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오후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구로1동 A아파트에서 보건소 직원들이 방역을 하고 있다.
한라인 5가구 10명 감염에 다른 라인서도 2명 발생
인자도 검출 안돼, ‘화장실 환기구 감염’ 설득력 잃어
수도권 방역 2.5단계로 격상 불구 코로나19 재확산세가 심각한 가운데 아파트 집단감염에 대한 우려도 가시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수도권 소재 아파트에서 집단감염이 발생한 곳은 구로1동 A아파트와, 강남구 관내 아파트, 의정부 아파트 등 3곳이다. 하지만 방역당국의 조사에도 불구하고 감염 경로에 대한 원인 규명이 제대로 안돼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현재 구로1동 A아파트 관련 확진자는 아파트 관련 13명과 A아파트 관련 확진자가 근무한 금천구 소재 축산업체 관련 22명 등 총 35명이다.
◇ 화장실 환기구가 감염 경로?
당초 구청은 같은 라인에 거주하는 5가구에서만 확진자가 발생했다는 점 때문에 환기구를 감염경로로 추정했다. 구청은 지난 27일 브리핑에서 “화장실 환기구가 전 층에 연결돼있고, 화장실 팬을 돌리면 에어 덕트로 공기가 아파트 밖으로 빠져나가는 구조”라며 “팬을 안 돌리는 집에선 아랫집에서 올라온 공기가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구는 홈페이지 게시물을 통해 “특이한 것은 이들 5가구가 모두 같은 라인이라는 점”이라며 “이에 따라 구는 환기구를 통해 감염됐을 수 있다고 추정하고, 환기구 환경 검체 검사와 전면 소독을 실시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27일 다른 라인에서 2명의 확진자가 추가로 발견된 데다, 환기구에서 채취한 검체에서 코로나19가 검출되지 않으면서 환기구 가설은 설득력을 잃게 됐다.
방역당국 또한 환기구를 통한 전파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이다. 곽진 방대본 환자관리팀장은 지난 27일 정례브리핑에서 “증상 발현이 빠른 환자가 같은 아파트 내에서 좀 더 층수가 높은 것으로 조사가 된 상황”이라며 “환기구를 통한 전파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환기구를 통한 공기 흐름은 아래에서 위로 향하는데, 고층에서 확진자가 먼저 발생했다는 것은 기존 가설의 선후관계가 틀렸다는 뜻이 된다.
이와 관련 서울시는 역학전문가와 건축전문가, 설비전문가 및 질병관리본부, 구로구와 함께 감염경로를 확인하기 위해 하수구, 환기구, 엘리베이터 등을 포함해 감염경로에 대해 1차 조사한 결과 환기구 등 환경업체 14건(주방 및 화장실 환풍기)검사는 모두 음성이 나왔다.
◇ 승강기 오염 가능성도 배제 못해
환기구 가설이 설득력을 잃으면서 구로1동 A아파트 집단감염이 ‘미제사건’으로 남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앞서 지난 7월 의정부 장암주공아파트 집단감염 사태도 아직 오리무중이어서 A아파트 역시 같은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곽 팀장은 “당시 저희가 아파트 내 같은 동의 5개 가구에서 9명의 환자를 확인했었고, 이 이후에 이로부터 추가로 지역사회 전파된 사례가 13명이 있었다”며 “같은 동 주민 9명에 대해서는 감염경로 조사가 여러 방향으로 진행이 됐지만 직접적인 주민 간의 접촉에 의한 전파로 볼만한 건 확인되지 않았으며, 그 외 감염경로에 대해서 아직 확인이 되지는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아파트 내 공용공간이나 승강기를 통해 바이러스가 전파된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오고 있다. 실제 집단감염 사태가 발생한 A아파트의 경우 ‘ㄷ’자 구조의 복도식 아파트로, 2기의 승강기가 양쪽 모서리에 설치돼있다. 확진자가 발견된 2개 라인이 비교적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데, 이는 가까이 위치한 승강기를 주로 이용하는 아파트 주민들의 특성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 또한, 승강기가 원인이라면 반대편 라인에서는 확진자가 발견되지 않은 이유도 설명이 가능하다.
◇ 강남구 아파트에서도 6명 확진
한편 강남구 아파트에서도 지난 8월28일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이번 아파트 집단감염은 한 라인을 중심으로 바이러스가 전파된 구로구 아파트 감염과는 다른 양상을 띠는 것으로 나타나 방역당국이 원인 파악에 나섰다.
박유미 서울시 시민건강국장은 지난 2일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강남구 소재 아파트 관련자가 지난달 28일 최초 확진된 뒤 확진자가 6명으로 늘었다”면서 “해당 아파트에 임시 선별진료소를 설치해 주민 등 987명을 검사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초기 확진자는 아파트 경비원 1명과 이 경비원이 근무하는 곳이 아닌 동에 사는 주민 1명이다. 박 국장은 “구로구 아파트처럼 같은 라인에서 동시에 발생한 것은 아니며, 경비원과 아파트 주민 등과의 관련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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