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택만 칼럼]
참담한 전 대법원장 구속....사법부 신뢰회복이 급선무다
헌정 사상 전 대법원장이 구속되는 초유의 일이 벌어졌다. 전 사법부 수장이 구치소에 수감되는 유례없는 일을 보면서 참담한 심정이 고 충격적이다. 아직 유죄가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사법 신뢰는 더욱 추락하게 됐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해 청구된 구속영장의 실질심사를 맡은 영장판사는 검찰이 주장하는 범죄사실 중 상당 부분이 인정되고, 증거 인멸의 위험이 있다는 이유로 영장을 발부했다. 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재판 개입 혐의가 어느 정도 입증된다고 판단했다는 의미다.
7개월에 걸친 수사를 통해 검찰이 관련 증거들을 샅샅이 뒤졌고, 양 전 대법원장이 도주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는 점에서 과연 구속영장 청구와 발부가 불가피했느냐는 일각의 문제 제기에도 타당한 측면은 있다. 가급적 불구속 상태에서 피고인이 재판을 받게 해야 한다는 형사소송의 원칙에도 어긋난다고 볼 수 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재판을 통해 ‘사법 농단’ 의혹의 실체를 명확히 확인하는 일이다.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해서 유죄가 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법원행정처 문건에는 양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이 부적절하게 사용됐음을 보여주는 흔적이 들어있다. 하지만 그것을 ‘재판 거래’의 직접적 증거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적지 않다.
전 대법원장 구속을 돌이켜 보면 7개월 넘게 계속된 검찰 수사에서 전·현직 판사를 100명 가까이 소환 조사하고 대법원의 컴퓨터를 샅샅이 뒤졌다. 그렇게 검찰이 내놓은 많은 문건은 거의 대부분 대법원의 정책이나 절차에 관련된 것이다. 양 전 대법원장이 상고법원 설치를 위해 대통령과 국회의원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이거나, 강제징용 재판과 관련해 변호사를 따로 만난 것은 부적절하고 지탄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검찰이 양 전 대법원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거의 전부가 '직권남용'이다. 피의자에 대한 '직권남용' 적용은 애매모호한 점이 많아서 검찰권 남용의 대표적 지적을 받아온 터라 전 대법원장 구속을 많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부적절한 행위와 범죄는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앞으로 중요한 과제는 무너진 법원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양 전 대법원장 구속을 계기로 김명수 대법원장은 물론 전국의 모든 판사가 재판 독립을 어떻게 지키고, 어떤 사법부를 만들 것인지를 성찰하고 또 고민해야 한다. 김 대법원장은 어제 “참으로 참담하고 부끄럽다”며 국민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김 대법원장이 진정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믿음을 되찾고 싶다면 국제인권법연구회와 같은 특정 모임에 속한 판사들이 법원을 장악해 또 다른 적폐를 만들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사법이 신뢰를 잃으면 법원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다. 나라가 흔들리게 된다. 전국 판사들은 이 점을 명심하면서 판결하기 바란다.
□ 최택만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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