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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란색 물개』 제1화 '한복입은 女子' (제2회) / 김산

등록날짜 [ 2018년12월01일 13시50분 ]

옴니버스 연재소설 『파란색 물개』  / 김산 作

 

제1화 <한복입은 女子> (제2회)

 

아무리 아이템이 좋아도 돈이 없으면 망상에 불과하다. 돈을 구하려면 돈이 있는 곳을 찾아가야 한다. 하지만 갈 곳이 없었다.

은행은 신용불량자에 담보도 없어서 갈 수가 없다, 잘 나가던 시절에 라운딩하러 해외 나가서 주색잡기하던 친구들은 다 떨어져 나갔다. 사업할 때 거래하던 사채업자들은 전화도 안 받을 것이다.

몇날 며칠 동안 월세방에서 고민하던 백천길은 눈을 감기만 하면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다. 새로운 아이템은 음식 프랜차이즈사업이다. 어떡하든 1호점만 차려 놓기만 하면 돈을 긁어모을 수가 있다.

방송을 타면 금방 수십 명이 돈가방을 들고 몰려 올 것이다. 그들에게 받은 돈으로 용인이나 청평쯤에 공장을 차린다. 식재료까지 독점으로 공급하면 이익이 갑절로 남게 되고, 늦어도 일 년 안에 1000호점으로 늘릴 자신이 있다.

가맹점이 천 개만 돼도 하루 순수익이 1억원, 한달이면 30억, 일 년이면 삼백육십 억원이다. 그 동안 가맹점은 계속 늘어나서 어쩌면 500억원 쯤 벌수도 있을 것이다.

백천길은 집에 누워 사업만 시작하면 돈이 트럭으로 들어 올 생각만 하면 머리가 터져 나가 버릴 것 같았다. 일단 밖에 나가서 누굴 만나던 부딪쳐 봐야 할 것 같았다.

“백 사장 아닌가?”

백천길은 무조건 명동으로 나갔다. 돈을 구하려면 돈이 있는 곳을 찾아가라는 생각에 사보이호텔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막 커피숍을 나가려던 변학수가 오랜만이라는 얼굴로 말을 걸었다.

백천길은 변학수를 만난 것은 하늘의 뜻이라고 생각했다. 무조건 변학수 손을 끌고 구석자리로 옮겼다.

“좋아. 그 대신 조건이 있네.”

백천길로부터 사업구상을 들은 변학수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백천길은 변학수가 관심이 있다고 생각하며 마른 침을 삼켰다.

“자네 종로에 있는 토담이라고 알지? 그 식당 사장 이름이 이숙영이라고 하는 년일세. 그 년하고 단둘이 만날 기회를 제공해 주면 돈을 빌려주겠네. 그것도 이자는 후불로 받는 조건으로.”

변학수가 손에 땀을 쥐고 있는 백천길에게 희망의 불씨를 던졌다.

“이숙영?”

백천길은 처음 듣는 이름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철면피 변학수가 3억을 담보 없이, 그것도 이자 후불로 빌려 줄 만큼 굉장한 여자라는 점이다.

“이름도 모르는 여자구먼.”

“각서까지 써 주실 수 있습니까?”

“뭐야? 자신 있다는 건가?”

“정확히 이주 후에 이숙영이라는 여자를 만날 수 있을 겁니다.”

“좋아. 각서를 써 주지.”

변학수는 백천길이 이숙영을 만나게 해 줄 수 있는 능력이 확실한 담보라고 생각했다. 망설이지 않고 각서를 써서 내밀었다.

백천길은 즉시 종로에 있는 토담으로 달려갔다. 이숙영의 얼굴은 커녕 그림자도 볼 수 없었다. 하지만 변학수가 3억을 빌려줄 만큼 대단한 여자라는 정보는 입수했다.

너 자신을 알라.

백천길은 새로운 사업 파트너를 만난 기분이 들었다. 세상은 상대성이다. 강점이 있으면 약점이 있기 마련이다. 삼손도 머리카락이 잘리고 나서는 힘을 쓰지 못했다.

이숙영이 아무리 신비로은 존재라고 해도 인간이다. 인간이기 때문에 무언가 약점이 있을 것이다. 그 약점을 파고들면 이숙영은 한낮 아름다운 천상에서 내려 온 여자에 불과하다고 믿었다.

백천길이 “너 자신을 알라” 는 말이 품고 있는 오묘한 진리를 터득하기 까지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필요하다.

 

백천길의 부친 백일만은 일산 신도시가 들어서기 전에 고양군 일산면에서 벼농사 오십 마지기 정도를 하는 중농이었다. 논 한 마지기가 이백 평이니까 오십 마지기는 만 평 농사를 졌다는 말이 된다.

산이 많은 충청도나 강원도, 혹은 경상도에서 만 평 농사를 짓는다면 대농이다. 그런데도 중농 소리를 들었던 까닭은 그 시절 일산 쪽에는 백마지기 이상 농사를 짓는 집이 흔했기 때문이다.

하여튼 일산신도시가 들어서면서 십억 대를 보상 받은 백일만은 평생 농사만 지은 까닭에 돈을 어떻게 써야 할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가 서울에 살았다면 빌딩을 올려서 월세를 받아 여생을 호의호식하며 살았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백일만의 머릿속에 들은 실물경제는 농사 밖에 없었다.

백일만의 경제논리는 논 한마지기에서 벼가 두 섬 나온다. 문전옥답은 두 섬 반까지 소출 할 수 있다는 산술이 전부다. 밭농사라고는 집 옆에 있는 오십 평짜리 텃밭이 전부라서 과수농사 같은 것은 먼 나라 이야기다.

십억이 넘는 돈을 통장에 넣어 두고 동네 구멍가게에서 막걸리 안주로 멸치를 고추장에 찍어 먹고, 날 더운 날은 삼백 원짜리 누가바를 쫄쫄 빨았던 이유도 그 점에 있다.

전문대학을 졸업 한 백천길은 달랐다. 그는 일단 아버지를 안심시킬 목적으로 강 건너 김포에 논 백 마지기를 사서 이사를 했다. 김포 평야에 있는 백 마지기라고 해 봤자 3억원이면 떡을 쳤다.

백일만은 대단히 만족했다. 일산 보다 더 넓은 논을 갑절로 늘렸다. 그것도 부족해서 동네에서 제일 부자였던 맹가네 보다 넓은 마당에 이층 양옥집으로 이사를 했으니까 세상 부러운 것이 없었다.

백일만은 한없이 사랑하는 눈빛으로 외아들을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았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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