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보험료로 조성된 건강보험 재정은 고령화와 의료수요 증가로 이미 구조적 압박을 받고 있는데, 사무장 병원 등 불법기관이 이를 추가적으로 잠식하며 재정 누수를 가속화 하고 있다. 사무장병원과 면대(면허대여)약국은 의사·약사가 아닌 자가 명의만 빌려 의료기관이나 약국을 개설·운영하는 불법 구조를 말하며, 이들은 허위과다 청구를 통해 건강보험 재정을 체계적으로 침탈해 왔다.
현재 경찰, 보건복지부·지자체 특사경이 단속을 담당하고 있으나, 행정조사와 형사수사가 분리되고 수사 인력이 한정돼 있다 보니 평균 수사 기간이 약 11개월에 달하고, 적발 이후에도 차명계좌, 위장폐업 등을 반복하며 재산을 은닉분산하기 때문에 환수가 어려워 그 간에 2조 8,849억 원의 재정 누수(‘09~’25.11월)가 발생해 왔다.
건강보험공단은 급여 청구 자료, 심사평가 정보, 현지 확인 결과 등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무장병원 의심 기관을 조기에 포착할 수 있음에도, 수사권이 없어 수사기관에 의뢰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로 인해 적시에 지급 중단·환수 조치를 하지 못하는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만일 공단에 사무장병원·면대약국 특사경 권한이 부여된다면, 수사기간 단축(3개월)을 통해 국민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공권력 비대화, 중복 수사, 기본권 침해 가능성 등을 우려하고 있으나 이러한 오해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제도적 보완점이 있다.
첫째, 현재 발의(8개 법안)된 ‘사법경찰직무법’ 개정안은 직무(수사)범위가 의료법 또는 약사법 상 ‘불법개설’에 대해서만 수사권을 부여하고 있어 ‘부당청구’는 수사 할 수 없다.
둘째, 특사경 권한은 수사 개시부터 검찰 송치단계까지 검사가 수사 전체 과정을 통제한다.
셋째, 특사경은 공단의 기존 업무조직과 완전히 분리(Wall-off)하여 이사장 직속으로 설치한다.
넷째, 피의자 인권보호를 위해 법조인, 학계, 의료계, 시민단체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가칭 ‘건강보험공단 특사경 인권위원회’ 설치하여 운영할 예정이다.
사무장병원과 면대약국 문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수준에 이른 건강보험 재정의 구조적 취약 지점이다. 지금까지의 체계로는 정보·전문성·동기를 가진 건보공단이 단속의 중심에 서지 못한 채 수사기관에 의존하는 간접적 대응에 머물렀다.
건보공단에 사무장병원(약국) 특사경을 부여하는 것은 수사기관을 대체하자는 것이 아니라 행정조사와 수사의 간극을 메우고 불법개설 기관에 대한 신속하고 정밀한 대응 체계를 구축하자는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