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가슴에 마중물
초연 김은자 시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장작을 도끼로 패는 것은 아궁이에 불을 지피기 좋게 하기 위해 잘게 자르는 작업이다. 힘 좀 쓰는 장정은 굵은 통나무를 거뜬히 패지만 힘없는 사람이라면 나무가 도끼를 튕겨버릴지도 모른다. 침묵하는 나무 같은 언어의 장작을 패는 작업으로 시어를 창작하는 여정에는 누군가의 가슴에 장작불을 지피면서 인간다운 온기를 간직하게 하고 싶은 생각이 도사리고 있다. 힘이 모자라지만.
주말에 전통가요 경연 무대에서 굴곡진 삶을 살다가 조명을 받는 사람들을 인터넷에서 시청했다. 남자 트로트 경연에서 조명섭이란 최종 우승자는 21세로 조손가정에서 살고 있다. 하체 수술을 몇 번 했던 가난한 생활이 어려운 젊은이다. 어느 대회에서 상을 받고 소속사에서 영입하려 했었으나 여러 가지 여건으로 5년간 투병하며 살다가 군대를 가려는 마음을 먹은 상태에서 경연에 참석했다. 일등 수상 소감에서 “세상에는 부족한 사람이 참 많습니다. 나도 그중에 한 사람입니다. 그러나 부족한 사람끼리 서로 돕고 사는 아름다운 세상이 되면 좋겠습니다.”라는 강원도 사투리가 새터민인가 생각할 정도로 억양이 독특한데 흘러간 옛 노래 중에서 고인이 된 현인과 남인수의 노래를 능청스러울 정도로 잘 부르는 특징이 듣는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렸다.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나의 시는 내 인생이기 때문에 부족하면 그대로의 의미가 있다. 심사위원인 설운도 가수가 조명섭이라 앞으로 조명을 많이 받을 것이라는 농담도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었는데 그렇게 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때때로 성공적인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성실하게 침묵하며 정진하는 사람을 만난다. 열린 가슴에 온풍이 불어오게 하며 남들이 보기에 시시한 일일지라도 서툴지만 열심히 그 일을 하는 사람에게서는 향기가 나고 이마 근처에서 황금빛 같은 오로라가 보이는 듯하다.
글을 쓴다는 일이 다만 즐거워서 하는 일이라서 명예의 쟁취에 관심도 없고 서툴고 느릴 수 있지만 가끔 너무 멋진 문우의 만남은 기쁘기 그지없다. 시를 쓰다 보니 삶이 익어가면서 15권 째가 되었다. 누군가의 위로가 되길 바란다.
― <머리말>
- 차 례 -
머리에 두는 글
제1부 앙 가슴에 마중물
앙 가슴에 마중물
마음 길어 가슴에 담아
경험은 추억을 낳아
그리움 켜 놓은 채
글을 쓴다. 책은 남는다
기억을 꺼내
꿈에서 예불
나부끼는 무상이여
내 마음의 벤치에
독감 예방 주사
제2부 문맹
문맹
라면 8개를 한 번에
물이 흐르지 못하고
변하지 않기를 바라나
선택은 운명
수행자의 삶
시 한 줄을 낳으며
어떤 외출
어진 땅에 곡기를 먹던 여자
유명 강사의 고백
제3부 은둔형 외톨이
은둔형 외톨이
인정한다는 것은 믿는다는 것
정제하는 마음
창의력이 으깨지다
처염상정處染常淨
철사처럼
친구가 드물다
투명한 햇살
회광자간廻光自看
훑어 내리는 습관
제4부 가을 유혹
가을 유혹
감성의 보따리를 푼다
감정의 화장
강원도 산골 취떡
결핍을 채우다
고요 속에서 흔들리는 고요
구원 받게 하시려
그 말밖에
그들의 신앙
금혼식을 축하드리며
제5부 길 위의 삶
길 위의 삶
꿈에 보인 활인스님
나무
다시 찾아가는 월명산
다시
도서관에서 집까지 걷는 이유
또 시월의 마지막 밤
물감이 있어서 행복하다고
바람의 음계
제6부 설정
설정
소천 하는 나이가 92세라면
스모그 현상
시상식에서 수상하는 일
아무도 없는 집
여행 치다꺼리
외로움의 동생
축복의 땅을 딛다
하루에 몇 번씩 오른다
허기진 정서
● 서평
[2019.12.20 발행. 102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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