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해필 칼럼]
욕량타인(欲量他人) 하려거든 선수자량(先須自量) 하라
명심보감 정기편에 나오는 말이다. "태공이 말하기를 타인을 헤아리고자 하거든 먼저 스스로를 돌아보아야 하고, 남을 해치려는 말은 도리어 자신을 해칠 수가 있으니 피를 머금어 남에게 뿜으면 먼저 자기의 입이 더러워 진다."고도 하였다.
또한 "복이 있다고 해도 다 누리지를 마라. 복이 다하면 몸이 빈궁해 질 것이요. 권세가 있다고 해도 함부로 남용하지 말라. 권세가 다하면 원수와 서로 만나느니라. 복이 있거든 항상 스스로 아끼고 권세가 있거든 항상 스스로 공손해야 한다. 교만하고 사치스러운 사람은 시작이 좋았더라도 끝이 허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조선말에 왕실이 무기력하고, 일부 권문 세도가들이 나라의 앞날을 생각하기보다 온통 자기 일족의 부귀영화만을 챙기면서 온갖 부정부패를 자행하고 백성들의 삶의 질 향상은 아예 신경도 쓰지 않고, 그저 목전의 이익에만 눈이 어두워 온갖 폐해를 남발하면서 나라의 근본을 어지럽히면서도, 주변 국제 정세를 살필 줄을 몰랐던 탓에 나라가 내리막으로 치달아 주변국과의 외교관계에는 장님처럼 되어버리고 망국의 길로 들어섰던 게 아니었던가.
우리가 지금도 놈 자를 붙이는 일본만 하더라도 삼국시대부터 백제의 왕인 박사가 한자를 전래하였다고 할 정도로 한반도에서 학자를 초빙할 정도였던 일본이 서양문물을 적시에 받아들여 명치유신이란 근대화 운동을 전개하며 국력을 키우는 것을 파악도 하지 못하고 왜구라면서 무시하고 지내다가 그 결과가 과연 어떻게 되었는가 말이다. 조선말의 나라 꼴이 대문이 활짝 열린 무주공산의 한심한 행색이었던 터라, 임진왜란 발발 직전이나, 병자호란 발발 당시도 마찬가지였고 조선말에도 청, 러, 일의 각축 장이 되어 줏대도 없는 부평초처럼 휘둘리다가 용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그들의 탐욕의 희생재물이 되어 총 한방 쏴 보지도 못하고 망국의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니었던가.
나라의 기강은 물러터질 대로 물러빠져서 오죽하면 삼정의 문란이란 말이 다 생겨났던가 말이다. 전정, 군정, 환곡의 문란이라고 세금이 천정부지로 올라가고 군인들의 봉급으로 지급한 쌀속에 돌이 들어 있고, 죽고 없는 사람 앞으로도 세금이 나오고, 어린아이 이름으로도 세금이 부과되고, 춘궁기에 빌려간 곡식을 높은 비율로 수탈을 하고, 결국 이런 삼정의 문란이 조선 사회의 신분제도 해체와 맛 물려 조선의 멸망을 앞당기게 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요즘 우리 사회가 세금부과의 기준이 된다는 공시 지가가 시세 가격과 비슷하게 매겨지고, 부익부 빈익빈은 물론 노사간의 갈등이 협조관계를 통한 공동선을 추구하기 보다는 서로 전쟁을 벌이는 듯한 아전인수격의 임금 인상투쟁으로 노사간이 공생관계가 아니라 마치 적대국간에 전쟁을 하는 듯이 살벌하고 나라의 대사인 국방 문제 마져 한심한 조선말의 그 위정자들처럼 역사를 망각한자는 미래가 없다고 하였는데, 어찌 스스로 안보의 울타리를 허물어뜨리지 못할까 노심초사 하는 정치지도자에 의하여 나라의 앞날이 백척간두에 이르렀으니 이일을 어이 할꼬?
조금이라도 나라의 안보를 걱정하는 사람이라면 걱정이 태산 같은 지금, 온통 온 나라 국민들이 집단 우울증에라도 걸린듯한데 여전히 만대 미래를 짊어지고 나갈 아이들의 교육은 일부 좌경집단의 전유물이 되어버린 지 오래이고, 나라의 교육정책은 우왕좌왕하고, 태극기를 흔들며 주말마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천사람의 피 울음, 만 백성의 호소도 들을려고 하는 귀가 없어 허공에 메아리칠 뿐이니 나라가 한말 정세보다 더 낫다고 어찌 말 할 수가 있겠는가.
각종 세금의 인상과 서민 생활의 어려움을 세세하게 살피지 않고 졸속으로 시행되는 각종 정부의 시책들이 바닥 민심과 괴리가 벌어지면 어떤 결과가 초래될 것인지 걱정스러울 뿐이다.
그 자신도 이 씨 왕가의 후손이었는데도 왕정의 복구를 반대하고 식민치하에서 독립운동을 하시다가 해방정국에서 우리나라의 정치체제를 자유민주주의 시장 경제체제로 설정하고 한미동맹을 통한 안보체제의 공고화로 남의 원조를 받았던 나라에서 다른 나라를 원조할 수 있는 나라로 변신한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라는 물건도 여러 가지를 만들어 수출까지 할 수 있는 지금 200여개의 국가 중에 경제규모가 10위권을 맴돌 정도로 오늘날 이 만한 나라로 키워 온 것은 이승만 박사와, 보리 고개를 없애려고 각고 정려한 박정희 대통령같은 선구자의 은덕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많지 않은가.
그냥 어영부영 저절로 나라가 이렇게 잘된 것으로 착각하는 국민들이 하루 빨리 깨어나기를 바랄 뿐이다.
육군 병장이 지가 세상에서 제일 높은 줄 알고 아가씨가 지들은 절대로 아줌마가 안 될 줄 알지만 그게 가당키나 한 일인가. 정신을 바짝 차려도 중국이나 공산 월남이 이를 악물고 치받고 올라오는 데 보고도 모른단 말인가? 임난 때 피난길을 해매돌던 선조처럼, 다시 또 나라가 망하기라도 한다음 곽산 달에 슬피 울고 두만 강물에 탄식이라도 하려는가?
<격양 시> 이르기를 평생에 눈썹 찡그릴 일을 하지 않았으면 응당 세상에 나에게 이를 갈 사람이 없을 것인데, 큰 이름을 어찌 돌에 새기려 하는가? 길가는 사람들의 말이 그 돌에 새긴 비석보다 나을 것이라 했다.
백제 멸망을 안타까워 햇던 유득공의 시가 생각난다.
落日扶蘇 數點烽(낙일부소수점봉)
天寒白馬 怒濤洶(천한백마노도흉)
奈何不用 成忠策(내하불용성충책)
却恃江中 護國龍(각시강중호국용) .
부소산(扶蘇山)에 해가 지자 봉화(烽火)가 오르고
차가운 날씨 백마강(白馬江) 물결이 드높네.
성충(成忠)의 계책(戒責)을 어찌하여 버려두고
도리어 호국(護國)의 용(龍)만을 믿었던가.
□ 최해필
예비역 육군소장. 전 항공작전사령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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