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택만 칼럼]
자영업자의 눈물을 닦아 주라
정년퇴직한 사람들의 부채를 제외한 순자산은 3억이 되지 않는다고 한다. 이 퇴직자들이 60세도 채 되지 않은 나이에 뭐 할 일이 없나 생각하다 손쉬운 체인점이나 식당을 차린다. 자영업으로 시작한 가계들의 존속기간은 평균 3년이다. 3년 이내 폐업이 50%이고 5년 이상 살아남는 자영업은 30%에 불과하다.
5년 이상 버틴 자영업자도 요즘은 종업원 월급주고 손에 쥐는 것은 동전 몇 잎이라고 하소연한다. 지난해 폐업에 내몰린 자영업자는 100만 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버티다 못해 지난해 8월 폭우 속에 광화문 광장에 뛰쳐나와 “최저임금 때문에 못 살겠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자영업자들의 호소를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자영업자를 대표하는 소상공인연합회 대표는 느닷없이 수사를 받았고, 이 단체는 정부의 중소기업인 간담회에도 번번이 누락됐다.
최근 2년간 29%에 달하는 최저임금 상승으로 영세업자들의 폐업이 잇따르면서 소상공인들이 길거리에 나서 울부짓는 최악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단지 선거공약이라는 이유로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렸다. 피해자가 속출해도 방향이 옳다면서 획일적으로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
대폭적인 최저임금 인상을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밀고 나가기 위해서이다. 이 소득정책은 세계 어느 나라도 채택한 바가 없다. 한국이 국가 경제를 볼모로 삼아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 소득을 늘려주면 저소득자의 소비도 늘어나 경제가 선 순환한다지만 실물경제에서 그 원리가 작동하지 않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에서 가장 극심한 나라가 됐다”고 했다. 하지만 2018년판 유엔인간개발보고서에 따르면 세계 156개국 중 한국이 불평등한 편에 속하지 않는다.
그런데도 이 정부는 “경제적 불평등이 세계 최고”라면서 고용주 지불 능력과 무관하게 최저임금을 급격히 올리고, 일자리를 더 늘리자면서 획일적으로 근로시간 단축을 밀어붙이고 있다. 1% 대기업을 제외한 99% 중소기업이 인건비 부담 때문에 고용을 기피하면서 최악의 고용참사도 빚어지고 있다.
경제 전반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한국의 성장률은 2%대로 뚝 떨어졌으나 문 정부는 올해도 소득주도성장을 포용정상이라 아름만 바꿔 밀고 나가고 있다. 이념적 색채를 띤 경제정책은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성공한 바가 없다. 지금이라도 정부가 680만 자영업자들의 눈물을 닥아 줄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
□ 최택만
전 서울신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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