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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서 신음하는 극빈자들 구원 방법 없나?

등록날짜 [ 2019년09월28일 11시07분 ]


 

현실은 최극빈 불구, 기초수급은 ‘너무나도 먼 선물’

임대아파트 70대 부부, 왕래없는 자식 때문에 ‘퇴짜’

‘탈북민 母子사망’ - ‘송파 세모녀 사망사건’ 떠올라

 

1990년대부터 우리나라는 지방자치를 실시하고, 2000년대 들어서 사회복지도 본격적인 지방화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과거 사회복지정책 내지 사회복지사업은 주로 중앙정부 주도 아래 일률적으로 시행됐다.

 

지방자치가 시작되면서 과거 공급자, 시설보호, 복지대상자 중심의 복지정책에서 벗어나 수요자,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복지 서비스 전달체계가 구축되고 있다. 최근의 복지서비스는 시군구나 읍면동을 중심으로 지역단위의 서비스 생산, 전달, 관리의 기능을 강조하고 있다

 

그런데도 보편적 보장체계를 갖지 못하고 소득양극화가 깊어지는 상황에서 복지사각지대의 사건과 사고의 발생은 줄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31일 일어난 탈북민 모자 사망사건도 복지사각지대가 얼마나 위험한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탈북민 모자 사망사건은 지난 7월 31일 서울시 관악구 봉천동 한 임대아파트에서 탈북민 한모(42) 씨와 아들 김모(6) 군이 시신으로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

 

사망한지 2개월가량 지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모자의 부검 결과는 '사인 불명'으로 나왔지만, 시신 발견 당시 냉장고 등에 식료품이 다 떨어진 상태였다는 점에서 아사 가능성이 제기됐다.

 

경제적인 어려움과 실직, 돌봄의 부담이나 정신적 문제 등의 생활상의 어려움들을 개인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발생하는 생계형 자살에 대해 ‘사회적 타살’이라는 이름이 붙는 이유이다.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맞았지만 가난하고 아프고 외로운 취약계층이 줄지 않고 이러한 복지사각지대를 찾아내는 일은 정부의 최대 난제가 되고 있다. 인구구성 및 가족구조의 변화, 경제위기와 고용불안 속에서 많은 개인들은 점점 더 다양한 신사회적 위험에 노출되고 있다.

 

■ 빈곤층 “세 모녀는 내 모습...정부 대책은 남의 나라 일”

2014년 ‘송파 세 모녀 사망사건’의 후속 대책으로 ‘찾아가는 복지’가 등장했다, ‘동네복지’다 하여 여러 가지 처방들이 복지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한 대책으로 나왔다. 일선 사회복지 공무원의 수가 증가했고, 동네 수준의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를 신설하는 등 매우 부산하게 움직였다. 이런 모든 사업들이 중앙정부 차원에서 독려되고 추진되었으며, 지방자치단체는 중앙정부가 주도하여 추진한 이런 정책들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며 따라 갔다. 그러나 현실은 2014년 ‘송파 세 모녀사건’에서 한걸음도 나가지 못했다.

 

아내와 함께 임대아파트에 살고 있는 70대 할아버지는 왕래도 없는 자식의 가난까지 증명해야 국가의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 앞에 기초생활수급 신청을 포기했다.

 

그는 “재산 한 푼 물려준 것도 없고 돈벌이도 시원치 않은 자식에게 재산・소득 증명까지 떼어 달라고 하면 애들이 얼마나 속상하겠어요. 우리도 나이는 먹었지만 자존심 때문에 그걸 아이들한테 얘기를 못하는 거죠. 그래서 포기해버리는 거예요” 라고 주름진 얼굴을 절망으로 채웠다.

 

■ 복지사각지대의 극빈자에게는 ‘너무나 먼’ 기초수급 신청서

궁동에 사는 김 모(여,61)씨의 경우를 보자. 그녀는 30대 딸이 몇 년 간 취업 준비를 하며 끌어다 쓴 2천만 원을 갚느라 3천만 원 짜리 전세방에서 나왔다. 현재 월세로 근근히 살고 있지만 여전히 직업이 없는 딸의 근로 능력을 이유로 기초수급 신청에서 탈락했다.

 

“전세 빼서 빚 갚고 나니까 월세 나가야지, 먹고 살아야지. 힘들더라고. 그래서 오죽했으면 동사무소에 찾아가서 사정 얘기를 했더니, 딸이 일을 해서 돈을 벌 수 있으니까 수급자가 안 된다고 그래. 되게 서운하고 창피하고...”

 

김모씨는 더 이상 말을 할 힘도 없다는 얼굴로 눈물을 지었다. 현실은 최극빈이지만 기초수급이 그녀에게는 ‘너무나도 먼 선물’일 뿐이다.

 

■ 지방 소재 5천만원짜리 주택 사슬이 묶어 버린 기초수급

지난해 대장암과 치매 판정을 받은 아내가 요양원에 들어가 매달 80만 원을 보내줘야 하는 60대 남성은, 지방에 소유한 5천만 원 짜리 주택 한 채 때문에 기초수급대상이 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다.

 

”지금 벌이는 하나도 없고 아내 요양비로 한 달에 80만 원 씩 드는데... 그 집 팔아서 당장은 몇 푼이라도 나올테니까 아직은 굳이 나라의 도움을 받고 싶은 생각은 없어요. 나보다 더 사정이 나쁜 사람들도 있을 테니 그런 사람들 먼저 주고. 이러다 곧 돈이 다 떨어지면,나라에서 장례 비용이나 보태주려나…”

 

지하 쪽방 앞에서 만난 80대 할머니는 의사로부터 늑막염이 심각해진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는 것 말고는 어떤 사연도 밝히지 않았다. 기초생활수급 제도가 있는 줄은 알지만 신청을 해보려고 시도해본 적은 없다는 말을 남기며 돌아섰다.

 

■ 이웃간 공동체 복원하고 지역풀뿌리 활동 필요

공공인프라 확충을 통한 지역사회보호정책의 변화와 함께, 주민들의 참여를 강조하는 공공전달체계의 변화도 이루어질 예정이다. 차별과 배제가 있는 사회에서는 갈등이 증가하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없다.

 

우리나라의 공동체지수는 OECD 최하위 수준인 36위라고 한다. 보편적 사회보장체계를 갖추어 가는 노력과 함께, 우리사회의 소외와 배제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웃 간의 공동체를 복원하고 지역사회의 풀뿌리 활동을 활성화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러나 방향성과 사업방식에 있어서 큰 차이가 있는 공공서비스 플랫폼과 주민참여 플랫폼이 읍면동 주민센터를 거점으로 동시에 추진되면서 발생하는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섬세한 설계가 요구된다.

 

지역풀뿌리 활동을 통해 지역공동체로서의 역량을 축적하지 못한 곳에서는 주민자치형 마을사업들이 기대하는 자발성과 연대성을 갖지 못하고 공공지원을 받는 시책사업의 한계로 남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역사회내 다양한 주체들의 참여와 수평적 협력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공 및 민간기관과 지역주민간 상시적이며 일상적인 교류와 소통이 필요하다.

 

■ 복지공무원의 과도한 업무 정부나 지자체서 덜어줘야

복지사각지대를 유발하는 핵심 문제로 ‘부양의무자 기준’의 존속과 복지인력 증원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일선 복지 공무원들의 업무 부담이 많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부양의무자의 부양 능력 ‘있음·미약·없음’을 선별하는 과정 자체에 행정인력이 너무 많이 들어가고 있다.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복지행정이 이를 조장한다거나, 공무원은 법·제도 밖에서 일 할 수가 없으므로 일선에서 결정할 수 있는 권한이 대폭 확대 되어야 한다는 주장들을 전하고 있다. 또한 지역공동체 형성과 같은 연결망 구축 사업이 관 주도로 사업의 성과 측면에서만 추진되고 있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 구로구, 온-오프라인서 운영

구로구는 복지사각지대를 상시 발굴하는 시스템을 마련, 운영하고 있다. 복지사각지대 발굴 시스템은 온·오프라인으로 나눠 구축됐다. 온라인에서는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구로야 도와줘'를 운영한다. 카카오톡 친구 검색창에 '구로야 도와줘'를 검색하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1:1 대화를 통해 어려움에 놓인 가정, 위기가구로 의심되는 이웃을 부담 없이 신고할 수 있다.

 

오프라인 시스템은 구로역, 개봉역, 오류역에서 운영하는 '구로 찾아가는 복지상담소'다. 매월 둘째 주 화요일 오후 3시부터 2시간 동안 운영한다. 각 상담소에서는 동주민센터 직원이 지역주민들에게 복지 상담을 해주고 위기가구 신고를 받고 있다.

 

<한만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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