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부경남 최대 규모 고분군인 합천 삼가고분군에서 최근 일부 고분에 대한 발굴조사를 완료했으며, 이 조사로 삼가고분군의 특징인 다곽식 고분을 다시 한 번 확인했을 뿐만 아니라 출토유물 정리 과정에서 고대 상어(돔베기)뼈가 발견돼 주목된다.
합천군(군수 문준희)은 2018년부터 국가사적 승격을 추진 중에 있는 합천 삼가고분군(경상남도 기념물 제8호) 내 다지구 69․70호분에 대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재)경남연구원(원장 홍재우)에 정밀발굴조사를 의뢰해 조사를 완료했다.
(재)경남연구원은 금회 삼가고분군 다지구 69․70호분 발굴조사를 통해 삼가고분군의 특징 중 하나인 다곽식 고분의 축조방식을 확인하는 성과를 거뒀다. 조사 결과, 다-69호분은 총 5기의 돌덧널무덤(石槨墓)이 순차적으로 축조된 다곽식 고분이고 다-70호분은 총 3기의 돌덧널무덤이 순차적으로 축조된 다곽식 고분으로 최종 결론을 내렸다.
발굴된 69-2호 돌덧널무덤은 도굴의 손길을 피해 유물과 인골이 그대로 남아 있었으며 이 중 주인공의 발치 동쪽편에 부장된 긴목항아리(長頸壺) 안에서 상어의 척추뼈가 확인됐다.
현재까지 상어뼈가 출토된 고분유적은 경주, 경산, 대구, 구미, 의성 등 신라권역에서 집중되고 있다. 이러한 양상을 보면 고대에 있어 상어는 신라권역의 왕이나 지역 수장들의 제의(祭儀)에 사용한 제수(祭需)와 관련 있어 보이며 지금도 이 지역에서는 ‘돔베기’를 제사음식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도 고려할 만하다.
상어뼈는 가야고분군 중에는 김해 대성동 고분군에서 상어의 이빨로 만든 화살촉이 확인되었을 뿐 후기가야 내륙지역에서는 합천 삼가고분군이 처음으로 확인된 사례로 파악되고 있다.
이 상어뼈가 합천 삼가고분군까지 오게 된 경로는 크게 두 가지 경우로 보인다. 첫 번째는 김해, 창원, 부산 등의 남해안에서 생산된 것이 남강을 통해 들어온 경우이고, 두 번째는 주산지인 울산, 포항, 영덕 등 동해안에서 생산된 것이 소비지인 경북지역(대구, 고령 등)을 걸쳐 육로로 지금의 삼가까지 온 경로이다.
발굴조사 결과를 놓고 보면 69-2호 돌덧널무덤은 대가야계 토기가 주로 출토되고 있으며, 상어뼈가 확인된 토기 또한 대가야 긴목항아리라는 점에서 후자인 경북지역으로부터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것은 삼가고분군이 교통로의 요지에 자리 잡고 성장했음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증거라 할 수 있다.
경남연구원은 상어뼈와 함께 단지 안에 담긴 흙에 대한 분석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 분석을 통해 고대 염장기술도 파악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와 함께 69-2, 69-3호 돌덧널무덤에서 출토된 인골 분석을 통해 다곽식 고분에 묻힌 사람들의 관계를 살펴 볼 예정이다. 지금까지는 다곽식 고분에 묻힌 사람들은 친인척(친족) 관계에 있는 것으로 인식돼 왔다.
합천군 관계자는 "국정과제인 '가야문화권 조사 연구 및 정비' 사업의 하나로서 경상남도 사업비 지원을 받아 연차적으로 삼가고분군에 대한 학술발굴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올해 안에 대형분인 가지구 52호분을 대상으로 발굴을 이어갈 계획이다"며 "삼가고분군을 국가지정문화재인 사적으로 승격시키기 위해 고분군의 학술자료 축적과 함께 향후 전문가 포럼과 학술대회도 개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문재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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