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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우정학 개론 / 김은자

등록날짜 [ 2019년02월07일 18시28분 ]

[김은자 칼럼]

우정학 개론

 


바이런은 말했다. 우정은 날개 없는 사랑이라고. 우정과 사랑을 한 뿌리에 놓고 말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우정은 사랑의 종류이지만 날개가 없다는 말일 것이다. 날개가 없다는 말은 날아가지 못한다는 말일 것이다. 날아가지 못한다는 말은 떠나지 않는다는 말과도 같다. 떠나지 않는다는 말은 영원하다는 말과도 상통한다.   남녀 간의 사랑보다 상질이 우정이다.


유안진 시인은  ‘지란지교를 꿈꾸며’ 라는 글에서 말했다. 저녁을 먹고 나면 허물 없이 찾아가 차 한잔을 마시고 싶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냄새가 좀 나더라고 흉보지 않을 친구가 우리 집 가까이에 살았으면 좋겠다고. 비 오는 오후나, 눈 내리는 밤에 고무신을 끌고 찾아가 밤늦도록 공허한 마음도 열어 보일 수 있고 악의 없이 남의 얘기 주고받고 나서도 말이 날까 걱정되지 않는 친구가 곁에 있었으면 좋겠다고. 사람이 자기 아내나 남편, 제 형제나 제 자식하고만 사랑을 나눈다면 어찌 행복해질 수 있겠느냐고… 글을 읽는 내내 흐뭇한 것은  원하는 친구의 모습을 누구보다 잘 표현해 주었기 때문일 것이다.


나이 들어 알겠다. '지란지교를 꿈꾸며'는 전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일 차원적인 우정을 노래한 글이 아니라는 것을. 내가 원하는 친구의 모습을 대신 말해준 글에 그쳤다면 이토록 오래 사랑받지 못했을 것이다.


우정의 맹점이 바로 그것이다. 우리는 내가 친구를 위해 무엇이 되어 주기 보다 상대방이 나를 위해 무엇이 되어주기를 바란다. 본인들은 친구라고 하지만 필요충분조건 관계로 보이는 관계들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 그들은 우정의 섬세함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서로 필요할 뿐이다. 우정은 내가 원하는 모습의 친구를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친구가 원하는 무엇이 되어 주는 것이 우정이다. 사랑이 상대방의 마음 깊숙이 산책하는 것이라면 우정 또한 그러하다. 친구의 마음 깊은 오솔길을 거닐며  덤불도 잘라주고 슬며시 의자도 내어주는 것이 우정이다. 옹이를 보았을때 함께 옹이 속에 머물러 주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소소한 일상과 심리상태를 온라인상을 통해  불특정 다수와 관계를 형성한다. 내가 추가한 사람은 팔로잉이 되고 나를 추가한 사람은 팔로워가 되어 영혼 없는 대화를 지저귄다. 문제는 삶을 공유한 것처럼, 심리를 공감한 것처럼 착각하며 살아간다는 것이다.


우정은 디테일이다. 우정은 소소하면서도 섬세하고 은밀하다. 우정은 작은 것을 무시하면 깊어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런 우정이 사라진 지 오래라고 하지만 지금도 세상은 우정으로 인해 풍요로워진다.  


'지란지교를 꿈꾸며'의 후반부가 이제야 읽힌다. 때때로 맛있는 것을 내가 더 먹고 싶을 테지만, 내가 친구보다 더 예뻐 보이기를 바라지만, 금방 그 마음을 지울 줄도 알 것이라고 한다. 얼음 풀리는 냇물이나 가을 갈대숲 기러기 울음을 친구보다 더 좋아할 수 있겠으나 결국은 우정을 제일로 여길 것이라는 말이 가슴에 와 닿는다.


친구야, 친구를 얻는 유일한 방법은 스스로 완전한 친구가 되어 주는 것이라고 한다. 날개가 없어 떠나지도 못하는 우매한 사랑이 우정이라고 한다. 나이들어도 우정이 청년보다 간절해지기를…. 한 손 없이 또 한 손이 어찌 따스해 질 수 있을까. 

 

 

□ 김은자 
시인. 미주시낭송문화예술원 원장. 뉴욕 K-RADIO 문학프로그램 '시쿵' 진행

http://seoultoday.kr/homepage.php?minihome_id=ke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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