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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 이경구

등록날짜 [ 2019년03월01일 18시18분 ]

[이경구 칼럼]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

 


    하늘에 구름이 낀 어느 가을날, 우리 내외는 한국 전쟁 참가 용사상 앞에 다다랐다. 키가 큰 용사상은 우비를 입고 철모를 썼으며 오른 손에는 엠원 소총을 들고 있다. 용사상 바로 앞쪽의 화강암 보도 위에는 이런 글이 새겨져 있다. 

 

       OUR NATION HONORS HER SONS AND DAUGHTERS WHO ANSWERED
       THE CALL TO DEFEND A COUNTRY THEY NEVER KNEW AND A 
       PEOPLE THEY NEVER MET 1950 ▼ KOREA ▼ 1953

 

    우리말로 옮기면 ‘우리는 전혀 알지도 못하는 나라와 만나 본 적도 없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나라의 부름에 응한 아들과 딸들을 존경합니다’라는 뜻이다. 


    그 글을 읽으니 머리가 저절로 숙어 졌다. 아내도 가슴이 뭉클해 온다고 말하였다. 미국이 한국 전쟁에 참가한 용사들에게 바치는 글인데, 길이가 짧고 쉬운 말로 쓰였으나 뜻이 매우 깊다.  


    그 용사상 뒤에는 왼손에 소총을 든 용사상, 무전기를 들고  있는 용사상, 큰 장비를 어깨에 짊어진 용사상들이 관목이 우거진 곳에서 우리 쪽을 향해 전투 대형으로 전진해 오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바른쪽 수풀 너머로 링컨 기념관의 하얀 지붕도 보인다.


    왼편 통로 입구에 있는 화강암 담벼락으로 발길을 옮겼다. 검은색 표면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새겨져 있다. 그 밑에는 화환이 놓여 있는데 보낸 사람이 한국인이다.   

 

         FREEDOM IS NOT FREE

 

    이 말인즉슨 ‘자유는 공짜가 아니다’라는 뜻이 아닌가. 나는 일제 강점기의 닭띠 해에 태어나 여든 살 가까이 살아오면서 자유라는 말을 피부로 느끼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담벼락 앞쪽 바닥에는 미군 사망자가 54,246명이며 유엔군 사망자는 628,833명이 된다고 새겨 놓았다. 실종자, 포로가 된 자, 부상자의 숫자도 음각해 놓았다. 숫자들을 보니 눈물이 핑 돈다. 


    워싱턴주에서 온 우리 내외는 맨 끝에 있는 용사상을 돌아보고 링컨 기념관 앞쪽의 큰길로 나왔다. 서울에서 온  <한국수필> 동인들도 모였다. 관광버스는 우리 일행을 싣고 포토맥 강을 건넜다.


    차창 밖을 내다보니 보슬비가 내린다. ‘외무부 장관 이범석의 묘’의 비문에 새겨진 문구가 머리에 떠오른다. 1992년 여름에 외무부를 정년 퇴임하자, 서울현충원에 있는 고인의 묘소를 찾아가 참배를 하였다.
 
    ‛그 어느 날 통일의 큰 꿈 이뤄져 평양 가는 첫 기차 서울 떠나는 기적 소리 울릴 때 임이여 무덤 헤치고 일어나소서’


    고인은 1983년 10월 이른바  ‘양곤 아웅산 묘역 폭탄 테러 사건’으로 미얀마에서 순직하였다. 북한 특공대가 자행한 폭탄 테러의 발생지인 미얀마는 나의 첫 재외 공관 근무지다. 


    워싱턴 디시에 있는 한국 전쟁 참가 용사상을 찾은 지 한 해가 지났다. 올해 11월에는 우리 내외가 아들 부부가 모는 차를 타고 우리 마을 앞쪽 고속도로를 달리어 시애틀 북쪽 자락에 있는 와셀리(Washelli) 공원묘지를 찾아갔다.  


    한국계 여성과 호프킨스(Stephen T. Hopkins)라는 매니저는 우리 일행을 데리고 다니며 시신 또는 유골함을 땅 밑에 묻고 화강암 석판으로 덮은 뫼들을 보여 주었다. 건물에 층마다 방을 만들고 시신이나 유골함을 넣어 두도록 설계된 묘지며 여러 형태의 장사 시설을 안내하였다. 


    아내는 햇빛이 잘 드는 옥외 지상 납골당이 좋다고 한다. 납골당 왼쪽에는 미군들의 묘비가 있고 그 옆에는 성조기가 꽂혀 있다. 호프킨스는 한국 전쟁에 참전하여 전사한 용사도 묻혀 있다고 말하였다. 


    나는 호프킨스와 부부용 옥외 납골당의 매매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저서 『소렌토 아리랑(The Song of Sorrento Arirang)』을 선사하고, 내가 영면할 유골함의 납골당 덮개에는 다음과 같은 말을 양각으로 새겨 달라고 하였다.  

 

         Kyung Ku Lee, 1934-
       Author of “The Song of Sorrento Arirang” 

 

    공원묘지 사무실을 나오니 마음이 가벼웠다. 우리 일행은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향하여 가다가  캘리포니아 피자 키친(California Pizza Kitchen)이라는 피자 레스토랑에 들렀다. 커피와 피자를 사서 먹으니 즐겁다.                                              
 

                                                          

□ 이경구 
前 외교관. 외교안보연구원 명예교수 역임

http://seoultoday.kr/homepage.php?minihome_id=lg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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