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설
시(詩)를 짓는 목수의 망치
- 정석수 시인의 시세계
양영길 / 문학박사
1.
시는 독자들을 설득하는 것일까. 아니면 예기치 않은 상상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게 하는 것일까. 평자는 후자가 더 좋은 시라고 생각한다. 독자를 설득한다는 것은 꼰대체가 되고, 그러다 보면 설명과 경구를 피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석수 시인의 시는 후자에 속한다. 정 시인의 시를 읽다 보면 뜻하지 않은 상상의 세계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정 시인은 목수다. 집을 짓는 목수이기도 하지만 시(詩)를 짓는 목수다. 지어 놓은 시도 세월이 흐르면 새롭게 리모델링하는 목수다. 온갖 장식을 아무데서나 불러 모았다.
목수의 망치는 못을 박고 무엇을 만들 때만 쓰는 것이 아니라, 이미 만들어진 틀을 깨부수는데도 쓰인다. 어쩌면 깨부수지 않으면 새로운 게 탄생하지 않을 수도 있다.
정석수 시인의 망치는 도깨비 방망이었다. 그 상상력은 늘 열려 있었다.
-----------중 략 ---------------------
시인은 “산비탈에 걸린 석양의 노을이/ 사리에 걸”리면 “유리구슬에 갇혀있던 울보”가 되기도 한다. “소낙비/ 땅에서 하늘로 내리기 시작”하면 “휘파람새 지저귐이 코스모스 바람 따라/ 전해오”고 땅 바닥을 뒹굴면서 돌아가던 “팽이는 깃발이 되”기도 한다. 그럴 때면 “조롱박에 담긴 은박지 벗겨 사탕을 깨물”고 “허름한 모자를 쓴 허수아비 어깨에” 기대어 ‘도깨비 방망이’ 같은 망치 하나 들고 뚝딱 “제주에서 사할린으로 급히” 달려가기도 한다.
4.
정석수 시인의 상상력은 늘 열려 있었다. 그는 경계에 서기를 좋아하는 시인이었다. 기존 틀을 뛰어넘는 시인이었다.
도깨비 방망이 하나 들고 뚝딱 뚝딱 불러 모았다. 모아놓은 것을 “눈 껌뻑껌뻑”하며 “코끼리에 기생하던 딱정벌레” 기어가듯 그렇게 끄적거렸다. 끄적거린 시어들을 ‘조롱박’에 모아놓고 “소리 없는 핑계”로 무지막지하게 흔들어 “양탄자를 펼친 붉은 호수의 눈물” 위에 펼쳐놓았다. 도깨비 방망이 뚝딱 두드린 것처럼 “초록은 수영장에 나부끼고” “백미돔은 한중록이 되고 팽이는 깃발이 되”었다. “항구는 독수리가 되고 우주선은 나이테가 되고/ 고무줄”(「소나기를 소개한다」)이 되었다.
정석수 시인의 상상력에는 이유가 있을 수 없다.
<표천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