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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가 들꽃을 이름 없다 하리
 김여울 수필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세상을 살다보면 누군가는 어릿광대 노릇을 하는 사람이 있기 마련입니다. 소인이 바로 그 어릿광대임을 자처하는 사람입니다. 지지리도 못나고 어설픈 삶을 살았다는 생각에서입니다. 잠시 세상을 잘못 읽은 바람에 달리던 열차에서 도중하차했던 일. 아, 그 무렵 소인을 내려놓고 멀어져가던 열차의 꽁무니를 바라보며, 이게 아닌데 하고 생각했을 적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습니다. 그렇다고 새삼 놓쳐버린 지난날들에 대한 안타까움에 부질없이 발을 구르는 따위의 후회는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후회를 한다고 해서 어느덧 저만치 흘러가버린 시간을 불러 세울 수는 없는 일이니까요.스스로를 어릿광대라고 생각하고 있는 소인에게도 한 때는 남 못지않게 꿈 많았던 순백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 많은 꿈들을 엮어가기 위해 어릿광대가 처음으로 세상을 읽기 시작할 무렵이었습니다. 어릿광대는 메마르고 척박하기 그지없는 땅에서 싹을 틔운 한 줄기의 여린 콩 넝쿨을 발견했습니다. 콩 넝쿨은 날마다 잔가지를 치며 열심히 뻗어나갔습니다. 그렇게 자꾸자꾸 뻗어 나가다보면 땅 끝 어딘가에 반드시 넝쿨이 타고 오를 눈먼 나뭇가지가 하나쯤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콩 넝쿨의 기대에 보답이라도 하듯 수많은 날들이 밤마다 이슬을 머금은 영롱한 별빛을 반짝이며 다가와 입맞춤을 했습니다. 수많은 날들이 찰랑이는 아침 햇살로 콩 넝쿨을 어루만지며 쓰다듬었습니다. 하지만 그것들은 콩 넝쿨이 원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진정 콩 넝쿨이 필요로 하는 것은 이슬을 머금은 영롱한 별빛도 찰랑이는 아침 햇살의 싱그러움도 아닌 한낱 눈먼 나뭇가지를 만나는 것이었습니다. 콩 넝쿨이 꽃을 피우기 위해선 타고 오를 나뭇가지를 찾아야만 했기 때문입니다. 숱한 인고의 날들을 땅바닥을 기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것은 오직 하나, 어딘가 있을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 눈이 부시도록 찬란한 눈물빛깔의 꽃망울들을 터트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가도 끝내 타고 오를 나뭇가지를 찾지 못한 콩 넝쿨은 그만 질펀한 땅바닥 위에 꽃망울을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꽃들은 곧 열매를 맺었습니다.
 어릿광대는 그 중 하나를 뚝 따서 열었습니다. 꼬투리를 여는 순간 잘 영근 무지갯빛 꿈이 불쑥 얼굴을 내밀 것이라는 상상을 하면서…. 그러나 튕겨져 나온 것은 뜻밖에도 한 움큼의 허허로운 바람이었습니다.
 어릿광대가 하는 일은 늘 그랬습니다. 겨우 건져 올렸다고 해서 열어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쭉정이뿐인 삶. 그게 바로 어릿광대의 자화상이었습니다.
 그러나 어릿광대는 결코 실망하지 않았습니다. 이 세상 어딘 가엔 반드시 어릿광대가 다가오기를 애타게 기다리는 그리운 눈망울들이 있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그 눈망울들을 만나면 제대로 꿈꾸는 법을 들려줄 생각입니다. 무지개를 잡는 법도 이야기해줄 생각입니다. 때로는 꽃을 피우고도 쭉정이 밖에 거두지 못했던 어릿광대의 전설도 간혹 한 번씩 풀어놓을 참입니다.
 끝으로 2부와 4부의 단상들은 2십여 년 전 현직에 있을 때 경향신문 오피니언 난에 연재했던 교단일기의 일부를 발췌 구성했음을 밝혀둡니다. 새삼 다시 읽어보니 금방이라도 손에 잡힐 듯한 그 시절의 추억이 눈에 어른거려 만감이 교차합니다. 어느덧 멋진 청춘, 제 인생의 앞가림을 착실히 하고 있을 교단일기의 주인공이었던 그때 그 아이들 지금 어디서 무엇이 되어있을지 무척도 궁금합니다.
 이쯤해서 책 머리말이란 것 줄일 생각입니다.
 오래 전 아주 오래 전에 이미 한물갔다고 치부해버린 어릿광대의 구닥다리 같은 시나위가락에 관심을 가져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 머리말 <어릿광대 이야기>
 
 
 - 차    례 -
 
 머리말
 
 제1부 실반지
 아우를 그리며
 
  실반지 그때 그 시절 아이들
 가래떡과 하모니카
 한 꼭지의 눈물빛깔
 유년의 오솔길
 눈물의 향수 파티
 오동꽃 필 무렵
 빛바랜 사진첩
 봄날 강둑길에서
 박제가 된 아버지의 꿈
 초임지에서 생긴 일
 잊혀진 것에 대한 그리움
 그래도 유년은 행복했네
 호루라기에 대한 단상
 세 꼭지의 삽화
 
 제2부 엿 먹는 아이들
 낙화와 어릿광대
 바람개비를 날리는 아이들
 보람아, 그건 네 거야
 얘들아, 지금 뭘 하고 있니?
 엿 먹는 아이들
 유행어 해프닝
 토라지며 크는 아이들
 토함산에서
 풍요시대 보릿고개 이야기
 학교에서 푸대접 받는 우리 한글
 학원으로 간 여름방학
 외로움을 타는 아이
 부끄러움을 안겨 준 꿈나무
 아홉 살 나리의 지문 날인
 우리 아이들의 꿈
 
 제3부 유년의 풍속도
 사람 사는 냄새
 바늘귀를 꿰다가
 너무도 짧은 고별
 스무 살 고개의 안개꽃
 만추의 길목에서
 성북동 매미
 남루를 벗으면
 누가 들꽃을 이름 없다 하리
 어느 어릿광대의 독백
 덜어내니 하늘이었네
 그대의 사모곡
 슬픈 동화 같은 이야기
 유년의 풍속도
 이방인의 추억
 밥
 사람의 손
 
 제4부 단역배우는 싫어요
 아웃사이더
 너무 사랑스러워 얄미운 너
 단역배우는 싫어요
 4학년이 되면
 감동이 식은 운동회 날의 상품
 작은 기적
 교단에 남아있는 일제 잔재
 먼지만 쌓인 시청각 기자재
 선생님, 머리가 아파요
 스승의 날 유감
 양주 한 병이 뭐길래
 웃을 수 없는 웃음
 우리 교실의 전설
 존경하는 교장선생님께
 책 뒷자리에
   			
				
					
					    [2021.01.20 발행. 310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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