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미 등 주요국은 정부지원과 유연한 제도 운용으로 드론산업을 선도하나, 한국의 업계 규모나 기술 경쟁력은 주요국 대비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국내 드론 산업 현황과 과제를 분석하고, 드론산업이 제2의 LED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는 중소기업 보호 정책 중심에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력 확보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과거 LED 사례를 살펴보면 2010년대 초 조명시장 전환기에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기술력을 확보한 국내 대기업이 참여했었으나, 2011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선정되면서 철수한 사례. 이후 필립스, 오스람 등 외국 기업이 국내 점유율이 높아지고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로 국내시장을 외국계에 빼앗겨 2015년 적합업종 대상에서 제외된 후에도 회복하지 못했다.
드론은 사람이 비행체에 직접 탑승하지 않는 무인기(無人耭)를 뜻한다. 미국 등 주요국에서 군사용으로 개발되다 2000년 이후 IT 기술과의 융합으로 산업 저변에 확대되었다. 장난감이나 촬영용으로 알려졌지만, 감시·측량·배송 등 고가·대형으로 전환기를 맞고 있다. 드론은 군사, 취미 외에도 안전진단, 감시 측량, 수송, 물품 배송, 운송수단 등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 시장 자체가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데다 연관 산업에 파급력이 커, 2016년 56.1억 달러인 드론 시장 규모는 2025년 239억 달러로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군수용 시장이 꾸준히 증가하는 가운데 취미용보다 상업용의 성장이 빨라, ’22년이면 취미용(37억 불)보다 상업용 시장규모(44.8억 불)가 앞설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과 통신, 농업 분야 등이 성장이 밝을 것으로 기대되는 분야이다.
하지만 국내 드론 산업은 이제 막 시장을 형성하는 단계이다.’ 17년에 발표된 정부 부처 로드맵에 따르면 한국 시장 규모는 ’16년 세계시장의 1%에 불과할 만큼 세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드론 업체의 51.9%가 매출 규모 10억 원 미만의 영세한 규모다.
뿐만 아니라 전세계 드론관련 특허 중 한국의 비중은 7%로 미국 28% 등 주요국보다 낮고, 핵심부품 기술력 또한 세계 최고수준에 미치지 못하다(첨부 표 참조). 그 결과 국내시장은 수입 드론에 의해 점유된 지 오래다. 2019년 8월말 현재 지방항공청에 등록한 드론 1만 21대 중 국내산 제품이 10% 미만인 점은 이러한 현실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지방항공청은 사업용 12kg 이상 대형 드론을 등록하도록 하고 있다.
주요국은 한발 앞서 강력한 산업육성책을 실시했고 제도 유연화를 추진했다. 중국은 ‘先 허용-後 보완’의 기술 수용적 정책 기조와 함께, 강력한 공공수요 창출과 보조금 지급 등 정부 주도로 산업을 빠르게 육성하였다. DJI, 이항 등 기업의 성공으로 세계 최대 소형드론 생산기지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최근에는 R&D 투자에도 집중해 기술력을 확보하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벤처캐피탈과 M&A로 민간주도의 성장으로 시장을 키워왔다. 최근 아마존, 구글, 퀄컴 등 글로벌 기업이 투자하는 가운데, 최근 산업화에 주도권을 뺏길 것을 우려하여 당국이 엄격한 제도를 유연하게 적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UPS, 알파벳, 아마존에 가시거리를 넘어서는 상업 배송을 잇달아 허용하는 등 발 빠르게 배송 분야의 상업화를 추진 중이다.
일본은 ’16년 로드맵을 마련하고 매년 로드맵을 수정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의 장기 계획을 실행 중이다. 또한, 국가 전략 특구 제도를 활용하여 산림감시, 택배 등 다양한 산업화를 실험하고 있다.
한국 또한, 드론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17년 육성책을 마련하고 로드맵을 발표하여 제도를 정비하는 등 후발주자로 캐치업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전경련은 한국이 드론 운영 관련 규제 수준을 주요국과 유사하게 정비했지만, 2017년 공공 조달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에 드론을 지정하는 등 여전히 드론 산업의 중소기업 보호에 멈춰있다고 지적하였다. 도전적인 수요를 창출해야 할 공공분야 사업 주체를 중소기업으로 한정하고 중견기업과 대기업의 참여를 제한함으로써 한참 치열한 경쟁 중인 드론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기회가 축소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경련 유환익 기업정책실장은 “중소기업 보호 위주의 정책이 오히려 드론 산업의 중소·중견·대기업 시너지와 경쟁력을 막을 수 있어, LED 실패가 되풀이될까 우려스럽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용 보호 정책’보다 세계시장에서 살아남을 ‘실력’에 지원해야 한다.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이미 경쟁력을 확보한 기술력을 드론 분야에 활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화하고 지원 중심으로 전환이 시급하다”라고 강조하였다. 아울러 중소기업 주요 기술의 R&D는 지속해서 투자하면서, 중소기업 레벨업을 위한 마케팅 지원과 함께 공공에서 부가가치 높은 임무 수행용 드론 수요를 선도해 새로운 핵심기술 개발을 자극해야 한다고 제언하였다.
<정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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