦아질수록 /누구든 뻔뻔해지는// 보호자 명찰은 남녀 구별 없이 /목에서 헐렁 /여기는 종합병원 8병동 15호실 <시 혼숙 전문>
이 시에서 화자는 지금 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보호자로서 삶을 지탱하고 있다. 그것도 남자 환자들이 가득한 방에서 말이다. 살아 볼까 하면 반쯤 죽여 놓는 참으로 아픔이 가득한 시다. 그러나 한마디의 비명도 없다. 덤덤하게 삶을 그려낼 뿐. 고통을 깊숙이 밀쳐 놓고 발현되지 못하도록 암실 작업까지 마친 모습이다. 삶을 총망라한 듯 다양한 해학을 풀어내는 이 기막힌 고백에 언어는 몸이 되고 현장이 된다.
분명 고통의 연대기를 통해 시를 응축하지만 비명은 들리지 않고 우리가 마주할 공간만을 미리 보여주고 있다.
세상의 밝은 빛을 앞에 두고도 보지 못하는 사람과 달리 어둠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건강한 자아를 갖는 일, 이는 본인 스스로가 수십 수백 가닥을 모아 만들어진 빛묶음임을 역설적으로 반증한다.
최수지 시인은 2001년 한국예총 예술세계로 등단했으며 시집으로 그리운 이의 집은 흔들리는 신호등 너머, 손톱에 박힌 달이 있다. 한국여성시동인회 회장, 부산여류문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조윤주 객원기자(시인) 333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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