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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K 구로본점' 26년만에 문 닫았다

‘애경1호 백화점’매출 부진 8월 31일 폐점 ...역사속으로
등록날짜 [ 2019년09월01일 20시29분 ]

구로 향토기업 애경그룹의 ‘1호 백화점’인 AK플라자 구로본점이 지난 31일 영업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지난 1993년 문을 연지 26년 만이다.

 

지난 90년대 차인표를 일약 스타덤에 올려놓은 1994년 드라마 '사랑을 그대 품안에'는 백화점 재벌 2세와 백화점 매장 판매사원(신애라 분)의 사랑 이야기로 국민 드라마에 등극했다. 당시 배경이 된 백화점은 '애경백화점'. 이번에 문을 닫은 AK플라자 구로본점이다.

 

1993년 문을 연 AK플라자 구로본점은 한국의 경제가 가장 호황일 1990년대 초 드라마를 통해 화려함을 뽐냈다. 그랬던 AK플라자 구로본점이 지난달 31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AK플라자 구로본점은 개점 당시 백화점으로는 흔하지 않게 쇼핑시설 뿐만 아니라 수영장, 볼링장 등 스포츠센터를 함께 운영해 인기를 끌었다. 또 개점 당시로서는 서울 서남권 지역의 유일한 백화점이기도 했다.

 

애경그룹으로서도 상징적인 백화점이었다. 비누와 세제를 만드는 '애경유지공업'으로 시작한 애경그룹이 공장 부지에 백화점을 지으면서 처음으로 유통업에 진출한 출발점이 바로 이곳이다.

 

AK플라자 구로본점이 문을 닫는 이유는 무엇보다 매출 부진이다. 처음 AK플라자 구로본점이 생긴 26년전과 달리 구로, 영등포, 목동, 여의도 일대에 백화점과 몰이 들어섰다. 영등포에는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타임스퀘어가, 목동과 구로에는 현대백화점이, 여의도에는 IFC몰이 생겨났다.

 

전반적인 내수 침체 및 유통업 부진 속에 백화점의 주요 먹거리인 명품(럭셔리) 브랜드가 없었던 점도 AK플라자 구로본점의 부진 요인으로 꼽혔다.

 

애경그룹도 구로본점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고려해 폐점만은 피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지난해 부진 점포를 정리하기로 하고 홍대입구역으로 본사를 옮겼다.

 

AK플라자 구로본점 등을 운영하는 AKIS(구 애경유지공업주식회사)는 2016~2017년 적자를 기록하기도 했다. 2016년에는 특히 자본잠식에 빠지기도 했다.

 

또한 2009년 구로점을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에 1520억 원에 매각하고 재임차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AK플라자 구로본점이 폐점하고 난 뒤 해당 부지를 어떻게 활용할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구로 본점에 들어올 새 주인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업계에서 거론하는 곳은 롯데아울렛과 이랜드, 엔터식스 등으로 건물을 소유한 유엠씨펨코리테일은 이 중 2곳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도림동 주민 박순옥씨(57)는 폐점을 너무나 아쉬워했다. 애경백화점 시절부터 20년 넘게 AK플라자 구로본점을 이용했다는 그는 "주부들은 가까이 매장이 있는게 최고인데 이 백화점이 지역 주민들에게 도움을 많이 줬다"며 "AK플라자 구로본점이 꼭 부활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채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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