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리고 고향
김여울 수필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J형!
문학이란 나무를 오르기 위해 무척도 몸부림치던 시절이 있었소. 내 삶의 초년기랄 수 있는 3, 40대 시절의 일이었소. 그 무렵 나는 오로지 쓰는 작업에 푹 빠져 미처 다른 세상을 곁눈질 할 사이가 없었소.
돌아보니 그 시절이 어쩌면 내 삶 중에 가장 빛났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젠 모두 아스라이 멀어진 옛 일인걸요.
어느덧 세월의 강 흘러 내 삶에도 황혼 빛 어려 익명의 강나루 턱을 바장이고 있지만 십 수 년 전 귀촌 후의 산촌생활 참 행복했고 지금도 그 행복 진행 중이라면 어찌 생각할는지. 혹자는 답답한 산촌생활, 힘든 농사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엄살 아닌 타박을 하지만 난 나날이 마냥 재밌고 즐거운 걸요.
J형!
아이들 곁을 떠날 때 동시에 대처도 떠나야겠다고 결심을 했었소. 내게 도회 생활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서였소. 도회에 살면서도 항상 마음 속 고향이 된 초임지를 그리워하며 목말라 했기 때문이오. 거기 산이 있고 물이 있고 정겨운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서였소. 그리하여 마침내 꿈에도 잊지 못하던 그곳으로 환고향을 하기에 이르렀지요.
환고향과 함께 글 쓰는 일을 접기로 했소. 아니 농사일에 푹 빠져 그 일에 정신일도 하사불성하다 보니 글 쓰는 것에서 그만 멀어지게 되었다고 하는 게 솔직한 고백이오.
J형!
도회를 떠나면서 또 하나 다짐한 게 있다면 세파의 인연들을 끊고 남은 삶을 은자처럼 살 요량이었소. 그러기 위해선 내가 닻을 내린 둥지에서 사방 백 리 밖엔 출타를 하지 않기로 했소. 그럼 세파에서 맺었던 인연 줄들도 자연 끊길 거란 생각이었소. 더불어 간간이 우러르는 하늘도 백 리 테두리 안쪽만 바라보게 될 테니 은자 되어 살기엔 충분한 조건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요. 이제 그만 글쓰기를 접자고 했음에도 나도 모르는 새 흥이 일면 차마 그 흥을 저버리지 못해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었지 뭐겠소. 주로 농사 이바구에 얽힌 애환들….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것들을 모아놓고 보니 불현 듯 백 리 밖 세상으로 내던져 보고픈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지 뭐겠소. 아서라 하는 마음 수도 없이 억누르며 억제를 하려했지만 끝내 나약한 의지 앞에 무너지고 말았소.
J형!
책 제목을 <봄, 그리고 고향>이라 했소. 다소 옛스런 감이 없지 않지만 까짓 괘념치 않기로 했소. 고향, 그곳은 아직도 우리가 잊고 있던 순백의 언어가 살아 숨 쉬고 원시가 꿈틀대고 있는 시원의 땅. 나는 그 땅을 죽는 날까지 사랑할 생각이거든요. 특히 4계중 고향의 봄을….
다소 장광설이 된 것 같소. 이만 줄이오. 아니 하마터면 결례를 할 번했소. 이 책이 나오기까지 수고를 해주신 인문사 김인창 사장님, 송희정 선생, 양봉선 회장, 그리고 말없이 지켜봐준 아내와 기꺼이 응원을 해준 융, 은강, 궁 삼남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는 바이오.
― 머리말 <고향, 그 시원의 땅에서> 중에서
- 차 례 -
머리말
제1부 농사 이바구
가을걷이를 끝내고
봄, 그리고 고향
귀거래 심심파적
귀촌해서 살고 보니
농사 이바구
고향의 봄
봄날 오두막에서
산촌 노옹 닮아가기
산촌에 사노라니
잡초에 대한 서설
초보농부 첫 작품
환고향 별곡
살여울 농원에서
하는 수 없지 뭐
살어리랏다
폐교마을의 봄
농부의 치부책
그대의 끝자락에서
옛 집 앞에서
제2부 어느 소년 이야기
고막내할매의 봄날
고향 눈
그 속에 꿈이 있었네
어느 소년 이야기
개에 대한 풍속도
말치할매의 오솔길
망자의 산행
오디에 어린 추억
길에 대한 명상
어느 촌노의 외진 삶
우리 동네 두식이 성님
사장님 풍년시대
오복이 환고향하다
고향 감나무
두고 보면 알어유
반딧불 지피기
기억속의 들꽃
딩동댕 별곡
그 산에 갔었네
제3부 슬픈 자화상
까막눈 어머니
멸치 이야기
청정산촌에 사는데도
뻐꾹새 울면
아버지를 추억하며
떠돌이의 삽화
언덕에 올라
어린 날의 수채화
유년의 운동화
추억의 실타래를 풀면
팽이 도둑
각본에 없는 일
슬픈 자화상
어느 가을 속에서
아내의 손
서울의 지붕 밑에서
술꾼과 맹숭이
옛 둥지가 그리울 때면
애비의 변명
○ 후기: 잡설 늘어놓기
[2020.05.20 발행. 367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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