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연 경감
지난해 6월 21일 정부 주도로 작성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이 발표되고 이를 입법화하기 위해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 지 벌써 1년이 훌쩍 지났다. 지지부진한 논의 절차로 인해 지난 4월 29일에는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국회에서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되어 재차 이슈가 되기도 하였으나, 정치권의 힘겨루기 및 검경의 입장차이 등으로 해당 법안은 본회의 상정조차 아직 힘들어 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은 국민의 인권 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경찰의날 기념식에서 했던 말이다.
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겠다는 공약을 발표했고 그 일환으로 현재의 검·경 수사권 조정이 진행된 것이다. ‘수사권 조정’이라는 표현을 사용하니 마치 검찰의 권한을 경찰에게 넘겨준다는 식의 검찰과 경찰 사이의 권한 다툼으로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통령은 이는 인권 보호를 위해 꼭 해야 할 일이라고 하였고, 정부의 국정과제 역시 ‘국민의, 국민을 위한 권력기관 개혁’이다. 결국 경찰과 검찰 모두를 개혁대상으로 하여 과거 검찰이 과도하게 가졌던 권한을 축소시키고 경찰은 민주적 통제장치를 통해 그 권한 남용을 방지함으로써 우리 형사사법제도를 견제와 균형을 통한 반칙과 특권 없는 사법 정의 실현의 장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현재 한국 검찰의 권한은 너무도 막강하다. 어떤 사건이든 검사가 직접 수사할 수 있는 ‘직접수사권’과 경찰에 대한 ‘수사지휘권’ 구속이나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필요한 ‘영장청구권’ 기소와 공소유지권은 물론 재판 후 벌을 집행하는 ‘형집행권’까지 갖고 있다. 수사의 시작부터 끝, 기소와 재판, 그리고 재판 결과에 대한 집행까지 형사사법에 관한 권한을 한 손에 틀어쥐고 있다. 검찰은 이렇게 무소불위의 권한을 휘두르면서도 어떤 견제도 받지 않는다.
권한의 집중은 필연적으로 부패와 비리, 권한 남용으로 이어진다. ‘그랜저 검사’ ‘스폰서 검사’ 등 검찰 비리 사건 및 박근혜 정부 말기의 국정농단 사태가 바로 그것이다. 그러니 해결책은 집중된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 외에는 없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서 검사들을 수사하여 일탈을 경계하고, 막대한 권한을 가진 검찰이 지닌 수사권은 경찰에 넘겨주는 것이다. 경찰 수사에 대한 우려는 검찰이 가진 기소권과 보완수사권으로도 얼마든지 통제할 수 있다. 이렇게 견제와 균형을 통해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는 권력기관을 만들자는 것이 수사권 조정의 핵심이다. 이는 국가권력은 분산되어 서로 견제하며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는 권력분립 및 민주주의 일반 원리에도 부합하는 것이다.
지난 7월, 윤석열 신임 총장이 검찰의 수장으로 임명되었다. 윤 총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과 관련해 ‘최종 결정은 국민과 국회의 권한이며, 공직자로서 국회 결정을 존중할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혔다. 신임 총장이 모쪼록 국민의 관점에서 현재 진행 중인 수사권 조정 합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주기를 기대한다.
수사권 조정은 경찰과 검찰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닌 국민을 위한 것이다. 국가 권력을 분산시켜 기관 간 상호 견제를 통해 형사사법 정의 실현을 이루는 것에 목표가 있다는 것을 잊지 말고, 경찰과 검찰의 권력 다툼이 아닌 진정 국민을 위한 방향이 무엇인지 논의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 김기연
경감. 구로경찰서 수사과 수사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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