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초로 신경과 종약을 동시에 식별할 수 있는 영상기법을 개발한 김현구 고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왼쪽부터), 최학수 미국 하버드의대 교수, 고려대 구로병원 전은비, 김경수 연구원.<고대 구로병원 제공>
김현구 교수 공동연구팀‘이중채널 형광영상 기법’개발
“외과 수술 정밀성, 환자 안정성 동시에 향상시킬 전환점”
세계 최초로 신경과 종약을 동시에 식별할 수 있는 영상기법이 고대 구로병원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고려대 구로병원은 김현구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전은비·김경수 연구원)과 최학수 미국 하버드 의대 교수 공동 연구팀이 정밀 종양 수술 중 신경 손상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이중채널 형광 영상기법'을 개발했다고 지난 8월 6일 밝혔다.
종양 수술 중에는 해부학적 구조의 변화로 인해 신경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워 신경 손상이 발생할 위험이 크다. 특히 갑상선, 식도, 전립선 주위에 존재하는 후두신경, 음경신경, 교감신경 등은 손상될 경우 수술 후 음성 변화, 삼킴 장애, 성기능 저하, 감각 저하 등 심각한 후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기존에는 전기생리학 검사, 초음파, 광간섭단층촬영(OCT) 등이 사용됐으나 실시간성과 해상도, 시야 확보 측면에서 한계가 있었다.
연구팀은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근적외선 대역에서 각각의 파장에 반응하는 형광조영제 2종을 개발 및 활용해 수술 중 신경과 종양을 동시에 시각화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확립했다.
연구팀은 신경 특이적 형광 조영제인 'NTFP700'을 새롭게 개발하고 기존 종양 타깃 조영제 'cRGD-ZW800-PEG'과 함께 활용해 700nm 파장에서 신경을 청색 형광으로, 800nm 파장에서 종양을 녹색 형광으로 시각화하는 이중채널 근적외선(NIR) 영상기법을 구현했다.
이 기술은 토끼 좌골신경 주위 종양 모델에 적용해 수술 중 종양과 신경을 동시에 식별하는 데 성공했다. 종양 표지를 위해 cRGD-ZW800-PEG를 수술 4시간 전 정맥 주사해 800nm 채널로 관찰했고 신경 표지는 NTFP700을 거즈에 흡착시켜 수술 중 700nm 채널로 적용했다.
그 결과 수술 현장에서 종양과 신경이 명확히 구분돼 절제 경계를 설정하고 신경 보존 여부를 실시간으로 판단할 수 있었다. 형광 신호는 절제 후 조직검사 결과와도 일치해 영상 기법의 높은 표적성과 재현성을 입증했다.
특히 형광카메라를 통해 종양과 신경을 서로 다른 색으로 선명하게 시각화함으로써 신경 손상을 최소화하면서도 종양을 정밀하게 절제할 수 있는 수술 환경을 구현할 가능성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형광 조영제 NTFP700을 멸균 거즈에 흡수시켜 신경 부위에 직접 덮는 염색 거즈(dyed gauze) 방식을 새롭게 도입했다. 기존의 직접 도포 방식은 조영제가 중력 방향으로 흘러내리거나 해부학적으로 복잡한 부위에서는 염색이 불균일해지는 한계가 있었으나 염색 거즈 방식은 신경을 균일하게 덮어 일정하고 안정적인 형광 염색이 가능했다.
김 교수는 "암 수술 중 발생하는 신경 손상은 단순한 부작용이 아니라 환자의 발성, 감각, 운동 기능은 물론 삶의 질 전반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요소다"며 "이번 연구를 통해 수술 중 신경과 종양을 실시간으로 구분해 시각화할 수 있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전임상 단계에서 입증했다는 점에서 외과 수술의 정밀성과 환자 안전성을 동시에 향상시킬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을 마련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및 생명공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ACS(Applied Materials & Interfaces, IF:8.2)에 이번달 게재됐다.
<이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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