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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 시대 시는 무엇을 노래하나 / 장종권

등록날짜 [ 2019년01월19일 21시02분 ]

[장종권 칼럼]

이 시대 시는 무엇을 노래하나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반년 가까이 극심한 소용돌이가 있었다. 어떤 모양으로 끝이 날 것인지 알 수 없는 불안한 정국이 국민적 안타까움과 모멸감과 함께 엄습해 왔다. 그러나 언제 그랬느냐는 듯 태풍은 사라지고 부드러운 봄이 왔다. 봄이 와도 봄 같지 않다던 탄식도 무색하게 왔던 봄은 무난하게 물러가고 바야흐로 여름이다. 살다 보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들이 또 일어났다가 사라진 것이다. 그 동안의 상처는 어떤 모양으로 남아 있을까. 그 동안의 손실은 언제나 극복이 될 수 있을까. 그리고 하나 더 지난 일들이 다시 또 반복되지는 않을까, 걱정스러움과 함께 놀란 가슴을 슬그머니 쓸어내린다.

 

왜 우리는 용서에 넉넉하지 못할까 궁금해 할 때도 있었다. 왜 우리는 생각이 다른 사람들에게 관대함이 부족할까 생각할 때도 있었다. 왜 우리는 대화와 타협과 배려로 서로를 보듬는데 익숙하지 못할까 안타까울 때도 있었다. 생명체이기 때문에, 사람이기 때문에, 권력을 추구하는 동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삶의 논리라 체념하고 싶을 때도 있었다. 누가 옳은지 아는 사람 누구인가. 누가 승자인지 아는 사람 누구인가. 누가 잘하고 있는지 아는 사람 누구인가. 궁금해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세상은 제멋대로 흐르게 되어 있고, 사람은 언젠가는 모든 것을 잃고 떠나게 되어 있다.

 

비는 내리는 것이니 반드시 땅바닥에 떨어진다고 믿는다. 강물은 바다로 흐르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가던 걸음을 멈추지 않는다고 믿는다. 비는 반드시 땅으로 내려앉고, 강물은 반드시 바다에 이른다. 그런 믿음이 있어 내리는 비를 막을 수 없고, 그런 믿음이 있어 강물을 막을 수 없다. 그러나 내리던 비도 공중에 멈추어 설 수 있다. 흐르는 강물도 순간 제자리에 멈출 수 있다. 그것이 사람의 꿈이었고, 지혜였고, 결과적으로 문명이 되었다. 그래서 사람은 못할 짓이 없는 놀라운 동물이다. 마음만 먹으면 할 수 있으며, 꿈만 꾸면 얼마의 세월이 걸리든 결국에는 해내기도 한다.

 

자연을 마음대로 주무르다가 사람까지 마음대로 주무르면 어떻게 될까. 자연이 말이 없듯이 사람도 말이 없을까. 비를 허공에 묶어두는 것도 한계가 있다. 강물을 일시적으로 막아두는 것도 한계가 있다. 언젠가 비는 일시에 땅바닥으로 쏟아지게 되어있고, 강물은 일시에 바다로 밀려가는 강력한 힘으로 바뀔 수밖에 없다. 사람은 어떻게 될까. 사람은 목숨을 소중하게 여기는 존재라서 비나 강물과는 다를지 모르겠다. 끝내 그냥 살아남기 위해서 위험한 변화를 꾀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문학이 자유를 위해서 목숨을 내놓은 적도 있었다. 시가 혀를 잘리면서도 노래 부른 적이 있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얻어낸 휴식이 너무 길었다. 펜은 녹슬고 잉크는 말라버렸다. 독자들은 녹슨 펜을 경멸하면서 새로운 예술과 문화에 빠지기 시작했다. 지난날 이루었던 문학과 시의 영웅적 존경심은 이미 지하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었다. 이 시대 문학은 무엇을 쓰나. 이 시대 시는 무엇을 노래하나. 문학인들이여, 시인들이여, 밤새 머리를 싸매고 앉아 미래의 무엇을 골똘히 생각하고 있나.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계간 《리토피아》 편집인 겸 주간

http://seoultoday.kr/homepage.php?minihome_id=j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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