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두환 칼럼]
조선에서 본 오로라
오로라는 태양 활동에 대한 지구 자기권의 반응을 나타내는 극지방에서의 현상이다.
조선의 역사에는 《삼국사기》권13 고구려본기1에 처음 나온다.
동명성왕 3년(B.C.35) 가을 7월에 골령의 남쪽에 신비로운 빛이 나타났는데 그 빛이 푸르고도 붉었다.[東明聖王三年 秋七月 慶雲見鶻嶺南 其色靑赤.]
여기서 신비로운 빛[慶雲]과 그 빛깔 푸르고도 붉다[靑赤]가 곧 오로라의 모습을 나타낸 말이다.
이런 류의 기록이 이 뒤부터 1747년까지 무려 700개 이상이다. 유럽에서는 모두 594개라고 하는 것보다도 무려 100개 이상이나 더 많다.
유럽은 북위 36° 선상의 지중해보다 북쪽으로 북해와 닿아 있는 한대까지이며, 66°33′의 북극권을 끼고 있다. 물론 이런 지역에는 오로라가 발생하며, 밤이 매우 짧거나 낮이 매우 짧기도 하여 백야제니 흑야제를 지내기도 한다.
박창범 교수가 조사하여 펴낸 《하늘에 새긴 우리 역사》(김영사, 2002)에 따르면 《고려사》<천문지>와 <오행지>에는 오로라 기록이 기(氣) 침(祲) 운(雲)자로서 232개라고 했다.
필자가 《조선왕조실록》 및 《일성록》에서 오로라를 조사해보니 모두 51회이고, 그 빛깔은 흑 17, 백 23, 적 6, 흑 및 백 2, 창백 2, 창적 1이였다. 그것도 1545년부터 1731년까지이며, 년도별로 보면, 1545(1)/1551(7)/1554(1)/1557(4)/1562(3)/1566(5)/1603(2)/1625(3)/16401)/1643(1)/1646(2)/1677(4)/1678(3)/1680(1)/1681(4)/1682(3)/1693(1)/1722(2)/1728(1)/1731(1)이다.
그렇다면 1545년 이전과 1731년 이후에는 오로라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것인지, 1545년부터 1731년 사이에 언급되지 않은 해에는 오로라가 일어나지 않았다는 것인지 의문이 간다. 왜냐하면 1년에도 7번이나 너댓 번의 오로라 현상이 있었다고 하는 것은 조선이 극지방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오로라 발생의 상존 지역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지구자기위도 65°∼70° 범위의 오로라대(auroral zone)가 조선 땅에 포함된 것이라고 보아야 마땅하고도 옳다.
그렇다고 해서 “지자기극은 매우 복잡하게 이동하는데, 대체로 5년에 서쪽으로 1°씩 옮겨가고 있다. 고려와 조선 시대의 오로라 기록을 보면 당시 지자기 북극이 한반도 가까이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위의 책, p. 133]고 한 해석은 억지의 대표적인 사례라고 본다. 동경 127° 북위 45°까지 지자기북극이 이동되었다고 한다면 지구가 45°나 기울어졌다는 말이 된다. 그냥 조선이 북극지방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하면 될 일이며, 사실 그랬던 것이다. 실로 조선의 북쪽 지방에는 오로라의 천지였다. 그래서 숙종 때에 정조대왕 때에 야백제(백야제) 야흑제(흑야제)를 지냈던 것이다. 이 또한 숙종과 정조대왕만의 일이 아니고 조선의 시작과 함께 있었던 전통으로 보아야 마땅하다. 요즘도 유럽 북부지역에는 백야제를 지내며, 그런 곳에는 여전히 휘황찬란한 오로라가 발생하고 있다.
조선의 문헌에서 나타난 오로라 현상을 안이하게 지자기북극의 이동으로 해석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 헝가리 민속학자 버라토시 벌로그 베네데크가 1929년에 《조선, 동틀 무렵 붉게 물든 나라》에서 한반도의 설명으로 나오지만 그 속에는 ‘조선은 한대 온대 아열대 열대가 있는 나라’였다는 말을 입이 마르도록 되새겨볼 가치가 있다.
□ 최두환
경영학박사. 동양사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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