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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수첩' 비리 의혹 서울공연예술고 교장 일가 전횡 보도

‘수당 집행 부적정’ 등 18개항 지적받은 박재련 교장 사임
등록날짜 [ 2019년05월01일 17시30분 ]


 

MBC 'PD수첩'이 지난 4월 30일 밤 11시10분 '누가 죄인인가 – 아이돌 사관학교에선 무슨 일이…?'편에서 구로 서울공연예술고 박재련 전 교장 일가의 전횡을 보도했다.

 

PD수첩은 박재련 전 교장이 학생들을 외부 행사에 동원한 사실을 보도했다. 기독교인으로 알려진 박 전 교장이 군부대 교회, 해외 한인 교회 등에 학생들을 보내, 노래나 춤을 시켰다고 했다. 방송에 출연한 학생들은 박 전 교장에게 규모가 상당한 무대라고 듣고 간 곳이 교회였다며, 수십만 원씩 경비까지 자비로 쓰며 원하지 않은 공연을 했다고 말했다.

 

열악한 교육 시설도 문제였다. PD수첩은 서울공연예고 주차장에 있는 미술실 모습을 공개하며, 학생들이 이용하기에 실내가 비좁고 주변 환경이 깨끗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학생들이 공개한 영상에는 미술실 천장에 비가 새, 실습 도구와 재료가 모두 침수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PD수첩은 특성화 교육 목적에 따라 학교에 실기실·연습실을 많이 구비해야 하는데도 학생 수보다 턱없이 부족하다고 했다. 취재진과 인터뷰에 나선 한 교사는, 학생 120명이 연습실 7개를 나눠 사용하고 있고, 연습실 규모가 벌집처럼 작고 공기청정기나 방음 시설도 없어 학생들이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재련 전 교장은 취재진과의 인터뷰에서, 운영비가 부족해 시설 투자를 할 수 없었다며, 학급을 줄여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PD수첩은 서울공연예고에 잉여금 11억 원이 쌓여 있다며, 박 전 교장의 말이 거짓이라고 했다.

 

PD수첩은 서울공연예고 내부에 교장 일가만을 위한 시설이 있다고 보도했다. 교실을 개조해서 만든 방에 교장 일가가 거주했다는 것이다. 방에는 살림집을 연상하게 하는 쇼파와 자개농 등 일반 가구가 있었고, 부엌에 식재료와 식기가 가득했다. 옥상에는 교육청과 학교가 각각 5000만 원을 투입해서 만든 정원이 있었는데, 평소 개방하지 않고 교장 일가만 가족 행사가 있을 때 이곳을 이용했다고 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해 10월부터 11월까지 3차례에 걸쳐 서울공연예고를 감사했다. 감사단은 올해 1월 결과를 발표하면서 △외부 행사 학생 동원 및 학습권 침해 △각종 수당 집행 부적정 △학교에 교장 일가 개인 취사 시설 설치 및 사용 △특정 종교 교리 전파 △박 전 교장이 대표로 있는 극단에 특혜 제공 등 18개 사항을 지적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법인 청은학원에 박 전 교장을 파면하고, 그의 부인 김 아무개 행정실장을 해임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이사회는 교육부 권고를 따르지 않았다. 교원 인사와 관련한 최종 권한은 학교법인에 있기 때문이다. PD수첩과 인터뷰한 서울시 의원은, 사립학교법이 존재하는 한 교육청이 아무리 징계를 요구해도 학교법인이 움직이지 않으면 어쩔 수 없는 실정이라고 했다.

 

학생들은 박재련 교장이 자신들을 외부 종교 행사에 동원했다고 했다. 내부 고발에 나선 학생들은 거꾸로 학교에 보복성 조치를 당하고 있다고 했다. 사전 행사 동원 사실을 알린 한 학생은 박 교장 주관으로 선도위원회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고 했다. 다른 학생들은 외부 기관에서 공연하려고 하면 학교가 공문을 반려하거나 해당 단체에 취소를 요청하는 등 불이익을 받고 있다고 했다. PD수첩에 나온 한 학생은, 학생들이 어려움을 감수하면서까지 내부 비리를 폭로했는데도 변한 게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박재련 전 교장은 지난 4월 25일 교장직을 사임했다. 박 씨는 2017년 교장 임용 승인신청이 반려되자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다. 박 씨는 대법원에 상고했으나 대법원은 지난달 25일 기각했다.

 

박 전 교장이 사임했더라도 그는 지금도 학교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전 이사장의 손녀이자 박 전 교장 부인 김 행정실장은 교육부 해임 권고에도 출근하고 있고, 그의 아들과 딸은 각각 행정주임과 교사로 학교에서 근무하고 있다.

 

<김유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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