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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그리고 고향 (전자책)

등록날짜 [ 2020년05월15일 01시20분 ]


봄, 그리고 고향 
김여울 수필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J형!
  문학이란 나무를 오르기 위해 무척도 몸부림치던 시절이 있었소. 내 삶의 초년기랄 수 있는 3, 40대 시절의 일이었소. 그 무렵 나는 오로지 쓰는 작업에 푹 빠져 미처 다른 세상을 곁눈질 할 사이가 없었소.
  돌아보니 그 시절이 어쩌면 내 삶 중에 가장 빛났던 시절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오.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이젠 모두 아스라이 멀어진 옛 일인걸요.
  어느덧 세월의 강 흘러 내 삶에도 황혼 빛 어려 익명의 강나루 턱을 바장이고 있지만 십 수 년 전 귀촌 후의 산촌생활 참 행복했고 지금도 그 행복 진행 중이라면 어찌 생각할는지. 혹자는 답답한 산촌생활, 힘든 농사일을 어떻게 하느냐고 엄살 아닌 타박을 하지만 난 나날이 마냥 재밌고 즐거운 걸요.
  J형!
  아이들 곁을 떠날 때 동시에 대처도 떠나야겠다고 결심을 했었소. 내게 도회 생활은 맞지 않는다는 생각에서였소. 도회에 살면서도 항상 마음 속 고향이 된 초임지를 그리워하며 목말라 했기 때문이오. 거기 산이 있고 물이 있고 정겨운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서였소. 그리하여 마침내 꿈에도 잊지 못하던 그곳으로 환고향을 하기에 이르렀지요.
  환고향과 함께 글 쓰는 일을 접기로 했소. 아니 농사일에 푹 빠져 그 일에 정신일도 하사불성하다 보니 글 쓰는 것에서 그만 멀어지게 되었다고 하는 게 솔직한 고백이오.
  J형!
  도회를 떠나면서 또 하나 다짐한 게 있다면 세파의 인연들을 끊고 남은 삶을 은자처럼 살 요량이었소. 그러기 위해선 내가 닻을 내린 둥지에서 사방 백 리 밖엔 출타를 하지 않기로 했소. 그럼 세파에서 맺었던 인연 줄들도 자연 끊길 거란 생각이었소. 더불어 간간이 우러르는 하늘도 백 리 테두리 안쪽만 바라보게 될 테니 은자 되어 살기엔 충분한 조건이라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참 이상도 하지요. 이제 그만 글쓰기를 접자고 했음에도 나도 모르는 새 흥이 일면 차마 그 흥을 저버리지 못해 자판기를 두드리고 있었지 뭐겠소. 주로 농사 이바구에 얽힌 애환들….부끄럽고 또 부끄러운 일이지만 그것들을 모아놓고 보니 불현 듯 백 리 밖 세상으로 내던져 보고픈 마음이 슬그머니 고개를 쳐들지 뭐겠소. 아서라 하는 마음 수도 없이 억누르며 억제를 하려했지만 끝내 나약한 의지 앞에 무너지고 말았소.
  J형!
  책 제목을 <봄, 그리고 고향>이라 했소. 다소 옛스런 감이 없지 않지만 까짓 괘념치 않기로 했소. 고향, 그곳은 아직도 우리가 잊고 있던 순백의 언어가 살아 숨 쉬고 원시가 꿈틀대고 있는 시원의 땅. 나는 그 땅을 죽는 날까지 사랑할 생각이거든요. 특히 4계중 고향의 봄을….
  다소 장광설이 된 것 같소. 이만 줄이오. 아니 하마터면 결례를 할 번했소. 이 책이 나오기까지 수고를 해주신 인문사 김인창 사장님, 송희정 선생, 양봉선 회장, 그리고 말없이 지켜봐준 아내와 기꺼이 응원을 해준 융, 은강, 궁 삼남매에게 진심으로 고마움을 전하는 바이오.
  
― 머리말 <고향, 그 시원의 땅에서> 중에서   


   - 차    례 - 

머리말 

제1부 농사 이바구
가을걷이를 끝내고 
봄, 그리고 고향  
귀거래 심심파적 
귀촌해서 살고 보니 
농사 이바구 
고향의 봄 
봄날 오두막에서 
산촌 노옹 닮아가기 
산촌에 사노라니 
잡초에 대한 서설 
초보농부 첫 작품 
환고향 별곡 
살여울 농원에서 
하는 수 없지 뭐 
살어리랏다 
폐교마을의 봄 
농부의 치부책 
그대의 끝자락에서 
옛 집 앞에서 

제2부 어느 소년 이야기
고막내할매의 봄날 
고향 눈 
그 속에 꿈이 있었네 
어느 소년 이야기 
개에 대한 풍속도 
말치할매의 오솔길 
망자의 산행 
오디에 어린 추억 
길에 대한 명상 
어느 촌노의 외진 삶 
우리 동네 두식이 성님 
사장님 풍년시대 
오복이 환고향하다 
고향 감나무 
두고 보면 알어유 
반딧불 지피기 
기억속의 들꽃 
딩동댕 별곡 
그 산에 갔었네 

제3부 슬픈 자화상
까막눈 어머니 
멸치 이야기 
청정산촌에 사는데도 
뻐꾹새 울면 
아버지를 추억하며 
떠돌이의 삽화 
언덕에 올라 
어린 날의 수채화 
유년의 운동화 
추억의 실타래를 풀면 
팽이 도둑 
각본에 없는 일 
슬픈 자화상 
어느 가을 속에서 
아내의 손 
서울의 지붕 밑에서 
술꾼과 맹숭이 
옛 둥지가 그리울 때면  
애비의 변명 

○ 후기: 잡설 늘어놓기  

[2020.05.20 발행. 367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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