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환 칼럼]
역사서 '산해경' 알아보기
1.『산해경』에 대한 시각과 태도
‘역사를 모르면 미래가 없다’거나, ‘역사를 모르면 나라도 지키지 못한다’는 말도 역사의 중요성이 가장 잘 나타낸 현실의 문제를 고발하는 아포리즘Aphorism이다. 그 뜻의 내면에는 무엇보다도 역사에서 경험한 뼈저린 전철을 다시 밟을 수 있다는 경고일 것이다.
과연 우리는 우리의 역사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혹시 조작‧날조‧왜곡된 거짓의 역사에 길들여져 있지는 않는지를 적어도 한번쯤은 생각해볼 일이다. 어떤 사물을 보는 눈은 그 사람이 가진 지식과 지혜의 깊이와 너비만큼만 본다. 비록 배운 것이 편견과 오만으로 배타적이 될지라도 그 사물이나 사실의 현상에 대한 주관적 시각을 객관적 비판으로 전환시키는 순간에 비로소 그 객체는 진실한 값어치를 지니게 된다.
『산해경』은 과연 얼마만한 그리고 어떤 가치를 지니고 있을까.
학문學問은 이미 축적되어 있는 자료나 새롭게 관찰한 여러 사실들로부터 어떤 규칙성 또는 원칙을 발견하거나, 의미 있는 관계를 찾아내는 과학이다. 여기에는 가설을 세우고 검증함으로써 탐구의 결과가 반드시 거짓이 기각되어 진실Truth을 도출하게 된다.
문학文學의 특성은 상상력이 동원된 허구Fiction에 있지만, 무엇보다도 사실과 사실 사이의 가교역할을 하면서 보편적 진실을 구체화하고 극대화하는 기법이며, 자연의 재현Mimesis이라야지 거짓Falsity된 형상화여서는 안 된다. 시 또한 비유에 의한 함축적 상징으로 진실의 바다여야지 공상과 환상의 거짓이어서는 안 된다.
이런 측면에서 연구대상으로서 『산해경』은 학문으로든, 문학으로든 접근이 가능하다. 근래에는 『산해경』의 내용이 너무도 방대하여 백과전서로서 지리 역사 문학 철학 동물 광물 식물 의약까지 총망라되어 있다고도 평가한다. 이것은 곧 모든 학문이 모두 동원되어야 해결될 분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산해경』을 보지도, 읽어보지도, 그 내면을 살펴보지도 않은 사람이 자기 분야에서 마치 진실의 뿌리를 특허낸 양으로 기고만장하여 독설하거나, 아는 척 말하는 것은 이야말로 오망부리disproportionate figure가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 우리는 『산해경』을 너무 신화적 시각으로 매도하거나 황당무계한 기서奇書로나 일컬으며 민속학에 가두고 있지나 않았는지 반성해볼 필요가 있다. 더구나 휫손Leadership이나, 시학Poetics의 특성으로 생각해볼 겨를도 능력도 없었다고 자백하는 것이 더 올바른 자세일 것이다. 또한 어느 한 분야의 전문가 이름으로 편식된 판단과 해석이 진실에는 접근하기도 전에 재단됨으로써 뜻 깊은 『산해경』에 대한 친근성과 호기심마저 단절하여 마침내는 거들떠보지도 않게 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공자의 말대로 한다면, ‘괴이한 것이나, 폭력이나, 반란이나, 귀신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不語怪力亂神’[論語 述而]로 보면, 분명 『산해경』은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산해경』에는 반인반수半人半獸뿐만 아니라, 머리가 없는 괴물도 나오고, 머리가 아홉인 괴물도 나오기 때문이다. 그런 것이 과연 괴물일까? 아니면 상징의 이미지일까?
불후의 명작 『사기史記』를 지은 사마천司馬遷의 말을 빌리면, ‘우본기禹本紀와 산해경에 나오는 모든 괴물에 대해서 나는 주제넘게 함부로 말하지 않겠다.’고 한 말도 그 내용을 못 믿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그 진실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거짓으로 함부로 말해서는 안 된다’는 말로 보아야 한다.
그만큼 『산해경』은 암유와 은유의 비유법으로 일관되게 사물의 활동능력이 과장 내지 축소되어 있기 때문에 그 내용의 진실을 알아내기가 매우 어려운 고전이다. 어떤 학자는 『산해경』을 처음 집필한 사람을 빼고는 500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 그 누구도 그 비밀스런 진실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그러나 비밀의 요령을 알고 보면, ‘어렵다’는 이 『산해경』도 결코 그렇게 어려운 것도 아님을 알 수 있다.
2.『산해경』의 추적자들
『산해경』은 옛날 황제헌원黃帝軒轅/B.C.2877-B.C.2776 때에 쓰인 것이 하나라의 우夏禹와 그 신하 백익伯益이 32권으로 정리하였다고 하고, 이때에 이르러 처음 지었다고도 한다. 근대 학자들의 고증에 따르면, 이것이 전국戰國시대 어떤 사람의 손에서 나와 진秦‧한漢 시기에 증보되었다고도 한다. 그러나 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산해경』 속에 류수劉秀가 교열하여 바친 B.C. 6년建平元年이라는 것만은 틀림이 없다. 현존하는 것은 모두 이에 따르고 있다. 그런데 <중차12경> 끝에 “우임금이 이렇게 말했다禹曰”는 글이 있는 것으로 보아, 『논어』와 공자의 관계처럼, 우임금의 실질적 업적을 빼놓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한前漢의 시중이었던 류수劉秀/劉歆의 상산해경표上山海經表로서 32편을 18편으로 정리된 것을 그 뒤로 진대晉代 곽박郭璞의 산해경주석山海經注釋이 있고; 명대明代 양신楊愼의 산해경보주山海經補注, 왕숭경王崇慶의 산해경석의山海經釋義; 청대淸代 오임신吳任臣의 산해경광주山海經廣注, 필원畢沅의 산해경교본山海經校本, 학의행郝懿行의 산해경전소山海經箋疏; 중국 원가袁珂의 산해경교주山海經校注, 곽부郭郛의 산해경주증山海經注證이 있는데, 대체로 학의행의 전소箋疏가 주석을 가장 잘 달았다고 평가되고 있다. 물론 잘못된 주석도 많이 있다.
이런 『산해경』이 한국과는 어떤 관계가 있으며, 지리적으로 어느 범위까지일까?
우선 『산해경』의 山산은 산을 통한 부족들의 삶속에서 애환이 녹아있는 깊은 의미가 담겨 있고, 海해는 넓은 들과 거친 사막을 포함한 부족들의 삶속에서 오랜 애환이 서려있는 역사가 실려 있는 비밀스런 이야기經를 엮어 놓은 것이다. 그래서 풀과 나무 그리고 길짐승과 날짐승 그리고 파충류와 광물에까지도 사실로서의 이름과 토템으로서의 비유를 뒤섞여놓은 매우 질서정연하게 서술되어 있고, 고대 선인들의 지혜와 혜안이 돋보이는 가장 오래된 문헌이다.
『산해경』은 과거에는 줄곧 지리서地理書로 간주되었으나, 청대淸代에 1772년부터 22년간에 걸쳐 편수한 『사고전서四庫全書』에서 소설小說로 간주한 뒤부터 신화神話니, 무서巫書니, 소설이라고도 평가되고 있다.
『브리태니커 사전』에서는 『산해경』이 상상력이 풍부한 묘사로 후대의 중국 작가·시인들에게 영향을 주어 중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며, 기이한 이야기를 위주로 사람과 풍물의 묘사가 생동감 있기는 하나, 결코 역사적 사실은 아닌 지이류志異類 문체의 작품으로서 중국소설의 발전에 중요한 몫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소설은 현실적 구상적인 문학형식이며, 앞의 사건과 뒤의 사건이 원인과 결과로 맺어지는 구성을 갖추면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이 아니라 만들어지고 꾸며진 허구라는 소설의 구조분석에서 본다면, 상상력의 최고봉이라고 할 수 있는 『산해경』은 비범한 상상력으로 기기괴괴한 형상의 표현을 했을망정 결코 소설의 구성요소를 갖추고 있지는 않다. 즉 『산해경』은 절대로 소설이, 괴기怪奇 소설이 아니다.
이제는 대개 『산해경』을 중국 신화中國神話라고 인식하고 있지만, 신화神話라면 어떤 신격을 중심으로 한, 하나의 전승적인 설화임에도 시작에서부터 결말이 있는 하나의 줄거리가 있는 이야기는 하나도 없다. 즉 『산해경』은 신화가 아니다. 그리고 산과 강을 중심으로 지명과 토산물과 풍습까지 언급했지만, 그 지역이 어딘지를 명확히 판단할 수도 없어 학자들마다 설왕설래할 뿐이다. 즉 『지리서』라고 단정하기도 어렵지만, 그 지역의 특성을 나타내기에는 특출하다. 게다가 조선의 언급에 대해서는 고조선古朝鮮의 위치를 알기 위하여 가끔 『산해경』을 거론하지만, 그 내용 자체가 모두 조선임을 누구도 전혀 느끼거나 깨닫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 『산해경』에 대해 미국의 John S. Major와 한국의 서경호徐敬浩 교수가 무엇보다 지리적 구도로써 연구한 바가 있다. 물론 그 배치가 서술 차례와는 어긋나 있지만, 상당한 의미가 있으며, 이제부터 이 『산해경』을 새롭게 해석하면서 그 의미하는 바가 무엇이며, 이것이 우리들에게 어떤 가치를 주게 되는지를 생각하게 될 것이다.
東海之内 北海之隅 有國名曰朝鮮天毒.[산해경 해내중경]
많은 사람들이 제시하는 이에 대한 해석을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왜 조선이 <해내중경>, 즉 천하의 중심에 들어 있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대개는 “동해의 안쪽, 북해의 귀퉁이에 나라가 있는데 이름을 조선朝鮮과 천독天毒이라 한다.” 天毒은 天竺천축이라 하여 현재의 인도印度/India/Bharat Ganrajya로 비정하고 있다. 과연 이런 번역이 마땅하고 옳은 것일까?
여섯 번의 득도를 해야 『산해경』을 번역할 수 있다는 자신만만한 사람의 해석이 ‘반절反切’마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이야 말로 진실에는 끝내 다가서지 못했고, 다가갈 수도 없음을 지적하지 없을 수 없다.
『산해경』의 번역은 득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서술의 목적과 구조와 지리적 개념의 파악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무엇을 위하여 『산해경』이 쓰였을까?
3.『산해경』의 구조적 특성
『산해경』의 海해, 東海동해 北海북해를 알기 위해서는 『산해경』의 구조를 파악하고 나서 번역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산해경』은 전체 32권에서 18권으로 재편집되어 내려오고 있으며, 그 순서는 다음과 같다.
권1 南山經, 권2 西山經, 권3 北山經, 권4 東山經, 권5 中山經, 권6 海外南經, 권7 海外西經, 권8 海外北經, 권9 海外東經, 권10 海内南經, 권11 海内西經, 권12 海内北經, 권13 海内東經, 권14 大荒東經, 권15 大荒南經, 권16 大荒西經, 권17 大荒北經, 권18 海内經
권1~권5는 산에 대한 것이며, 대개 <산경山經> 또는 <오장산경五藏山經>이라 한다.
권6~권9는 해외海外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권10~권13은 해내海內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권14~권17은 대황大荒에 대하여 말하고 있다.
권18에서는 해내海內에서도 가장 중심지의 것이라, 따로 <해내경海內經>이라 한 것은 곧 <해내중경海內中經>이다.
크게는 권1~권5까지 산경山經에 대하여 권6~권18까지를 해경海經이라 부른다.
즉 <산경>은 <중산경>을 중심으로 동남서북으로 구분되고, 그 중심은 천하의 중심이 되며, <남산경>은 남쪽에 있는 산과 그곳의 토산물과 부족들을, <서산경>은 서쪽에 있는 산과 그곳의 토산물과 부족들을, <북산경>은 북쪽에 있는 산과 그곳의 토산물과 부족들을, <동산경>은 동쪽에 있는 산과 그곳의 토산물과 부족들을, <중산경>은 중원, 즉 중앙아시아의 중심 지역의 토산물과 부족들을 적어놓은 것이다.
<해경>은 해외경‧해내경‧대황경으로 나누고, 각각 동남서북으로 구분되며, 이들의 공통 중심에 <해내중경>이 따로 있으므로, 이것이 천하의 중심이며, 유라시아를 아우르는 중심이기도 하다. 그리고 <해경>은 가장 바깥의 해외海外에서부터 중심지로 들어오면서 <해내중경>의 순으로 서술되어 있으며, 여기에 지리적 방위와 위치가 포함된다. <대황大荒>은 『시경』에 나오는 “大王荒之대왕황지”[대왕이 이곳을 다스렸다]라는 말처럼, 천자의 ‘도읍지’ 내지 ‘중국’과 같은 의미이며, ‘日해月달’과 관계된 ‘군君‧후后‧성현聖賢’으로서 천자의 직접관할이 아닌, 큰 제후들에 의해 통치된 곳이다.
그리고 그 서술의 진행 방향도 <산경><해경> 모두 방위로써 남쪽→서쪽→북쪽→동쪽→중앙의 순서이며, 단지 대황경 만이 동쪽부터 시작된다. 이것은 원칙적으로 동쪽→남쪽→서쪽→북쪽→중앙으로 서술되는 것이 옳다고 보며, 원문대로 따랐다.
그러므로 『산해경』의 ‘海해’는 뭍육지의 대칭이 되는 ‘바다’가 아니며, 천자가 통치하는 관할 구역임을 알 수 있다.
이 『산해경』의 서술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다. <산경>에는 산맥과 산의 배치에서 산명과 거리와 토산물 그리고 길짐승 날짐승 어패류 식물의 순이다. <해경>은 나라이름과 위치와 행태의 특성의 순이다. 즉 지리와 사람에 관한 기사일 뿐이다.
이러한 개념에서 『산해경』의 의미는 고대에 그들이 통치하는 사회의 부족을 파악하기 위하여 제후국을 형성하지 못한 어떤 부족이 어느 산속에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를 비밀로서 비유한 것이 <산경>이며, 제후국으로서 대체로 넓은 들판, 바다와 같이 넓은 평야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실태를 비밀로 비유한 것이 <해경>이다. 물론 경經은 천하를 두루 다녀 백성을 다스리는 길을 뜻한다. 쉽게 말해서 산과 바다에 사는 사람들의 동태에 관한 비밀의 리더십이다.
그리고 ‘中原’에 가장 가까운 ‘중국’이란 말의 자체가 오대주五大洲 가운데서 ‘아시아의 한가운데에 있다’는 말이 『삭방비승』(권40)에 나오며, 이것은 현재의 중국은 역사 속의 중국이 아니며, 지리적으로 중앙아시아에 ‘중앙조정’이 있는 곳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이런 것들을 종합하면, 『산해경』에서는 천하의 중심에 ‘조선’이 있는 것은 천하를 조선이 통치하고 있으며, 그곳에 중앙조정의 ‘중국’이 있다고 밝혀 놓은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산해경』을 대하기에는 여전히 어렵다. 특히 신체의 부위가 0에서부터 9까지로서 머리가 없다느니, 머리가 아홉九首니, 꼬리가 아홉九尾 등이 있는가 하면, 반인반수半人半獸, 즉 사람과 동물의 합성, 길짐승과 날짐승의 합성, 짐승과 파충류의 특성 부위를 합성함으로서 섞어야 새 생명이 탄생하는 마치 이종교배異種交配/Crossbreeding의 형국이라고도 볼 수 있으며, Parabiosis병체결합/生物聯體接合이라거나, Hybrid잡종/혼성물로만 인식하여 그 형상의 본질을 아직까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산해경』이 이미 풍부하고도 특출한 상상력으로 생산해낸 언어의 창조물이며, 생활문화를 시적 변용의 신조 언어新造言語로 은유하며 암호화한 특집이다. 특히 근래에 그 다양한 모양[形狀]과 움직임[動作]이 조합된 하나의 기계로 해석하여 신형 로보트 디자인을 하여 이형합성異形合成을 창출하기도 하였는데, 이야 말로 『산해경』의 아이디어를 통한 응용일 따름이지, 그 자체로 해석한 학문이나 기술이라고 할 수 없다. 몇몇 학자들이 토템으로 풀기도 했지만, 그런 숫자의 개념과 서술 기법의 본질에는 전혀 접근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의미를 제대로 해석하지 못하고 있다.
4.『산해경』은 난해시의 원조
이 『산해경』에는 동물과 식물이 얽히고설킨 형태는 신화神話로만 취급할 것이 아니며, 그 지역의 특징적인 본질을 숨겨서 비유한 은유법‧암유법이 가장 많이 쓰였으며, 가장 축약되고 매우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고, 온갖 상상력으로 꾸며져 있어 특별한 언어로 창조하면서까지 서정과 창의를 함께 끌어오는 예술로서 문학의 진수인 시詩/Poetry의 특성을 가장 많이 담고 있기도 하다. 더구나 압축과 비약이나 이항대립적 세계의 인식 속에서 불가해스러운 현대시학의 특성으로 들고 나온 “이종교배적 상상력의 서정”이라든지, 전혀 이질적인 것들이 모여 새로운 창의적인 것으로 재탄생되는 것으로서 프로 시인과 아마추어 시인으로 구분하는 중요 기준의 절묘한 기법이라 평가되는, “사물의 존재의 현실적인, 합리적인 관계를 박탈해 버리고, 새로운 창조적인 관계를 맺어주는 것을 데뻬이즈망Dépaysement이라고 한다.”는 초현실주의Surréalism 시의 미학이라는 기법도 이미 『산해경』 자체에 녹아 있다는 사실이다. 즉 『산해경』은 현실적 사물들을 전혀 낮선 사물이나 장소에 조합시킴으로써 그 용도‧기능‧의미를 통하여 초현실적인 환상을 창조하여 세상을 낯설게 새롭게 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것을 세계적 사조思潮에서 보면, 1917년 이후에나 등장하는 쉬르레알리스트Surréalist들의, 마치 피카소Pablo Picasso/1881~1973의 그림처럼, 어쩜 진정한 난해시難解詩를 바로 이 『산해경』에서 볼 수 있다.
그래서 한문의 해독 능력을 뛰어넘어 역사와 지리와 민속적 개념은 물론 상상력이 풍부한 시적 감각이 없으면 해석이 불가능한 것이 바로 『산해경』이다. 그래서 나는 『산해경』을 가장 오래된 한편의 ‘난해시Difficult Poem’라고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문학의 어떤 장르를 다루는 사람일지라도 『산해경』을 제대로 읽거나, 개념을 파악하지 않고서는 문인文人, 특히 진정 시인Poet의 품격을 지녔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시의 본질을 말하건대, “시는 교묘한 말로 언어를 조립하는 것이 아니라, 천지신명이 하늘 문자로 이미 사물의 만상을 시를 써 놓았으니, 시인은 그 천문을 인간 문자로 해독해 내는 시작 행위를 해야 한다.”고 최근 ‘미학의 시’가 주장됨에 앞서 이미 『산해경』의 이름에서부터 자연 속의 많은 사물의 특성에 관해 유기적으로 문학적 형상화를 잘 소화되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이다.
더구나 신화와 시가 본질적으로 그 고유한 특성 ― 상징·은유 및 인간과 사물 내지 자연과의 공감적 태도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산해경』의 저자는 시인의 소양을 갖추었으며, 문장은 특히 이미지의 연속으로 이루어져 있고, 시언어의 특징 요소로서 운률의 구조는 4자·6자를 기본으로 한 시적 변용變容/Transfiguration이 모색된 기법에 더하여 거의 동일한 문형文型/패턴의 반복으로 이루어져 있는 점을 찾을 수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산해경』은 신화로 빙자되는 난해시인 것이다.
더구나 언어기호의 의미는 무엇보다 하나의 시니피앙[signifiant/name/言表]에 그 하나의 시니피에[signifié/sense/言志]를 넘어, 또 다른 시니피에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있으며, 이러한 다양성은 특히 고사故事의 비유에서 많으며, 시의 특성의 하나이기도 하다. 또 하나의 시어에도 같은 듯하지만, 다른 차별성의 특성, 즉 헥시어티haecceity가 분명 존재하고 있으므로, 조어성造語性/새로 말을 만들어내는 성질이 매우 강하며, 시적 언어에는 언제나 2개 이상의 의미言志로 읽힌다. 즉 『산해경』은 창조된 수많은 시어로써 나타낸 휫손리더십의 중요한 소재이다.
이 『산해경』을 읽어보면 분명 그러한 의미를 찾을 수가 있다. 그렇다면 왜 이토록 웬만한 사람들은 알아보기 어렵게 『산해경』을 썼을까. 그것은 그 지방과 그 제후들의 특성 습성 관습 개성과 핵심 활동 내용을 파악하여 정치 리더십으로 발휘하기 위한 비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밀을 명확하게 제대로 알아내면 정치는 결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정치는 백성을 마구 부려먹기도 하지만, 정치의 책임에는 어떤 경우에도 임금, 즉 국가지도자에게 있기 때문에, 물 흐르듯이 그 백성의 고민을 풀어주고, 행복하게 해줄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산해경』을 조선의 뿌리와 역사관에 얼룩진 자신감과 자존감을 말끔히 치료하는 시치료Poetherapy의 도구로서 가장 원척적인 텍스트교과서가 될 것으로 믿는다.
전한前漢/西漢의 시중 벼슬이었던 류수劉秀/劉歆가 『산해경』을 통달하고 나서는 이내 민심을 얻어 후한後漢/東漢의 건국자로서 혁명을 일으켜 광무제光武帝/25~57가 되었다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산과 강과 바다에 사는 존재의 특성을 진단하는 능력을!
이제 신선하고 신바람 나는 정치를 하고, 미래의 큰 꿈을 키우고자 하는 사람은 반드시 이 『산해경』의 비밀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리스‧로마 신화』가 줄거리를 만든 가십Gossip이라면, 『산해경』은 시놉시스Synopsis가 없는 신화가 될지라도 그 내면에는 고급의 역사적 사건과 정치 리더십 문화가 은밀하게 녹아 있으므로, 5000년의 비밀이 숨어있는 이 『산해경』의 숨겨진 속뜻을 새롭게 조명하지 않을 수 없으며, 무엇보다도 이 『산해경』의 지리적 중심에 조선이 있고, 그 문화적 다양성을 공유하기 위하여 접근한 최초의 언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요즘 유명한 배우 최민식이 열연한 김한민 감독의 영화 『명량』(2014.7.30. 개봉)이 흥행기록을 깨며 최고 인기를 얻는 것도 충무공 리순신의 리더십의 뿌리 『난중일기』가 전해오기 때문이다. 현실 정치의 리더십 부재를 질타하는 성격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전쟁을 이겨낸 지휘관의 솔직한 고민이 담겨있는 한문 일기를 한글로 번역하여 그 진실의 내막을 알 수 있었기에 크게 빛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이 『산해경』의 번역과 해석도 역사 창조를 위한 휫손리더십으로 다시 태어날 때에 그 가치를 새롭게 인식하게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역사 창조라는 말은 역사를 통하여 잘못된 전철을 밟지 않고, 이를 교훈삼아 미래 발전적 도전을 시도한다는 뜻이다. 『산해경』 속에는 수수께끼 같은 숱한 비밀이 담겨져 있다. 그 비밀이 벗겨지는 순간이며, 이 비밀을 알면, 그제야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는 헌법 제3조는 도리어 광활한 고대 조선의 강역을 제외시키고, 웅대한 역사관을 왜곡‧위축시키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삭제해야 한다’는 어이없는 사실을 인정하게 될 것이다. 물론 미국에도 영국에도 일본에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 『산해경』이 조선 뿌리와 문화의 터전이고, 유럽과 아프리카까지도 조선의 강역에 넣을 수밖에 없는 까닭은 여기에 등장하는 토산물이 『세종실록 지리지』와 『신증 동국여지승람』과 함께 열대 지방에서 생산되는 것이 있기 때문이며, 『환단고기』와 『조선왕조실록』 등의 여러 문헌에 실린 일식 현상에서 아프리카를 통과하는 일식대를 조선 사람들이 보았기 때문이며, 천체관측에서는 극지방에서나 일어나는 오로라Aurora/극광와 백야 및 흑야 현상이 조선 강역에서 숱하게 일어났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료들을 어떤 논문의 논리성을 높이기 위하여 관련 사료의 취사선택 과정에서 스스로 의도적으로 외면하지는 않았는지 진심으로 반성할 일이다.
□ 최두환
경영학박사. 동양사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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