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택만 칼럼]
인간과 돼지의 동거 인연
설을 맞으면서 음력 2019년 기해년을 새해를 맞았다. 60년 만에 돌아온 황금돼지의 해이다. 기해년의 한자를 풀이하면 기해년(己亥年)의 기(己)가 황이기 때문에 ‘노란 돼지의 해’,’황금돼지의 해’라고 불린다. 예부터 우리나라는 돼지를 매우 길한 동물로 여겨 돼지꿈을 꾸면 재물이 넘치고 먹을 복이 있다고 한다.
돼지는 뱀에 물려도 뱀의 맹독이 퍼지지 않아 죽지 않는다. 돼지는 인간의 집에 수시로 출몰하는 뱀을 육중한 몸으로 밟아 죽인다. 돼지가 뱀이 인간들을 해치지 못하게 막아주는 고마운 일을 한다. 그래서 인간이 자신의 대변(똥)을 주거나 음식 쓰레기를 돼지에게 주면서 동거하게 되었다고 한다.
인간과 돼지의 동거에는 이런 명백해진다. 한자를 보면 인간이 돼지와 동거하는 모습을 보여 준다. 한자어 집(家) 자를 만들면서 돼지 시(豕) 자를 지붕 변 아래 넣어 두게 된 것이라고 한다. 또한 돼지의 돈(豚) 자가 돈(화폐)과 음이 같아서 재물을 뜻하기도 한다. 그래서 돼지 저금통을 만들고 돼지 모양의 주화(鑄貨)를 만들어 선물하기도 한다.
경남 창원시를 돼지와 관련된 대표적인 여행지가 있다. 돝섬이다. ‘돝’은 돼지의 옛말이다. 말 그대로 돼지 섬이다. 돝섬은 11만2000㎡의 작은 섬이다. 1982년 5월 국내 최초의 해상유원지라는 이름을 얻었다. 마산항에서 1.5㎞ 거리다. 배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한다. 입구에 ‘복을 드리는 황금돼지섬 돝섬’이라는 환영 문구가 걸려 있다.
이 섬에는 슬픈 전설이 있다. 가락국 왕의 총애를 받던 후궁 미희가 고향을 잊지 못하고 홀연 궁을 떠났다. 신하들이 그녀를 찾아가 돌아오라 요청하자 미희는 황금 돼지로 변해 무학산으로 사라졌다. 그 후 황금 돼지가 백성을 괴롭힌다는 소문이 떠돌자 병사들이 금빛 돼지에 활을 쏘자, 섬이 돼지가 누운 모습으로 변했다고 한다.
돝섬은 이런 전설을 품고 있지만 오늘날에는 밝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황금 돼지 상(像)을 가슴에 품으면 부자가 되고, 섬 둘레를 한 바퀴 돌면 1년간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속설 때에 돼지를 한 번씩 안아보려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섬의 입구에서 정상까지 거리는 불과 50m이다.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는 시비와 조각 작품이 곳곳에서 반긴다. 2012년 창원조각비엔날레 때 설치된 유명 조각가들의 출품작 24점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정상에는 노산 이은상 시인을 기리는 비가 있다.
□ 최택만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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