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부지법 “설치한 중계기 수 많고, 범행 기간 짧지 않아”
중국 보이스피싱 조직이 사용한 국제·인터넷 번호에 ‘010’ 번호를 달아준 미등록 불법 통신업자가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지난 24일 서울서부지법 형사10단독 강순영 판사는 사기 및 전기통신사업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신모(49) 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 씨가 설치한 중계기의 수가 많고 범행 기간이 짧지 않다”고 선고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에 따르면 신 씨는 지난해 6월부터 3개월여간 대전시와 경기 평택·화성·파주시 일대에서 ‘VoIP 게이트웨이(Voice Over IP Gateway)’를 설치해 중계 사무소를 운영했다. VoIP 게이트웨이는 국제·인터넷 번호(070)로 전화를 걸면 국내 휴대전화 번호(010)로 바꿔주는 중계기다.
전기통신사업법상 전기통신사업자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에게 등록해야 한다. 그러나 신 씨는 등록하지 않은 채 보이스피싱 조직원으로부터 중계기를 넘겨받은 뒤 설치방법을 배웠다. 이후 신 씨는 중계기와 다량의 유심칩을 사용해 조직원들의 번호를 바꿨다.
피해자 A 씨는 지난해 8월 신 씨가 바꾼 번호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A씨는 구로경찰서 경찰관 등 수사기관을 사칭한 조직원들로부터 “신분증이 도용돼 ‘중고나라’ 사기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했다”면서 “통장 거래 내역을 확인한 뒤 무죄가 입증되면 돈을 돌려주겠다”는 말을 듣고, 이들에게 속아 약 1500만 원을 넘겼다.
신 씨는 중국에서 알고 지내던 지인의 부탁을 거절하기 어려워 시키는 대로 했고, 중계기가 통신장비인지 몰랐으며 보이스피싱에 사용된다는 사실도 알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신 씨가 경찰의 연락을 받은 뒤 휴대전화를 끄고 도망 다닌 점 등을 고려해 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채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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