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의 호롱불
김여울 동화집 (전자책) / 한국문학방송 刊
꼬맹이 어릿광대가 있었습니다.
꼬맹이는 아버지를 따라 고향을 떠났습니다. 무지개를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고향 울타리를 벗어나기만 하면 금방이라도 움켜잡을 것만 같던 무지개는 아무리 가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산봉우리를 넘어서면 무지개가 있을 게야.”
아버지 어릿광대의 말에 힘을 낸 꼬맹이는 가까스로 산봉우리에 올랐으나 무지개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냇물을 따라가다 보면 무지개를 만날 게야.”
꼬맹이는 발걸음을 재촉했으나 역시 또 허사였습니다.
“아버지, 이쯤에서 여행을 마치는 게 어떨까요? 가도 가도 무지개가 보이지 않잖아요?”
실망에 잠긴 꼬맹이 어릿광대가 말했습니다.
“그것 참 안 됐구나. 조금만 더 가면 무지개를 잡을 수 있을 텐데 여기서 발걸음을 멈추겠다니….”
아버지 어릿광대는 마지못한 듯 한 마디를 남긴 채 그만 눈을 감고 말았습니다. 꽤 많은 세월이 지났습니다. 그 사이 꼬맹이 어릿광대는 어른이 되어 있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어른이 된 꼬맹이 어릿광대가 여울목 징검다리를 건너다말고는 우뚝 발걸음을 모두고 말았습니다. 문득 산 너머 저쪽에서 손짓하는 그리움을 보았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아버지 어릿광대가 평소 이야기하던 무지개였습니다.
꼬맹이 어릿광대는 재빨리 손을 뻗어 무지개를 잡으려고 했습니다. 무지개는 어릿광대가 다가갈수록 자꾸만 뒷걸음질을 치며 달아났습니다.
꼬맹이 어릿광대는 마침내 훌쩍 집을 떠났습니다. 그리움을 잡기 위해서였습니다. 꼬맹이 어릿광대는 도중에 만났던 길섶의 들꽃들을 바구니에 따 담기 시작했습니다. 바구니는 금세 들꽃으로 가득 차올랐습니다.
꼬맹이 어릿광대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저었습니다. 손에 든 꽃바구니가 왠지 너무 초라하고 부끄럽다는 생각에서였습니다. 아버지 어릿광대가 말하던 진짜 그리움을 아직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모처럼 마련한 꽃바구니를 놓아버릴 수는 없었습니다.
비록 향기 옅은 꽃바구니라 하더라도 이름 모를 그 누구에겐가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차마 떨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꼬맹이 어릿광대는 어렵사리 용기를 내어 마침내 손에 든 꽃바구니를 내보이기로 했습니다.
― <머리말> 어릿광대의 꽃바구니
- 차 례 -
책머리에
■ 동화
◇ 하얀 조가비
◇ 난장이 나라의 도깨비
◇ 별 바라기 아이들
◇ 아파트의 호롱불
◇ 수탉은 왜 하늘을 쳐다보며 울까
◇ 미소천사
◇ 자물쇠와 열쇠
◇ 작은 천사 순아
◇ 나무가 아파요
◇ 눈새와 난장이
[2021.05.10 발행. 180쪽. 정가 5천원(전자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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