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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란색 물개』 제1화 '한복입은 女子' (제9회) / 김산

등록날짜 [ 2019년04월10일 08시31분 ]

옴니버스 연재소설 『파란색 물개』  / 김산 作

 

제1화 <한복입은 女子> (제9회)

 

그 동안 음으로 양으로 힘이 되어 주셨던 부모님마저 돌아가셨다. 부모님만 돌아 가신 것이 아니다. 김포에 있는 집이며 텃밭까지 날려 버렸다.

정들자 이별이라는 말이 있다. 백천길은 백억이 넘은 돈을 날려 버리고 나서야 사업의 성공비결을 깨우쳤다.

백천길은 돈뭉치를 길바닥에 뿌리며 걸어 온 길을 되돌아봤다. 장사에 대해서 쥐뿔도 모르는 놈이 돈만 믿고 창업을 해서 실패를 했다. 애당초 장사를 하는 것이 아니다. 상가를 사서 임대업을 했더라면, 김포 땅을 팔아서 빌딩을 샀더라면, 지금쯤 최소한 재산이 오백 억 이상 불었을 것이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다. 백천길은 더 이상 내려갈 오르막이 없다고 판단했다. 탁구공을 바닥에 힘껏 내려칠수록 더 높이 올라간다. 막판까지 내려 왔으니 성공할 일만 남았다는 생각에 새로운 사업 아이템을 찾아냈다.

이번에는 과거에 창업을 할 때와 다르다.

과거에는 창업을 하겠다는 전화를 하면 친구들이 최소한 일개소대는 모였다. 어떤 놈은 구청 회의실을 빌려서 파워포인트로 만든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또 어떤 놈은 대박 날 아이템이 있다며 필리핀으로 불러냈다. 필리핀에서 라운딩을 하고, 새파란 영계한테 몸무게를 3킬로 정도 축 낸 다음에 사업 이야기를 했다. 어떤 친구는 창업아이템에 확신을 주기 위해 컨설팅사무실로 불러내기도 했다.

이번에는 자급자족으로 창업아이템을 창안했다. 단순한 아이템이 아니다. 그 동안 쏟아 부은 모든 돈을 되찾을 수 있을 정도의 혁신적인 아이템이다.

그 결과 변학수를 만났다. 사업자금도 빌려주기로 했다. 남은 과제는 이숙영을 어떻게 꼬여내서 변학수를 만나게 하느냐 이다.

백천길은 대망의 작전을 앞두고 일단 슈퍼에 갔다. 소주 두 병하고 캔맥주를 하나 샀다. 짬뽕라면 다섯 개 들이 하나. 계란 다섯 개를 사 들고 집으로 갔다.

이선희만 아! 옛날이여, 지난 시절 다시 돌아 올 수 없나! 라고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다. 백천길은 요즘 주식으로 먹는 라면을 먹을 때마다 옛날 생각이 났다. 옛날에는 텔레비전에서 라면 광고하는 것을 보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라면을 사 먹었다. 지금은 돈이 없어서 라면을 먹는다.

오늘은 특별한 날이다. 짬뽕라면에 계란을 두 개나 풀었다. 청양고추도 가위로 툭툭 잘라 넣고 후춧가루 술술 뿌리고 고춧가루로 간을 했다.

평소 같으면 휴대용가스렌지 위에 냄비 째 올려놓고 라면을 먹는다, 오늘은 밥상에 차렸다. 맥주컵에 소주를 따랐다. 맥주를 적당히 섞어서 완샷!을 했다.

샷(sho)이라는 말은 원래 총알이라는 뜻이다. 서부시대에 위스키 한잔 가격하고 총알 한 개 가격이 같았단다. 돈이 없는 총잡이들이 위스키를 사 먹을 때 총알 한 개를 준 것이 완샷의 유래다.

백천길은 한참 잘 나갈 때 양주와 소주와 맥주와 고량주로 단련이 됐다. 소주 한 병 정도는 새가 좁쌀 한 알 쪼아 먹기나 비슷하다. 두 병을 비우고 나서야 본격적으로 라면을 먹기 시작했다.

그래, 제 년이 금태 둘렀나?

이숙영을 어떻게 꼬여 낼까 궁리를 하던 끝에 마침내 결론이 났다. 이숙영이 소나무에 홀로 앉아 있는 한 마리 학처럼 고고해도 이슬만 먹고 살지는 않을 것이다. 저도 하루 세끼 먹고 화장실에 가면 똥도 누고 오줌도 갈긴다. 그런데도 변학수 같은 작자가 애를 태우는 것은 신비주의 작전을 구가하기 때문 일 것이다.

너 자신을 알라!

백천길은 이숙영은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여자일 것이라는 가정을 세웠다. 그녀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이 아니다. 자신의 미모가 남자들의 시선을 빼앗아 버릴 정도로 매혹적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모든 남자들은, 아니 세상의 모든 수컷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암컷을 찾아 방황하는 습성이 있다. 절세미인이라도 6개월만 같이 살면 그냥 여자로 보일 뿐이다.

이숙영은 그래서 손님들에게 차 대접을 하면서 5분 이상 지체하지 않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50% 관상을 볼 줄 안다고 한다. 사람을 처음 보면 사기꾼처럼 생겼다. 소도둑놈처럼 생겼다. 영화배우 닮았다. 참 착하게 생겼다. 라고 이미 관상을 본다, 이숙영도 그 점을 이용했을 것이다.

백천길은 손님 입장에서 분석을 해 봤다.

이숙영은 늘 한복을 입는다고 한다. 한국화의 아름다움이 여백에 있다면, 한복의 아름다움은 숨기는데 있다. 몸을 완벽하게 감추고 있으면서도 은연중 슬쩍슬쩍 드러나는 윤곽이 보여주고 있는 은근한 멋이 한복을 아름답게 만든다.

저고리를 입을 때 젖가슴이 돌출되지 않도록 치맛단으로 동여매는 것도, 발가락이 보이지 않도록 버선을 신는 것도 행여 장딴지가 보일까봐 속바지를 입는 것도 그런 맥락이다.

걸음을 걸을 때 은근슬쩍 윤곽이 보이는 엉덩이의 곡선, 팔을 치켜 올렸을 때 저고리가 치켜 올라가면서 보일 듯 말듯한 옆구리, 저고리 깃 사이로 살짝 드러나는 뽀얀 살이 성적 욕구를 충동질 한다.

맞아! 내 생각이 틀림없어.

한복을 입고 차를 따를 때 굳이 저고리를 걷어 올리지 않는다. 이숙영은 저고리를 걷어 올려서 뭇 남성들의 시선을 하얗고 가는 손목에 집중시킨다고 한다.

그 손목을 타고 올라가면 기름을 바른 것처럼 매끄러운 팔이 나올 것이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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