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반말을 하고 숙박비 4만원을 주지 않는 등 기분을 상하게 했다는 이유로 손님의 잔혹하게 살해한 뒤 사체를 훼손한 이른바 '한강 몸통 시신' 사건의 피의자 A씨(39)가 애당초 서울경찰청으로 자수를 하러 갔었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하지만 서울경찰청 측은 당시 피의자가 구체적 내용을 이야기하지 않아 인근 종로경찰서로 안내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언제든지 도주할 우려 등이 있는 피의자를 그냥 돌려보내 또 다른 논란이 일고 있다. 경찰은 감찰 조사를 진행해 문제가 확인되면 징계할 방침이다.
19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한강 몸통 시신' 사건 피의자인 A씨는 자수를 하기 위해 지난 17일 새벽 1시 1분쯤 서울경찰청 정문 안내실에 방문했다.
당시 당직을 서던 경찰은 A씨에게 구체적인 자수 경위 등을 물었으나, A씨는 "강력 형사에게 이야기 하겠다"고만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재차 질문에도 A씨가 답변을 하지 않자, 인근에 있는 종로경찰서로 가라고 안내한 것으로 조사됐다. 자신이 한강 몸통 시신 살인범이라는 말은 하지 않았지만 "강력 형사를 찾는다"고 말했음에도 그냥 가도록 한 것이다. 만일 A씨가 도중에 마음이 바뀌기라도 했으면 강력 사건 피의자를 눈 뜨고 놓칠뻔한 셈이다.
당시 서울경찰청 정문 안내실에는 비수사부서의 경사급 당직근무자 1명, 의경 2명이 야간 당직근무를 서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1분 정도 서울경찰청 민원실에 머물던 A씨는 민원실을 나와 종로구 경운동의 종로서로 이동했다. A씨가 종로서 정문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1시 3분 44~50초 사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종로경찰서는 오전 2시 30분쯤 A씨를 관할경찰서인 고양경찰서로 이송했다.
A씨가 다행히 곧바로 종로서로 가서 자수하긴 했지만 만약 마음을 바꿔 그대로 달아났다면 사건이 장기화할 수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민원실에는 의경 2명과 일반 당직근무자 1명이 근무 중이었다. 일반 당직 근무자는 경사급으로 수사 부서 소속은 아닌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경찰은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경찰 관계자는 "자수하러 온 민원인을 원스톱으로 처리하지 못한 잘못이 있다. 감찰 조사를 해서 엄중 조치를 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한편, A씨는 지난 8일 오전 구로구 구로동 자신이 일하는 모텔에서 B씨(32)를 둔기로 살해한 뒤 모텔 방에 방치하다 시신을 여러 부위로 훼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12일 피해자의 몸통 시신이, 16일에는 오른팔 부위가 한강에서 잇따라 발견돼 시민들에게 충격을 줬다.
<김유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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