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명
이강경
손금처럼 접혔던 어둠이 실금으로
펴지는 사이,
여명의 손금도 천천히 열리고 있다
어둠이 기어 다니는 방식으로 스며 나오는
퍼런빛들이 옷 벗는 소리에
무심히 바라본 가냘프고 무표정한
눈동자로 떴다가 감았다
어둠 속의 초승달도, 북두칠성도
아슬한 이야기로 밤새워서 구부렸다 폈다
그렇게 공존하는 긴 시간 속에서
검은빛의 머리카락도 쭈뼛거리는 이유는
여명이 열리는 시초일까, 작별일까
그런 현상을 더는 뭐라고 말하지 않으련다.
초가을 새벽녘에서
여명은 붉은빛으로 찡그려서 웃는다.
(※《문학광장》 제12회 詩題 경진대회 장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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