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권센터는 일제강점하 친일반민족행위 진상규명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친일반민족행위자로 규정된 故 백선엽 씨에게 믿기 힘든 국가 의전이 제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예비역 육군 중장인 박삼득 국가보훈처장은 백 씨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하기로 하였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백 씨를 “대한민국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준 분”이라며 조문했다. 서욱 육군참모총장은 백 씨의 장례를 육군장으로 엄수하기로 하고 2020. 7. 11. 오전 11시 40분 부로 예하 전 부대에 태극기 조기 게양을 지시하였다. 더하여 전 간부 통신 축선 상 대기 철저 지시도 하달하였다고 주장했다.
백 씨는 일제 만주군 간도특설대에서 중위로 복무한 사람이다. 일제의 침략전쟁에 자발적으로 부역함은 물론, ‘조선인 독립군은 조선인이 다스려야 한다.’는 취지에 따라 독립군 토벌대로 운영된 간도특설대에서 복무한 것이다. 이는 본인도 인정한 사실이다. 백 씨는 저서에서 동포에게 총을 겨눈 사실을 자인했지만 ‘민중을 위해 한시라도 빨리 평화가 오게 해주는 것이 칼을 쥐고 있는 자의 사명이라고 생각하였다고 질타했다.
간도특설대에서 대원들은 한 사람 한 사람이 이러한 마음가짐으로 토벌에 임하였다.’라며 궤변을 늘어놓은 바 있다. 한국 독립을 꿈꾸는 세력을 절멸시키는 것이 평화로운 세상을 만드는 길이라는 신념을 가졌던 이 조선인 일본군은 광복 이후 대한민국 육군참모총장을 지내고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았다. 숱한 세월이 지나도록 친일 행적에 대해 사죄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현대사의 질곡 속에 친일반민족행위자를 단죄하지 못한 탓에 사죄는커녕 부와 권력, 명예와 일신의 영화를 누리며 떵떵거리고 살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민국 정부와 군은 이런 사람을 죽어서까지 대접하려 한다. 현충원에 묻어 전 국민이 자손 대대로 그를 추모하고 기억할 것을 강요한다. 국방의 의무를 이행하는 청년들에게 친일파를 우리 군의 어버이로 소개하며 허리 숙여 참배하게 한다. 과연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일제 침략 전쟁이 평화로 가는 길이라 믿었던 백 씨가 갈 곳은 현충원이 아니라 야스쿠니 신사라고 반발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4월 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1주년을 맞이하여 “친일이 아닌 독립운동이 우리 역사의 주류”라고 밝혔고, 제65회 현충일 추념식에서는 광복군 참모장 출신으로 한강 방어선 전투를 지휘한 김홍일 장군 등을 영웅으로 기리며 국군의 뿌리가 광복군에 있음을 천명했다. 하지만 군 수뇌부의 인식은 아주 다른 것 같다. 광복군 소탕에 앞장서 일제의 전쟁범죄에 부역한 이를 위해 예포를 발사하여 국군의 자존심을 짓밟고 태극기를 조기 게양하며 국기를 모독한다. 비상한 상황도 아닌데 까닭 없이 장병들을 대기키며 호들갑을 떠는 행태도 납득하기 어렵다. 국군을 일제 황군의 후예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표했다.
특히 한국전쟁의 상흔에서 나라를 지켜낸 역사의 교훈을 후대에 전하는 일은 수많은 참전용사를 현충원에 모셔 기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왜 온 국민에게 법률로써 규정된 친일파를 참배하게 하는가. 육군참모총장은 육군장을 중지하고 조기 게양으로 국기를 모독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고, 군의 명예를 더럽힌 일에 대해 책임져야 한다. 국가보훈처 역시 대전현충원에 백 씨를 안장하는 계획을 백지화해야 한다. 국회 역시 김홍걸 의원 등이 발의한 「국립묘지의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조속히 처리하여 친일파를 국립묘지에서 모두 파묘하여 이장할 수 있게끔 해야 할 것이다. 잘못된 역사는 백선엽이 살아서 누린 영광으로 충분하다고 덧붙였다.
<정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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