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움의 물보라
초연 김은자 시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내 영혼을 모독하는 상대는 아무 망설임도 없이 멀리하는 자존감 보호 본능을 가지고 견딘다. 바람의 속삭임으로 내 마음을 정화하며 우주의 사랑으로 삶을 물 들이던 지난날이 나이테의 선으로 그리는 통나무같이 나잇살의 흔적을 만든다. 때로는 섬처럼 외롭게 떠 있는 자아를 발견하고, 덧없는 삶의 건조함에서 나를 추스르는 글쓰기 작업이 많은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선함을 맛본다. 상서로운 기운을 찾아 방황하다가 특유의 오지랖이 저지르는 실수가 상대에게는 위안이 되었을 수 있어도 결국 남는 것은 허망한 한 줄의 부사구 “또 부질없이”라는 자기성찰의 죽비였다고 고백한다.
때로는 서늘한 달빛 아래 검은 부패로 썩어가는 그리움이란 젖은 삶의 켜를 부여잡고 지내다가 경자년 경진 월이 무척이나 잔인한데, 이것이 예견되는 통계학은 어느 현자의 학술인가. 물에도 살갗이 찢기고 해일은 죽음으로 데려가듯이 속살 찰과상으로 몇 날을 뒤척이다 회복되었을까. 다행히 물보라가 비등점보다는 견디기 쉬웠던 여인은 “이 길을 간다.”라는 미소라 히바리의 노래 소리로 손전화 벨 소리를 바꾸기까지 하면서 삶의 끈을 단단히 잡는다.
내 삶이 존재한 공간에 따라 시를 쓰는 대상이 다변화되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가 아닐까. 평범한 일상이 그리워지는 코로나 19 정국에서 사물의 이면에 은폐된 정경의 시적 채널에서 부정적 현실을 비판하고 밀어내려는 무의식의 반추를 이어가는 나를 본다. 불교적 역설적 이론에는 만남은 이별을, 이별은 만남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 나이 되어서 만나고 헤어짐이 의연하지 못하다고 느끼는 나에게는 삶의 다양한 채널이 좀 넉넉한지 모른다. 외로움을 모른다는 딸에게 ‘너는 무언가 덜 생기지 않았을까’라고 물으면 너무 감성적인 내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대답하니 나의 글쓰기는 천상의 선물인지도 모르겠고, 이 길을 제대로 찾아와서 시간과 함께 흘러간다고 여긴다.
칩거 생활 속에서 경자년 경진 월과 신사 월 윤4 월을 지내면서 고통 속에서 또 한 권의 시집을 엮는다. 때로는 게으르다는 생각하지만, 그래도 글 쓰는 것은 출근하듯이 쓰면서 늘 책을 위한 노력을 한다. 그림을 그려 가면서 역시 나는 나의 인생길을 강물이 흘러가듯이 사유의 공간에서 묵묵히 울고 웃으며 간다. 이 책도 마음 앓이 하는 누군가의 벗이 되면 좋겠다.
― <머리말>
- 차 례 -
머리에 두는 글
제1부 그리움의 물보라
그리움의 물보라 /
가기만고당佳氣滿高堂
거짓 약속
걸어서 집까지
결혼보다 먼저 온 이혼
고독사
그 가사대로
그늘의 그늘에서
그런 줄 알았는데
제2부 꽃다발이 가슴에
꽃다발이 가슴에
그럴 수 있어요
그렇다니까
꽃의 살결
나른한 오후의 화실
내 맘대로
너 때문에
다시 붓질
다짐이란 디딤돌
더러우면 빨아서 깨끗이
제3부 동인당
동인당
덫에 걸린 노 가수의 교훈
동숭갤러리
동주 준하 풍죽
마이웨이(나의 길)
망각 역에서
모질이
바람이 웃는 소리
비상의 날개
사람멀미
제4부 산성에서
산성에서
사랑아 아프다
사제로 만난 귀한 인연
생각의 부피
설늙은이
소중하다
순간마다
씻은 배추 줄기
아문 자리
억지 춘향
제5부 와룡산 마루
와룡산 마루
얼굴 모습 다른 사람들
여의도 하늘 한 줌
영혼이 맑은 시인의 글
용서
우리말의 묘미
인사동 3,900원 가게
자매와 짜장면
자존감의 무게
작은아들 사는 집
제6부 젖은 그늘의 그림자
젖은 그늘의 그림자
지난 세월 속으로
처음 가는 늙는 길
출가승의 어머니 이별
충전하는 삶
친구가 불러도
해변의 발자국처럼
흐르는 물처럼
희망편집
기대어
● 서평
[2020.07.20 발행. 110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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