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도 속절없이 꼬리를 감추고 있다. 도시에서는 관련이 없는 관용구가 되겠지만 가을은 수확의 계절이다. 불과 반세기 이전에만 해도 농민들이 가장 기다리고 있는 계절이 가을이다. 비록 논에서 수확한 볏가마니를 집안에 들여 놓기도 전에 장례미며, 농자금대출이며, 양곡점에서 미리 얻어다 먹은 쌀값으로 날려 버릴 지언정 가을은 배부른 계절이다.
요즈음 젊은이들에게는 현실이 아닌 괴담으로 전해질지 모르지만 보릿고개에는 먹을 것이 없어서 나물죽에, 소나무껍질로 끼니를 채웠다. 전라도 어디에서는 황토를 죽처럼 물말아 먹었었다는 슬픈 현실이 신문을 장식하기도 했다.
요즘 하루 노동판에 나가면 적게 받아도 7만원 이상은 받는다. 7만원이면 20킬로 짜리 쌀을 살 수 있는 돈이다. 하루 일을 해서 노동자 한달 먹을 쌀값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60년대만 해도 하루 품삯으로 보리쌀 한되에 연탄 한 장 정도 살 수 있는 돈 밖에 받지 못했다. 50년대 후반에는 품삯은 커녕 하루 세끼에 담배 한값이면 고맙다고 이마가 땅에 닿을 정도로 인사를 하면서 뒷걸음쳤다.
요즘 자라는 세대에게는 현실감있게 들리지 않겠지만 현업에서 은퇴해서 공원 벤치를 지키고 있는 50~60대 이전 세대들에게는 추억을 씹는 것만으도 눈물을 글썽이는 뼈아픈 현실이다.
세상은 변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하루 막노동을 해도 한달 먹을 쌀을 구입할 수 있는 경제를 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구로오늘신문 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