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만 기타 장인 곽웅수의 기타 인생 30년
세계적인 기타리스트들이 열광하는 기타 '브라만'은 기타의 본고장 스페인 등 유럽 브랜드가 아니다. 이 명품 기타는 강화 땅에 사는 곽웅수(55)라는 기타 장인이 만든다.
인도말로 우주작용의 근본 원리를 뜻하는 '브라만'. 텅 빈 공간 속에 우주를 아우르고, 6개의 줄로 따뜻하고 차가운 세상의 모든 음을 표현하려는 그의 혼이 담겨있다.
"기타문화는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과 미국 등 서양문화에서 시작됐기 때문에 우리가 따라잡는 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하지만 이젠 우리도 그들만큼 진보했고, 우리의 솜씨로 만든 기타와 기타문화도 세계적일 수 있어요."
그가 기타에 그의 인생을 걸기로 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당초 그는 인간 정신과 삶의 원류를 찾아가는 '고상한' 철학도를 꿈꾸었다. 그러나 인생에는 가끔 '우연'이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이 끼어들어 한사람의 생을 송두리째 바꿔놓기도 한다. 그가 그랬다.
"어느날 '내 기타를 만들고 싶다'는 충동이 일었어요. 악기제작사인 예일악기 공장에 아르바이트 견습생으로 들어가 기타 제작기술을 익혔죠. 하지만 그때까지도 설마 기타에 모든 것을 걸 수 있다고 생각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 90년에 자신의 공간을 마련했다. 축사를 개조한 막사에서 더운 여름, 추운 겨울을 마다 않고 나무를 붙이고 줄을 이어가면서 스스로 기타장이가 되어 갔다. 이력이 붙으면서, 손이 거칠어지는 만큼, 그의 욕망도 커갔다.
그가 주로 사용하는 나무는 브라질산 100년 된 하카란 나무와 로즈우드다. 최근에는 브라질당국이 이 나무의 벌목을 금지해 점점 나무 구하기가 어렵게 됐다고 설명한다.
그럼 뭐가 오늘의 브라만으로 만들었을까. 그는 자화자찬 같다며 쑥스러워 하면서도 "따뜻한 음색이 아닐까"라고 답했다.
'브라만'은 기타리스트 장대근씨가 브라만 1호로 2003년 봄 스페인 로예리아 국제기타 콩쿠르에서 우승한 것이 계기가 돼 세계적인 명품으로 알려지게 됐다.
"일단 세계적인 연주자들이 제 악기를 무대에 올리겠다고 하는 것 자체가 영광스러운 일이죠. 브라만의 우수성은 물론이고 우리의 기타문화가 세계에서 인정을 받기 시작했다는 방증이기도 해서 보람을 느낍니다."
곽씨는 최근 2천만~3천만원을 호가하는 베르나베나 로드리게스, 하우처 등을 썼던 국내 연주자들도 점점 '브라만'을 찾고 있다며 바쁜 손길 속에서도 잠시 웃음을 흘리기도 했다.
"전 사실 손재주가 없습니다. 그래서 다른 제작자보다 만드는 것이 굼떠 많은 시간이 필요하죠. 하지만 하기 힘든 일을 선택하고 그것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삶의 보람을 찾습니다."
지금까지 300대의 기타를 만들었다. 첫 5년은 당장이라도 최고가 될 것 같더니, 10년이 되니까 그때부터 몰랐던 것이 보이면서 비로소 부족한 부분을 알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20대는 피가 뜨거워서 그 뜨거움에 알맞은 크기의 소리가 좋았다고 한다. 이제는 감당을 못하고 50살이 넘으니까 피가 식은 것 같다고 말했다. 대신 무리한 모험은 안하고 실수도 전보다 덜해서 악기가 좀 더 정교해지고 있다는 장단점이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