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환 칼럼]
마중물을 비로소 맛보며
누구나 자신의 정체성에 관심이 많고 거기에 자존심을 걸고 있다. 어떤 주장이나 맹세를 할 적에 ‘성을 갈겠다’는 말을 하기도 한다. 자신의 고향에서부터 국가까지도 마찬가지다. 개인에게는 자서전을 포함한 개인문집이 있고, 나라에는 국사가 있다. 내가 바로 서려면 국가도 바로 서야 한다. 그 역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력사 전쟁을 하고 있다. 나라 안에서도 나라 밖에서도 그렇다. 단지 총칼이 오가지 않을 뿐이지, 그 실상을 보면 중화민국은 몰래 동북공정으로 전쟁을 시작했다. 중앙-아시아와 서-아시아는 더 치열하다. 아프리카도 그렇다. 대한민국의 남과 북이 휴전선을 사이에 두고 갈등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저 생계에 바쁘다는 핑계일 것이다. 전쟁은 죽음을 초월하는 과학이다. 전쟁을 전쟁으로 알지 못하면 패배뿐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사학자가 아니면서도 력사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나름대로의 사관을 피력함을 종종 본다. 오히려 문외한이라면서 심오한 지적과 해설을 보면 전문가라는 사람들은 대오각성을 해야 할 일도 많다.
나는 처음부터 학자가 된 것은 아니다. 나의 하는 일에 최고가 되기 위하여 노력하였다. 일찍이 나는 직업군인이었다. 그래서 군사 분야에서는 적군과 싸워 이기기 위하여 이론과 실제를 겸비했다. 요즘처럼 NLL을 지키려고 밤낮을 5분대기로 지냈던 시기의 힘든 경험을 살려, 5종류의『고속정 전술교리』를 통폐합하여 단행본으로 펴내기도 하고,『북한의 군사전략과 국가안보 전략』을 연구하고, 장병들의 정신력강화를 위한 국방부 논문 공모에서 3번의 최우수 논문상을 받기도 하고, 이런 이론을 바탕으로 실무 부대를 지휘함에 있어서는 전비경쟁에서 최우수부대를 3번이나 차지하였던 적이 있다.
이런 뒷받침에서 충무공 리순신이 임진왜란의 국난을 극복한 이면에 전략전술에 독특한 전문지식이 있음을 간파하고, 이를 연구하면서『난중일기』와『임진장초』를 새롭게 번역하고, 전략과 전술 그리고 리더십의 연구에 깊이를 더하여『충무공 리순신 전집』에서 리순신이 리더십의 귀재로서 세계 제일의 제독이고, 세계 최고의 영웅임을 밝히고, 전자책으로도 펴내어 만천하에 천명하였다.
이런 자랑스런 리순신에 대한 연구를 통하여 지리적 문제에 부딪쳐 임진왜란의 터전이 한반도에 한정될 수 없음을 깨닫고, 전문가 자격의 필요성을 느껴 학자가 되고자 경영학을 전공하고, 분야를 전혀 달리하여 한국사에 이어 동양사를 전공하여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마침내 조선의 터전이 동경 120° 이서쪽의 중국대륙과 천산산맥을 넘어 동경 20° 이서쪽의 지중해와 대서양까지 넓혀지며, 그 바다가 조선의 황해요 서해가 됨도 이제『세종실록 지리지』와『신증 동국여지승람』의 토산물을 연구하면서 그 조선은 아시아와 유럽과 아프리카를 통틀어야 설명이 가능하게 되었다.『산해경』의 해내경은 천하의 중심인데, 그 정중앙에 조선이 있듯이, 중원이 중앙아시아이고, 그 중심지가 조선의 중앙정부가 있었던 중국이며, 경기도요, 봉천성이며, 한성부이며, 그 변방은 모두 조선의 제후국이었고, 그 8도의 비단길(Silkroad)은 조선의 중앙정부로 가는 길로서 줄을 이어 통하였다.
한국의 지명이 중국의 지명과 동일한 것이 많다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개 인간은 자신이 살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주하면, 동양‧서양을 막론하고, 그 이주해온 땅에 지난날 살았던 그곳 이름을 붙여서 사는 경우가 많다고들 한다.
이 말은 여느 사람들에게 매우 설득력을 가진다. 강단사학의 거두 두계 리병도가 임종하기 직전에 "檀君은 神話가 아닌 우리 國祖"라고 밝힌 마지막 양심선언 때문일까? 그 동안 그들의 말과 왜곡된 교육에 얼마나 멍이 들었는가! 그 폐해를 아직도 대개는 알지 못하고 있다. 과연 사람들이 이주해온 때문에 한반도 조선의 지명이 중국대륙과 동일한 것일까?
만약 어느 날 갑자기 누군가 도깨비방망이를 던져주어 받아 휘두를 사건이 내게 일어난다면 나는 어떻게 처신할까? 이런 일이 과거에, 그것도 1890년을 전후(±50년 정도)하여, 내게 있었다면 나는 어떻게 했을까? 족보를 넘겨받고, 가통과 함께 문집과 권력과 명예를 한꺼번에 걸머진 도깨비방망이는 절대적으로 나의 것이고, 내가 휘두른 대로 나의 력사는 그렇게 이루어졌을 것이다. 여기에 력사의 비밀이 있다. 세상에 비밀은 없으며, 그 흔적으로 진실은 밝혀진다.
원천적으로 조선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세계사까지 언어를 비롯한 생활문화를 비교하고, 신토불이의 토산물을 밝힘으로써 동물과 식물의 자연스런 이동과 이주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새롭게 인식하며 구분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논문의 발표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래서 르포의 형식을 빌어서 이렇게 글월을 엮어보았다. 무엇보다 쉽게 조선사의 수많은 의문점과 걸림돌을 하나하나 걷어내야 하겠고, 수수께끼 같은 전설과 설화는 력사적 사실로 풀어내야 할 것이다. 오늘도 진해 앞바다를 내려다보는 천자봉 중턱의 산책길에 나서며 곰곰이 조선의 뿌리를 생각한다.
한반도에 내륙에 바닷물고기라든지, 서해에 나지 않는 바닷물고기가 버젓하게 토산물로 등장하게 되는 일을 우리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이런 문제를 처음 다룬 마중물『토산물로 본 조선』에 이어서 이제『토산물의 언덕에 서면 비밀이 솔솔』조선이 전혀 새롭게 보일을 것이라 생각하며, 독자들의 따가운 질책을 또 감내하고자 한다. 그 반대급부로 그 동안 찝찔하고 찜찜하던 우리의 정체성에서는 앞으로 자존심을 한층 새롭게 드높이고, 세계를 보는 안목이 달라질 것을 기대해본다.
□ 최두환
경영학박사. 동양사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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