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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도로 요양원 '순옥이'의 일기

등록날짜 [ 2021년06월26일 19시44분 ]

어둠이 걷히기 전, 커튼을 연다.

창문 밖에는 봉신교회 십자가가 코로나의 종식을 기도하는 듯 반짝 반짝거린다.

 

고척1동 소재 1.2.3전자타운 효도로 노인전문요양원에서 요양사와 실장으로 재직하기 시작한지 벌써 3년차다.

 

요양원의 하루 일과가 주로 치매 어르신들의 안녕을 보살피는 일이다. 효도로 노인전문 요양원에 근무하기 전에는 구로구새마을 부녀회장을 하며 20여년간을 봉사의 길을 걸었다.

 

“순찰은 생명이요, 필수입니다”를 외치며, 하루해가 시작된다. 지난 해 초부터 코로나19로 인하여 마스크도 필수가 됐다. 온 세상 사람들이 마스크를 쓰고 다닐 줄 누가 알았겠는가. 인류를 가장 많이 죽인 것은 핵 전쟁이 아니라 바이러스이고, 바이러스 보다 더 무서운 것이 치매인 것 같다.

 

“어무이 여기 않아 뭐하시나요”?

“아들이 오늘 온대!” 화장실 변기에 앉아 동구나무 그늘인 양 아들을 한없이 기다리다 열이 오른다. 분주히 오가는 간호원 손에 해열제를 먹인 뒤 침대에서 잠이 든다. 매일 오던 아들이 이유 없이 안 오니 나를 버리고 갔다고 병이 나신 게다. 잠꼬대로도 어무이는 아들을 부르다 잠이 드신다.

 

또다른 깔끔한 어무이는 아들이 면회 왔다 해도 말기 암 환자의 초라한 모습을 보이기 싫다며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로 베갯잇을 적신다. 글을 쓰신다는 어무이는 하루해를 잔뜩 움켜쥔 채, 가는 세월이 무척이나 아쉬운 듯 매일 매일 일기를 쓰며 요양사들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기도한다.

 

또 다른 어르신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서둘러 신발을 신고 약국에 돈 벌러 가야 한다고 한다.

효도로 요양원 하루 세 끼 식사 때가 되면 아수라장이다.

‘거가 내 자리다!’ ‘그기 내 밥이다!’

손으로 밥을 입에 넣으며 한 손엔 식판을 밀고 땡기다가 드디어 식판이 땅에 떨어져야만 다틈은 끝이 난다. 또 다른 어무이는 늘 입안 가득히 감사하다는 말을 머금고 눈만 마주치면 웃음으로 화답하기도 한다. 그 분은 서운하게도 얼마 전 승천하셨다.

 

보호자는 요양사인 나에게 마지막 인사말로 “엄마를 오랜 병환에도 욕창 하나 없이 곱게 모셔 주었다는 인사도 잊지 않았다.

 

씨감자처럼 쪼글 거리는 어무이는 혼자서 중얼거리며, 코로나로 인하여 자유로이 보던 아들딸들을 못 보는 분풀이를 이 방 저 방 다니며 시비를 걸다가 말다툼을 하기도 한다. 면회가 어려운 요즈음, 현대 문명의 도움으로 가족과 영상 통화를 한다.

 

“엄마 나야~” “엄마! 나야

몰라보는 엄마를 눈물 콧물로 훌쩍이며 애타게 부른다. 그토록 내 살점 내줘가며 인류 대학 공부 시켰건만, 축 처진 눈꺼풀만 깜빡거린다.

 

요양원, 이곳으로 오신 어르신들은 어렵게 사는 자식에게 살던 집 모두 내어 주고 정부의 도움 80% 본인 부담금 20% 내며 이곳으로 오셨다. 그 희생이 당연하다는 듯 참고 인내한다.

 

장기 요양 보험이 없었다면 그 어느 자식 문간에서 서성거렸을 어무이 들! 요양 보험은 각 가정을 구하고 사회를 구하고 요양사들의 일자리를 주었다. 코로나로 일자리를 잃고 소중한 생명을 빼앗아 가는 바깥세상이 잠잠해지면 옥상 하늘공원으로 모시고 가 봄날을 노래할 것이다.

 

아니, 나훈아의 홍시를 간드러지게 불러보리라. 울 엄마가 생각이 난다. ♪♬ 딴다라딴딴.

 

<효도로 요양사 실장 박순옥.본지 신도림동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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