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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어떤 문예지가 우수문예지인가 / 정종명

등록날짜 [ 2018년12월28일 12시36분 ]

[정종명 칼럼]

[칼럼] 어떤 문예지가 우수문예지인가 / 정종명

 

 

문예지의 우열을 구분하는 기준은 각자의 성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다. 어떤 이는 표지에서 판권에 이르기까지 레이아웃이 세련된 문예지를 우수문예지로 손꼽을 수 있고, 어떤 이는 지질이 좋은 문예지를 우수문예지로 평가할 수도 있다. 또 오랜 역사를 지닌 문예지를 우수문예지로 선정하는가 하면, 이름이 널리 알려진 문인의 작품을 선별해 싣는 문예지를 우수문예지로 손꼽는 사람도 우리 주변에는 의외로 많이 있다.

우수문예지의 기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쪽수가 많은 문예지를 우수문예지로 삼을 수도 있고, 시나 소설을 많이 싣는 문예지를 우수문예지로 평가하는가 하면, 평론을 많이 싣는 문예지를 우수문예지로 선호하는 경향도 있다. 또 잡다한 내용의 특집으로 대중에 영합하는 문예지도 우수문예지의 범주에 속할 수 있다. 우수문예지의 기준은 이처럼 보는 이의 성향에 따라 다양한 모양과 내용을 갖게 마련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해마다 우수문예지를 선정해 제작비 일부를 지원해 왔다. 판권에 ‘본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문예진흥기금을 보조받아 발간되었습니다.’는 내용의 문안이 들어간 문예지는 모두 여기에 속한다. 참고로 2014년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중 우수문예지 발간지원 혜택을 받은 문예지는 55권이었다. 많은 문예지가 혜택을 받은 셈이고, 가능하다면 더 많은 문예지가 이 혜택을 받기를 기대했다.

그런데 지난 4월에 발표된 ‘2015년도 문예진흥기금 공모사업 중 우수문예지 발간지원’에 선정된 우수문예지는 어떠한가. 고작 14권으로 축소되었을 뿐만 아니라, 수혜 기금도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우스꽝스런 것은 예년과는 달리 선정된 14권의 수혜 문예지 명단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여러 사람과 기관이 공개할 것을 거듭 촉구했지만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는 한 달이 지나도록 묵묵부답이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선정 과정이 떳떳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아 마땅한 사안인데도 말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전신은 한국문예진흥원이었다. 한국문예진흥원에서는 문예지에 게재되는 작품을 대상으로 원고료를 지원했다. 이 무렵에 필자는 <현대문학>에 이어 <문학정신>에서 근무했다. 소설 등 산문의 경우 200자 원고지 1장당 자사(문예지)에서 지급하는 1,500원에다가 한국문예진흥원에서 1,500원을 보태서 도합 3,000원을 필자한테 건네주는 형식이었다.

덕분에 많은 문인들이 지원 혜택을 받았고, 많은 작품이 문예지에 발표되었으며, 문인들이 자긍심을 갖고 창작에 매진할 수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아도 꽤 괜찮은 지원체계였는데, 1980년대 말에 이 제도가 폐지되었다.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지 말고 문예지 스스로 ‘자립’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몇몇 문예지 발행인이 지원금을 중간에서 착복하는 불미스런 사태에서 야기된 결과였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운 격이랄까.

현재 국내에서 발행되고 있는 문예지는 3백여 종에 이른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처럼 종수는 많아도 동네 서점 진열대에서는 어떤 문예지도 찾아볼 수 없고, 대형 서점에 가야 겨우 30여 종이 꽂혀 있는 문예지 진열대를 확인할 수 있을 정도이다.

중요한 것은 이 많은 문예지들 가운데서 원고료를 지불하는 문예지는 극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 수 있다. 문예지는 많은데 원고료를 지불하는 문예지가 드물다는 이 사실에 당국자나 우리 문인들이 깊이 고민해야 할 숙제를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아무리 잘 만들어진 문예지라 하더라도 원고료를 지불하지 않는 문예지는 우수문예지 선정에서 제외되어 마땅하다.

필자 선정이 좀 우수하다는 명분 하나로 우수문예지로 평가받고 있지만 알고 보면 동인지 수준일 뿐이다. 백보 양보해서 우수한 필자라고 동의해 보자. 목차에 드러난 필자 이름을 가나다순으로 나열해 보면 대부분의 문예지가 동일 문인을 필자로 중복 선정했다는 사실이 쉽게 드러난다. 학연, 지연 등과 연계된 사이가 아니면 아무리 좋은 작품을 써도 여타 문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패거리 문예지’나 ‘상업 문예지’가 이 범주에 속한다.

소액이나마 원고료를 지불하면서 필진을 폭넓게 아우르는 문예지, 그런 문예지가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 그리고 한국문화예술위원회도 차제에 한국문예진흥원에서 그랬던 것처럼 문인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는 원고료지원책을 복원해 주기를 간곡히 권유해 본다.


■ 정종명
소설가. 前 (사)한국문인협회 이사장. 《계간문예》 발행인

http://seoultoday.kr/homepage.php?minihome_id=cj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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