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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란색 물개』 제1화 '한복입은 女子' (제10회) / 김산

등록날짜 [ 2020년07월31일 12시00분 ]

옴니버스 연재소설 『파란색 물개』  / 김산 作

제1화 <한복입은 女子> (제9회)

 

 

손님들은 눈앞에서 벌어지는 꿈같은 광경에 입안이 바짝바짝 탈 것이다. 갈증을 뜨겁게 삼키며 더 위로 더듬어 올라간다. 따뜻하고 보들보들한 옆구리의 감촉, 그 위로 땀에 촉촉하게 젖어 있을 겨드랑이를 슬슬 쓰다듬는다.

 

그 부분을 뜨겁게 달구어진 혀로 뜨겁게 핥으면 이숙영이 숨넘어가는 표정으로 몸을 비틀며 신음을 터트리는 상상을 할 것이다.

 

이숙영이 저고리 소매를 걷어 올리는 것도 치밀한 계산의 결과 일 것이다. 남자들이 자기 손목을 보면서 겉으로는 점잖을 떨고 있지만 마음속으로는 섹슈얼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을 것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을 것이다.

 

나는 외로워요. 뜨거운 내 몸의 불꽃을 꺼주세요. 나는 오직 당신을 위해서 이 차를 드리는 겁니다. 오늘 밤 저한테 전화를 주실래요?

 

남자들은 온갖 상상을 하며 손목을 바라 볼 것이다. 뜨거운 침을 삼키며 엉덩이를 들썩거리며 그녀를 잡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묘한 미소를 남기도 일어서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 말을 잃은 사이에 그녀는 홀연히 사라진다.

 

졸지에 바보가 된 토담의 남자들은 기를 쓰고 출입을 할 것이다. 귀한 것일수록 아름다운 법이다. 다이아몬드가 강변에 돌처럼 흔하면 아무리 단단해도 보석이 아니다. 돈이 벽지처럼 가치가 떨어지면 그것은 이미 돈이 아니고 벽지 일 뿐이다.

 

백천길은 내일을 디데이로 잡았다.

이숙영이 신비스러운 빛을 발하는 곳은 오직 토담 안이다. 토담 밖에서는 다른 여자들처럼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떨고, 백화점에 가서 쇼핑을 하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메일을 쓰기도 하고, 거리를 어슬렁거리고 다닐 것이다.

 

서른 몇의 뜨거운 육체를 지닌 여자 일 것이다. 제가 아무리 고고한 척 해도 속으로는 남자가 그리울 때도 있을 것이다. 때로는 남자의 품에 안겨 아침을 맞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이튿날이다.

동전의 앞면에 배팅을 하느냐, 뒷면에 배팅을 하느냐 갈등을 하다보면 성공율은 50%다. 특수한 동전이라서 뒷면도 앞면과 같다고 배팅을 하면 100% 성공하거나 실패를 할 뿐이다. 사업을 하면서 100% 성공을 확신하지 않으면 실패 할 확률은 50%다.

 

백천길은 동전의 앞면과 뒷면이 같다는 쪽으로 배팅을 하고 종로로 가는 지하철을 탔다.

이숙영은 지배인이 내미는 명함의 뒷면을 봤다. 백지다. 다시 앞면을 봤다. 백천길이라는 천박해 보이는 이름 3자와 핸드폰번호가 있다. 집주소나 사무실 주소도 없는 명함이 좀 특이하기는 하다.

 

“다른 말은 없던가요?”

이숙영이 아무리 생각해도 백천길이라는 이름하고 연관되는 이미지가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다 지배인에게 물었다.

 

“이상한 말을 하기는 하더라……”

지배인인 오십 대 초반이다. 이숙영의 친구 오빠이기도 하다. 차마 말이 나오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뒷머리를 긁적거렸다.

 

“나쁜 말인가요?”

이숙영은 머그잔에 담겨 있는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이며 지배인을 빤히 바라봤다.

“왜 나쁜 말 일 것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지배인이 어깨를 으쓱거리며 어색하게 웃었다.

“오빠가 말을 하지 않으니까 내가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잖아. 무슨 말을 했는데?”

“사장님이 토담 안에서는 여왕일지 몰라도 백천길 앞에서는 치마 두른 여자에 불과하다나 머라나?”

“어! 어머!”

이숙영은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커피를 쏟을 뻔 했다. 너무 치욕스러워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말을 안 하려고 했잖아.”

“도, 도대체 어떻게 생겨 먹은 작자에요?”

이숙영이 발끈한 얼굴로 물었다.

“글쎄, 입고 있는 옷은 명품이기는 한데, 몰골은 삼일 굶은 거지처럼 생겼드라구.”

“무슨 명품을 입었는데요?”

“내가 볼 때 이태리 명품 브랜드 ‘로로 피아나(Loro Piana)를 입었던데, 내가 분명히 봤어. 양복 안쪽에 제니스(ZENITH)라는 라벨이 붙어 있는 걸 봤거든.”

“오빠가 예전에 명품판매장에서 일을 했었으니까 확실하겠지.”

 

이숙영은 명품을 입었다는 말에 조금은 화가 갈아 앉았다. 팔짱을 끼고 정원을 향해 섰다. 점심시간이 지난지 두 시간이 넘었다. 그런데도 정원에 대기하고 있는 손님들이 다섯 팀 정도 있다.

 

벤치에 앉아서 연못을 바라보고 있거나, 둥글게 원을 그리고 서서 담소를 하거나, 바위에 걸터앉아서 금붕어에게 풀잎을 던져주고 있다.

 

대기하고 있는 손님 모두의 마음은 오직 하나 오늘 잭팟을 터트릴 수 있을까 하는 염원을 품고 있을 것이다. 손님들이 입고 있는 옷이나, 머리스타일 등을 보니 모두 나름 한 가닥씩 하는 작자들이다.

 

어떻게 생겨 처먹은 놈이 감히 나한테…….

토담에 오슨 손님들은 어떡하면 얼굴 한번 볼까 하고 어미새를 기다리는 새끼새처럼 안달하고 있다. 얼굴도 근본도 모르는 작자가 저녁 7시까지 근처에 있는 카페 “이삭”에 나오라고 말했다. 그것도 나와 줄 수 있느냐가 아니다. 나와야 된다는 일방적으로 통보를 했다.

 

어떤 작자인지 나가 보자니 자존심이 치를 떨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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