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무지
이태순 시조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철없던 시절 공부가 지겨워 얼른 커서 어른이 되고 싶었다. 새털같이 많은 세월 칠십까지만 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고희가 다가왔을 때 칠십 평생 내가 한 게 뭐 있나 되돌아보았다. 카페에 쓴 시와 수필들이 책 세 권 분량이 되어 다 살았다고 생각하고 서울서 친구 친지들을 초대해 고희연 겸 첫 시집 『참 괜찮은 여자』 출판기념회를 열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칠순 늦깎이 시인이 된 지가 어언 10년이다. 2024년 1월 10일 위내시경 검사를 했더니 위암 수술한 지가 6년째인데 이상 없다 한다.
맏며느리로서 44년을 시어머님을 모셨고, 남편을 내조하며 세 남매 모두 출가시키고, 병마까지 이겨내고 시를 쓰다 보니, 어느새 산수가 내후년이다.
굴곡 많고 생무지 같은 한 생이지만 최선을 다했다.
만약에 다시 태어난다면 이 힘든 길을 또다시 갈 수 있을까?
어차피 인생은 알 수 없고 생무지 같은 미래이다. 다른 길로 간들 더 나은 길이라고 누가 알 수 있나?
‘남에게 보이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는 쇼펜하우어의 가르침대로 이제는 남은 여생, 천상병 시인의 말처럼 그냥 소풍처럼 즐기며 부대끼지 않고 살다 가렵니다.
그러다가 이삭 줍듯 시조 한 수 건지면, 또 한 권의 책이 될는지 알 수 없는 거지요.
― <시인의 말>
- 차 례 -
시인의 말
제1부
후분
일장춘몽
생무지
야맹증
주목 탁자
계영배
불멍
육수 속 환생
막걸리
엿장수
비우다
화수분
사기 호롱
산다는 것
기억의 편린
제2부
보석처럼 깜빡깜빡
상념
환영
빈집
하얀 기억
나도 꽃
백합
이브의 눈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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