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변은 4일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 논평을 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2월 황운하 의원 대표발의로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 해 입법 되어 올해부터 시행되는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이 직접 수사할 수 있는 6개 범죄(부패범죄, 경제범죄, 공직자범죄, 선거범죄, 방위사업범죄, 대형참사)를 전담하는 별도의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을 신설하고, 검찰은 직접 수사기능 없는 공소유지 전담 기관으로 만든다는 것이 주요내용이다.
민주당은 연내 입법을 마무리하겠다는 입장이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중수청 설치는 ‘검찰 해체’이며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 법안이자 헌법 정신을 파괴하는 것이라며 오늘 오후 검찰총장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수사와 기소의 분리는 검찰개혁의 중요한 원칙이다. 수사는 경찰에게, 기소는 검찰에게 맡김으로써 권력기관의 역할 구분과 상호 견제를 통해 권한 남용을 통제하는 것이다.
이는 문재인 정부에서 검찰개혁 과제로 선언되었고, 윤석열 총장 역시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이에 동의한 바 있다. 해외 입법례를 보더라도 우리나라 검찰과 같이 수사를 전담하는 수사관이 모든 검사실마다 배치되고, 그 숫자도 검사 숫자의 3배가 넘는 수사밀착형 검찰 조직은 없다.
수사기관과 공소유지기관의 분리가 기본 원칙이며, 예외적으로 한 기관에 결합되어 있더라도 검찰의 역활은 수사 지휘에 집중되어 있다.
윤 총장은 수사와 기소가 분리되면 권력형 비리 수사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이는 과거의 경험과 기준에 기초한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오히려 ‘김학의 사건’과 같이 수사와 기소가 검찰이라는 단일 기관에 집중되어 감추어진 권력형 범죄도 많았다.
또한, 공수처 설치로 권력형 비리사건은 대부분 공수처가 담당하게 될 것이다.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에 줄어든 수사범위에 따라 검찰 수사 인력 전환 등 당면과제를 외면하고 조직 지키기에 몰두한 그동안의 검찰의 모습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여당에서 추진하고 있는 중수청 법안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있다. 원칙적으로,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기 위해서는 검찰이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는 6대 범죄의 수사권을 경찰에 이관하는 간명한 방법이 있다.
수사기소 분리를 위해 중수청이라는 비대한 수사기관을 반드시 새롭게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원칙적으로 모든 수사는 경찰이 담당하도록 하고, 비대해진 경찰권한은 자치경찰 전면화 등 경찰권 분산과 수사권 남용에 대한 통제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과감한 경찰개혁의 추진이 필요하다.
수사권 조정 이후에도 검찰 권력이 민주적으로 통제되지 못하고 있는 상황과 경찰에 모든 수사 권한을 갑자기 몰아주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중수청이라는 고육지책에 이른 고민도 이해한다.
그러나 수사 기소를 분리하기 위한 과도기적 단계로서 중수청 도입이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올 해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이 안정적으로 운영된 이후 그 도입 여부를 신중하게 검토하는 것이 옳다.
2018년 검·경 수사권 조정이라는 권력기관 개혁의 합의과정에서 중수청 도입은 심도 깊게 논의된 바도 없다. 이에 대한 충분한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그러나 최근 논의과정을 보면 여당은 중수청 연내 도입에 급급하여 충분한 연구검토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중수청 법안에서는 중수청장의 임명절차를 경찰청장이 중수청장 후보자를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는 경찰청장의 권한을 더욱 비대하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찰권 분산을 위한 경찰개혁의 취지에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무엇보다, 지금 제안된 상당한 규모의 중수청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권력기관의 수사총량이 늘어나는 것이어서, 권한 남용을 방지할 세밀한 견제 및 통제 장치가 필요하다.
수사권 남용 통제방안에 대한 충분한 논의 없이 상당한 규모의 수사기관을 새롭게 설치하는 것은 매우 신중하고 원칙을 지키는 신중한 검찰개혁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선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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