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릉도원의 한 부분을 자세히 본 적 있다. 한 명이 겨우 들어갈 수 있는 거대한 바위 사이에 아주 조금 열린 문.
이 문은 최대한 어깨를 움츠리고 몸의 싸이즈를 작게 만들라고 요구 했었다. 문이라기보다는 구멍이란 표현이 적당하다. 그런데 이 구멍을 간신히 통과하면 호수, 기암괴석 등등 경이로운 광경이 펼쳐진다. 한마디로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금방 들어온 입구처럼 입이 딱 벌어져 한동안 입술이 경직된, 그런 기억. 이러한 잊지 못할 기억이 오늘 하나 더 추가되었다.
김익진 시인의 시집 ‘사람의 만남으로 하늘엔 구멍이 나고’를 받고.
이 시집은 일반 시인들이 잘 사용하지 않는 용어들이 자주 등장한다. 아니 시의 제재(題材)가 된다라고 정정해서 표현하는 것이 맞겠다.
빛은 파장, 우주는 양성자와 중성자 등등 깊이 읽지 않으면 난해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시를 음미하면서 정독하다보면 아! 하고 머리를 한방 맞은 느낌이다.
어떤 시는 밥 먹듯이 편안하게 읽히고 또 어떤 시는 자세를 바로하고 단어 하나하나가 주는 의미를 되새기며 읽어야 읽히는 시가 있다. 그런 점에서 본다면 김익진시인의 시는 후자에 속한다.
군더더기 없고 깔끔하나 두세 번 읽어야 더 제대로 읽힌다.
모래 한 알이/ 별을 잡고 있다/ 모래 골물은/ 별의 무게를 알고 있다/ 그들은 상호작용을 한다/ / 체 거름 파도/ 물결무늬 가장자리에/ 한 골물이 사라지면/ 해변이 달라진다/ 가장자리가 접히고/ 바다가 무너진다// 모래 한 알에 우주가 바뀐다
시 [관계 전문]
‘모래 한 알에 우주가 바뀐다’ 마지막 연을 위해 시인은 밤새 끙끙거리며 시를 낳았을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여기서 말하는 우주는 마음이거나 사랑이거나 밥이거나 다양한 해석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 사람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파동으로 우주가 바뀐다. 우주가 그녀라면 사랑이라면 사람의 마음을 들뜨게 하고 우울하게 하고 하루에도 수 십 번씩 지구가 흔들린다. 시 어느 부분에서도 특별한 기교를 부렸다는 흔적은 없다. 그러나 시에서의 의미는 아주 미묘하고 깊다. 독자가 숨 가쁜 호흡으로 읽어야 하는 불편함도 없다. 감성과 지성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수십 년 동안 쌓인 것들이 자연스럽게 스며져 나오는 것.
김익진 시인은 경기도 가평 출생으로 2007년 월간조선으로 등단, 시집 ‘회전하는 직선’ ‘중력의 상실’ ‘기하학적 고독’ 수필 ‘수백억 광년의 사람’등이 있다. 현재 한서대학교 항공신소재공학과 교수다. 최근 출간한 ‘사람의 만남으로 하늘엔 구멍이 나고’ ㈜천년의 시작에서 출간됐다.
시인의 말처럼 “밤하늘의 별빛이 이곳으로 오는 데만 수십억 광년이 걸리니” 시인의 가슴에서 세상에 도착하지 않은 詩들이 무수(無數)하리라.
<조윤주(시인) 구로오늘신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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