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범계 법무부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이 지난 5일 서울 고검 청사에서 만나 검찰 간부 인사 논의를 하는 모습.
박범계 법무부장관이 취임 후 처음으로 검찰 고위간부 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윤석열 검찰총장의 핵심 요구는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윤 총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 교체, 한동훈 검사장 복귀를 요청했다고 알려졌으나 두 사람 모두 이번 인사에서 자리 변화는 없었다. '친정권 검사'라고 비판 받던 검사들도 대부분 보직을 유지했다.
7일 법무부는 '2021년 상반기 고위 간부 인사' 결과를 발표했다. 인사 이동 대상자는 4명으로,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심재철 현재 법무부 검찰국장이 남부지검장으로 전보됐다. 서로 보직이 교체된 것이다. 조종태 춘천지검 검사장이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으로, 김지용 서울고검 차장검사가 춘천지검장으로 발령됐다.
인사에 앞서 박범계 장관은 윤 총장과 두 번에 걸쳐 관련 회의를 했으나 윤 총장 의견은 사실상 반영되지 않았다. 회의에 앞서 박 장관은 논의보다는 '청취' 성격의 자리가 될 것이라면서도 "형식적으로 하지 않겠다"고 한 바 있다.
이성윤 지검장은 종전과 같은 서울중앙지검장 자리에 유임됐다. 윤 총장은 2일과 5일 두 차례 박범계 장관과 만나 '이 지검장 교체'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박 장관은 이 자리에서 이 지검장을 유임해야 한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이 지검장은 잇단 잡음으로 일선 검사에 대한 수사 지휘력을 잃었다는 게 윤 총장이 교체를 요구한 주된 이유로 꼽혔다. 이 지검장은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수사팀이 한동훈 검사장과 이동재 채널A 기자와 유착 관계가 없다며 '한 검사장 무혐의'를 보고올렸지만 결재를 미루며 내부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2019년 '김학의 전 법무부차관 불법출국 금지 사건' 관련해 서울동부지검에 허위 사건 번호를 사용하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았는데, 이를 수사중인 검찰에 피의자로 소환될 가능성도 있다.
한 검사장도 법무연수원 연구원에 머물게 되면서 '좌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윤 총장은 한 검사장을 일선 지검장 정도로 복귀시켜줄 수 없겠냐는 의견을 박 장관에게 전했다고 한다. 그러나 박 장관은 채널A 사건 관련해 한 검사장의 휴대전화 포렌식이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복귀시킬 수는 없다고 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번 인사에서 두드러진 변화는 법무부 검찰국장과 서울남부지검장이 서로 자리를 바꾼 것이다. 심재철 검찰국장이 남부지검장으로, 이정수 서울남부지검장이 검찰국장으로 발령됐다. 서울남부지검은 경제·금융범죄 수사와 정치권 수사를 담당하는 서울의 주요 지방검찰청이고 검찰국장은 검찰의 인사권을 가진 핵심 보직이다.
윤 총장 징계에서 '1인 다역'을 했다는 비판을 받은 심 국장은 대표적인 친정권 검사로 꼽힌다. 이 지검장도 친정부 인사라는 평을 듣는다.
윤 총장이 교체를 원했다는 이종근 대검 형사부장, 신성식 대검 반부패강력부장도 유임됐다. 이 형사부장은 김 차관 불법출금 사건 당시 출입국 본부를 방문해 절차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신 반부패부장은 최근 한 언론사의 '한동훈 사건 오보'와 관련해 피의자로 특정된 것으로 지난달 확인됐다.
'원전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이두봉 대전지검장은 유임됐다. 대전지검은 월성1호기 원자력발전소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수사와 관련해 백윤규 전 산업통상부장관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 등이 적용된 백 전 장관은 오는 8일 대전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게 된다.
법무부는 "이번 인사는 공석이었던 대검 기획조정부장 결원을 충원하고 법무부 검찰국장 등 주요 보직 인선에 따른 후속 전보 조치 차원에서 최소한도 규모로 했다"며 "현안 사건을 지휘하는 서울중앙지검장, 대전지검장을 비롯한 대부분 검사장을 유임시켜 새롭게 진행되는 제도 안착과 업무 연속성을 함께 도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찰총장 의견 청취 절차를 실질화하기 위해 2차례에 걸쳐 만나 구체적인 의견을 듣고 취지를 반영하고자 노력했다"며 "검찰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고 조직 안정 속에 국민을 위한 검찰개혁을 굳건히 추진해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채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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