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천 강에 쉬는 달
초연 김은자 시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유학 시절에 고향에 계신 어머니 그리며 바라보던 달은 “교토의 달”이라는 시를 낳았다. 이제 황혼 녘에 홀로 되어 바라보는 달의 정취는 삶의 길목마다 달라지는 달의 크기와 의미가 달라진다. 누구나 가슴에 품고 사는 기다림과 그리움은 달을 안고 살면서 추억과 시가 되고 수필이 되며 소설이 되지 않을까.
한 달의 날짜의 흐름을 초승달 하현달 보름달 상현달 그믐달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마음의 정서도 함께하면서 변해가는 달의 형상은 인생의 이야기를 골고루 담고 있다. 월하미인(月下美人)이란 말이 생겼듯이 은은히 드러내는 여백이 있어서 특히 여성을 상징하는 음의 에너지를 잘 나타냈다. 어둠이 찾아와야 더 밝게 보이는 달빛은 낮에 하늘에 걸려있는 낯 달과는 선연히 다르다. 경포대의 다섯 개의 달은 하늘의 달, 바다의 달, 호수의 달, 술잔의 달, 임의 눈동자의 달이라 했지만, 일천 강에 달이 뜨는 것은 세상에 살아가는 여인의 마음에 뜨는 달이려니 기다림과 그리움이 얼마나 묻어 있을까. 모자라는 것을 채우고 가득 차면 덜어내는 시간의 반추가 여인의 일생에 꽃과 열매로 이어지는 생명의 리듬을 갖춘다. 일천 강에 띄울 수 있는 달의 마음을 쉰다는 말의 의미는 세상을 이겨내는 외로운 여인의 번뇌를 쉬는 적정의 순간이 되리라. 꽃이 마른 세월에 열매를 얻은 삶은 그래도 축복이라 여기며 가을의 메마름은 삶에 흐르던 윤기를 거두어 가며 가을 타는 사람의 외로움을 심화시킨다.
짝수 층 만 가는 승강기 타고 홀수 층에 가려면 한층 아래서 올라갈까, 위에서 내려갈까 망설이는 순간 자연스럽게 한 층 올라가는 층에서 내리는 것도 세월이 만든 사위어가는 몸의 부실함이려니, 나이 들어 그러려니 하면서 살아가는 의연함이 일천 강에 달을 띄우다가 쉬게 하며 마음을 뒤져본다. 코로나 19로 불편해진 생활 반경에 노트북을 들고 창경궁에 와서 툇마루가 있는 조용한 명통전에서 글을 쓰는 낭만도 나만이 누릴 수 있는 여유가 아닐까. 오늘도 나의 책을 읽어주는 독자들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유한한 내 삶 속에서 쓸모있는 작업이 되어 누군가의 위로가 되는 것이 생의 보람이며 기쁨이다. 살아있음에 고맙고 집필을 한다는 것에 뿌듯한 노년은 감히 아름답다고 위로한다.
― <머리말>
- 차 례 -
머리에 두는 글
제1부 일천 강에 쉬는 달
일천 강에 쉬는 달
감정의 반품
거기 앉은 사람
걷기 종교
결국
그 마음은 무엇이라 하나
그녀
내 생애 기쁜 날
네 번 들었다
노숙의 현장
제2부 다이돌핀 선물한 제자
다이돌핀 선물한 제자
말하기와 듣기
모기의 빨대
미망
방치의 군살
보릿고개 넘듯이
삼복더위에 태어나서
새벽 기도한 칠월 보름
생일 아침에
생일 케이크
제3부 선영이 생각
선영이 생각
손등의 세월
피돌기 같은 적응관
아쉬움
여유
와룡산 입구에서
청국장 가루
트바로티가 군 복무 간다
편집과 분량 사이
하늘에 때가 낀다
제4부 가을 하늘 보며
가을 하늘 보며
9월의 노래
거대한 바람의 표정
그대 귀에 들어와서
그대 눈에 쉬는 달
그리움 지우기
누구의 기도
동틀 무렵
마스크 버리기
마이삭 뒤에 하이선 태풍
제5부 만국공통어를 미소라 했는데
만국공통어를 미소라 했는데
매몰의 예감
매미의 우는 사연
무명초 자르고
바람의 온도
밝음과 어둠 사이
보이지 않지만
상처에 소금 뿌리는 말
아버지 등마루가 노래로
아침에 와룡산
제6부 연빈의 배려
연빈의 배려
영혼의 잠식
옷깃 여며지는 사람
와룡산 중턱 벤치에서
이정표 신호등
익선관
자정에 카톡 보내는 마음
적자생존
착각이 저지른 후회
하늘 보기
● 서평
[2020.10.15 발행. 128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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