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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주시인, ‘나에게 詩가 되어 오는 사람이 있다’ 시집 출간

1,2,3부로 80여편 주옥 같은 詩... 출간부터 화제
등록날짜 [ 2021년02월08일 20시38분 ]

시의 순기능으로 인해 우리 모두는 서사시로 때로는 서정시로 알게 모르게 혼탁한 영혼을 정화시킨다.

 

그래서 사람들은 맑은 수혈을 위해 시집을 찾는다. 그러나 막상 시집을 손에든 순간 난해하고 얼키고설킨 어둠의 이미지로 오히려 길을 잃는다.

 

시에 장식이 너무 많다. 기술만이 난무한 시들이 판친다. 신춘문예의 난해한 특성 때문이다. 개성을 잃은 시인들이 신춘문예 풍으로 유행을 따른다. 그래서 세상에 시는 넘치지만 좋은 시를 만나는 일은 어렵다.

 

다행히 이러한 시들이 독자들에게 시를 멀리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시의 흐름에 맞서는 작가가 있다. 그리고 그녀는 드디어 9년 만에 시집을 출간했다.

 

서정과 시의 본질은 살렸으면서도 결코 진부하지 않고 난해하지 않다. 시를 읽으면 자연적으로 이미지가 떠오르면서 함께 시속의 화자가 되어 마음이 출렁인다. 독자들의 갈증을 풀게 만드는 묘한 매력을 가진 오아시스와 같은 시다. 시집 한 권의 반은 달콤한 사랑시다.

 

도서출판 오늘에서 출간된 이 시집은 1부 꽃잎 봄 하나를 열고, 2부 꽃잎 봄 하나의 중심에 서서, 3부 꽃잎은 씨를 품은 봉투가 되어로 나뉘어졌으며 80여 편의 주옥같은 좋은 시가 수록되었다.

 

시의 소재는 꽃과 나무 등 자연을 통해 삶을 반추하게 만든다. 친 자연주의다.

시 편 편을 읽다보면 코로나 여파로 지친 마음은 사라지고 사춘기 소년소녀처럼 가슴이 뜨거워지기도 하고 삶의 바닥에 주저앉아 울고 있는 자화상을 만나기도 한다.

 

그러나 슬픔이 단단해지면 계단이 되던가. 시를 따라가다 보면 맑은 태양 아래 흰구름이 되어 두둥실 가벼워진 자신을 만나게 된다.

 

어느 페이지를 읽어도 좋다. 독자들을 울리기도 하고 맑게 만들기도 하는 천부적 재능을 가진 시인이란 말이 아깝지 않다.

 

조윤주 시인의 6번째 시집 ‘나에게 시가 되어 오는 사람이 있다’는 크게 나누어 사랑시와 삶의 현장에서 녹아낸 자유시며 142쪽으로 엮였다.

 

시인이며 수필가인 이주리 작가는 “조윤주시인은 작품마다 눈부신 알레고리를 가지고 있다. 시인 특유의 독창적인 사물의 숨겨진 의미를 찾아내고 그 입구에서 서성이지 않고 그 안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가 생의 유동적인 통찰과 경건을 건져 올린다. 마치 우주에 던져진 기호들을 따서 지상에 퍼즐처럼 쌓아 가는데 그 깊이와 정교함에 감동이 인다” 했다.

 

시 해설을 맡은 류재엽 평론가는 “조윤주 시인은 예술적 효과를 창조하는 중심 의도를 긴밀하게 배치하고 세부와 세부 전체 간에 유기적 관계를 토대로 원관념과 보조관념 사이에 언어 선택을 자유자재로 하고 있다”며. “그녀의 시는 다분히 매력적이다. 늘 깨어 있으려고 발버둥 친다. 그렇게 무게와 의미를 지닌 등가성의 산물을 창조하려는 자세가 돋보인다”고 했다.

 

둥글어질 대로 둥근 / 단단한 저 돌은/ 천만번 두들겨 맞아본 적 있어서/ 천만번 흔들려본 적 있어서 /천만번 울어본 적 있어서/ 천만번 뜨거워진 적 있어서/ 천만번 차가워진 적 있어서/ 이제 조용히 문 걸어 잠그고/ 쉬는 중/ 흔들지 마라// 천만번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작은 우주다 -몽돌 전문-

 

위에서 보듯 이번 시집에서 특징적인 것은 시에서 최대한 힘을 뺐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장치를 빼고 시의 알레고리를 잘 살려냈다는 평가다.

 

저자인 조윤주 시인은 “꽃을 볼 마음으로 꽃을 심었으나 꽃은 피지 않고 무심코 버들가지를 꽂았더니 나무 그늘을 이루었다는 중국 속담처럼 꽃을 탐낸다고 해서 꽃이 내게 오는 것은 아니다. 나무가 꽃을 줄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며 “여기에 수록된 시(詩) 대부분이 목마르거나 간절한 것들의 찰나가 조각이 되고 퍼즐이 되어 완성된 것들이다”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말처럼 억지로 짜내지 않고 물 흐르듯 담백한 시로 귀결된다.

 

상략

질투와 슬픔을 먹고 사는 사랑은 /위장이 얼마나 큰 걸까/ 연락이 두절된 시간이면 / 대낮에도 불빛 하나 없는 어둠이 된다/ 너와 내가 만나면 우린 네 개의 위장을 가진 소를 닮는다/ 따뜻한 말과 기억의 촉감/ 불안을 되새김질하며/ 배를 채우는 순한 초식 동물이 된다

나에게 시가 되어 오는 사람이 있다ㆍ7

―네 개의 위장 (일부 발췌)

 

●시집『나에게 시(詩)가 되어 오는 사람이 있다』의 저자 조윤주는 1999년 예총 기관지인 《예술세계》를 통해 등단했다. 20여 년 동안 기자생활을 했으며, 현재는 플로리스트의 삶을 살고 있다. 『미완성의 노래가 그녀를 일으켜 세운다』 『그 사랑에 눈을 떼지 마』 『새살 돋는 사랑의 성』 『사랑은 영혼이 주인이다』 『꽃똥』 등 다섯 권의 시집을 펴낸 바 있다. 등단 22년 동안 끊임없이 시밭을 가꾸고 키우는 시농부다.

 

<김유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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