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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란색 물개』 제1화 '한복입은 女子' (제8회) / 김산

등록날짜 [ 2019년03월14일 10시17분 ]

옴니버스 연재소설 『파란색 물개』  / 김산 作

 

제1화 <한복입은 女子> (제8회)

 

처남은 타인이 아니다. 핸드폰 가게를 믿고 맡길 수 있을 것이다. 벗은 양발을 뚤뚤 말아 구석으로 던지며 당장 내일부터 출근하라고 말했다.

한 달이 화살처럼 빠르게 흘렀다. 백천길은 본댁이며 처갓집에, 큰집에 작은 집에 외갓집에 인사 다니다 보니 신혼기분이 슬그머니 떨어져 나갔다.

“매형 아무래도 직원들이 물건을 빼 돌리는 것 같습니다.”

백천길이 낚시를 가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다. 손아래 처남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낚시를 포기하고 대리점으로 가서 재고 조사를 해 보니까 엉망이다. 다른 대리점도 상황이 비슷했다.

“음……”

핸드폰 몇 개를 빼돌린 것은 문제가 아니다. 직원이 대리점 안에 부스를 따로 만들고 제 영업을 하는 놈도 있었다. 공금을 삼억 넘게 횡령한 경리도 있다. 전세로 얻은 가게를 월세로 돌려놓은 놈도 있었다. 백천길은 너무 기가 막혀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매형, 이 기회에 핸드폰 대리점은 접어 버리고 다른 사업을 하는 것은 어때요?”

“뭘로?”

“요즘 사람들이 건강식품을 많이 찾잖아요. 건강식품은 단가도 비싸고 마진이 삼십 프로나 되는 것도 있습니다. 십만 원짜리 하나 팔면 삼만 원 떨어지는 거죠.”

“음……하루에 백 개 팔면 삼백 만원 번다는 말이 되는군.”

백천길은 돈을 횡령한 연놈들을 모조리 고소하자는 처남의 말을 뭉개버렸다. 한번 사기 친 놈은 또 사기 치기 마련이다. 꼬리가 길면 잡히는 법이다. 내 손으로 교도소에 집어넣지 않아도 언젠가 갈 것이라는 생각에 모두 용서를 해 줬다.

건강식품 대리점을 차리면서 처남에게는 부 사장이라는 직함을 줬다. 중형차도 한 대 뽑아 줬다. 경리를 제외한 판매직원을 세 명이나 고용 할 정도로 제법 큰 규모다. 번화가여서 장사는 순풍에 돛단 것처럼 번창해 갔다.

제 버릇 개 못준다는 말이 있다. 건강대리점 사업도 번창하겠다. 남아도는 것은 시간하고 돈 밖에 없었다. 슬슬 내 여자 살이 아닌 남의 여자 살이 생각났다. 결혼을 했으니까 바람을 피우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더 간절하게 남의 여자 살이 떠올랐다.

사람은 누구든지 자기만의 철칙이 있다. 어떤 사람은 술을 마시면 세상이 두쪽 나는 한이 있더라도 3차를 가야 한다. 그래야 술 마신 기분이 든다. 또 어떤 사람은 라면이나 국수 같은 면 종류를 먹었더라도 밥을 몇 수저 먹어야 한 끼를 때웠다는 기분이 드는 사람이 있다.

백천길은 여자를 만나면 햇살이 창문 커튼을 하얗게 물들일 무렵 모닝섹스를 해야 직성이 풀린다. 한 밤중에 취한 몸으로 쫓기듯 섹스를 하고 헤어지면 김치하고 맥주 마신 것 같았고, 피자하고 막걸리 마신 것 같아서 영 기분이 개운하지 않았다.

외박을 하려면 아내가 납득할 만한 핑계를 대야한다. 제일 편한 것이 지인들의 장례식에 참석하여 날 밤 새우는 일이다. 아내가 모르는 친구의 사돈팔촌까지 모두 장례를 치르고 나니까 아이템이 궁했다.

밤낚시를 핑계로 집을 나갔다가는 수산시장에 들여서 우럭이며 고등어론 사오는 것이 귀찮았다. 전역하고 처음 만난 군대친구가 반가워서, 거래처 사장과 만나서, 김포 아버지댁에 갔다가 자고 왔다는 등 나름대로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놨으나 여자의 촉감이라는 것이 있다.

백천길이 팬티를 거꾸로 입지 않고, 모텔이나 호텔 비누를 사용하지 않아도, 일부러 쾡 한 눈빛으로 집에 들어가지 않아도 외박이 거듭되니까 아내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급기야는 부부싸움으로 번졌다.

부부싸움 끝에 임신한 아내가 울며불며 가방을 꾸려 친정으로 갔다. 백천길은 결국 장모한테 두 손이 닳도록 빌고 나서 아내를 데리고 왔다.

그렇지, 내가 왜 그걸 몰랐을까?

백천길은 해외로 눈을 돌렸다. 새로운 상품 개척으로 일본, 필리핀,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으로 나가서 일주일 정도 밤낮으로 뒹굴다 오면 한 동안 여자 생각이 나지 않았다. 해외 나들이가 잦을수록 건강식품 대리점의 매상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음, 남자는 사업에 집중 할지도 알아야지.”

백천길은 초심으로 돌아가기로 하고 건상식품대리점을 접었다. 김포에 있는 땅을 천 평 쯤 팔아서 전자제품 대리점을 오픈했다. 결과는 일 년을 버티지 못했다.

그것을 시작으로 백화점 내 양복매장, 정관장 판매장, 골프샵, 주유소, 메이커 운동화 대리점, 가구대리점 등 자영업 순례를 시작했다.

일단 창업을 하면 하루하루가 해피데이다. 자본 잠식에 들어가면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서 시선을 돌렸다. 그때마다 친구들이 최상의 창업아이템을 내 놨다.

식당도 웬만한 종류는 다 해봤다. 삼겹살 전문점은 기본이고, 삼계탕, 오리전문점, 한우전문점, 설렁탕, 한식뷔페, 순댓국 식당, 심지어 국수전문점도 해 봤다.

특징이 있다면 사세를 불려 나갈 수 있는 제조업이라든지, 주식회사 형태로 판매업 같은 것은 해 본 것이 없었다. 모두 자영업이었다. 덕분에 시작도 빨랐고 폐업도 빠를 수밖에 없었다.

백천길은 김포 땅은 물론이고 아파트며 자동차까지 다 팔아먹은 후에야 정신을 차렸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아내는 다른 남자 아내가 되어 있었다. 60평 아파트에서 월세 2십만 원짜리 방으로 주저앉았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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