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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시가 살아 세상이 따뜻해지기를 / 장종권

등록날짜 [ 2019년02월03일 17시06분 ]

[장종권 칼럼]

시가 살아 세상이 따뜻해지기를 

 


맹자가 말했다. 예의를 비방하는 것을 자포自暴라 하고, 몸이 인에 살고 의를 따라 행하지 않는 것을 자기自棄라 한다. 말을 함부로 하는 것을 自暴라 하고, 행동을 함부로 하는 것을 自棄라 한다는 것이다. 自暴自棄하는 사람은 스스로를 해치는 자이며, 스스로를 버리는 자라는 말이다. 


물론 시대는 달라져 있다. 禮義나 仁, 義는 이제 수백 년이 묵어 곰팡이가 핀 곶감일 뿐이다. 뿐만 아니라 맹자 자체도 당대 어린 백성을 홀리는 곶감에 지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칼은 뒷전에 숨기고 감언이설로 백성을 홀리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별반 다를 게 없을 테니까. 그러니 맹자의 생각이 당연히 옳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우리에게 새로운 질서는 만들어져 있는가. 예의와 인의를 경멸하고 보다 더 가치가 있는 사상이나 국민철학, 아니면 합리적인 에티켓 규범이라도 세워져 있는가. 세대 차이는 이제 삼십년에서 더 줄어들 공산이 크다. 문명의 발전이라는 화두 아래 세상이 하도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禮義라든지 仁義를 주장하지는 않겠다.


막말의 소나기 속에서 산다. 말이 칼이 되고, 말이 총알이 되고, 말이 폭탄이 된다. 악플로 뒤덮인 인터넷 공간은 차마 들여다보기도 민망하다. 소름이 끼친다. 어쩌면 예법의 교육을 통한 인성 순화의 주역 공자 맹자를 껍데기로 뒤집어씌우고, 안에서는 철저한 순자적 법치로 무장한 권력자들이 오늘의 기가 막힌 상황을 만들었을 수도 있다. 이제는 아무도 속으려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속기 전에 받아버리겠다는 것이다. 


내 아이를 보호하려는 부모들의 극진한 마음을 나무라고 싶지는 않다. 내 아이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이나 행동을 철저하게 응징하려는 부모의 마음은 인지상정이라 할 수 있다. 내 아이에게 함부로 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이 문을 닫을 수 있고, 학교 선생님들도 당연히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왜 그런 부모는 얼굴만 돌리면 악플 속으로 진군할까. 왜 날카로운 칼로 무장하고 쌍권총을 차고 인터넷으로 SNS로 침투하여 무자비한 폭력을 휘두르는 것일까. 자신의 이름을 숨기고 얼굴을 숨길 수 있으니 내 아이가 볼 일은 전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언제든 볼 수 있다. 아이들에게도 인터넷은 즐겁고 신비로운 공간이고 SNS도 조만간 섭렵하게 될 편리한 공간이다. 이 아이들은 숱한 악플을 부모가 올린 것인지도 모르고 볼 수도 있다. 그런 경우를 떠나서도 아이들이 곧 접하게 될 어른들의 공간이 이 지경이라면 이미 이 나라의 교육은 물 건너 간 것이 아닐까 우려가 되는 것이다. 내 아이 아무리 지켜주어도 그 아이가 나아갈 사회가 이 지경이라면 보호한다고 보호가 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무슨 일이든 자기 생각이 옳다고 말하면 곧바로 주장이 된다. 바탕이 되는 근거와 논리가 아무리 정연해도 소용이 없다. 세상은 변하는 것이 이치이고 어디에도 답은 없다. 답이 없으니 옳은 것도 없다. 선한 것도 없다. 진실도 없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그른 것도 없고, 악한 것도 없고, 거짓도 없다. 그런 것들은 귀신도 모른다. 귀신의 며느리도 모른다. 주장은 내 생각일 뿐이고 다른 사람들이 내 생각과 달라서 기분이 나쁠 뿐이다. 기분이 더 나빠질 경우 곧장 악플로 간다면 용서와 배려는 어디로 갈 것이며, 대화와 타협은 어디로 갈 것인가.


시가 무엇이어야 한다는 정의도 없고 법도 없다. 시는 스스로 알아서 오늘을 살고 미래를 열어 가면서 결코 잘못된 길로 가지 않을 것이다. 시가 살아 세상의 말들이 건강해지고 따뜻해지기를 빌어본다.

 

 

□ 장종권

(사)문화예술소통연구소 이사장. 계간 《리토피아》 편집인 겸 주간

http://seoultoday.kr/homepage.php?minihome_id=jj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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