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가 4분기 부터 적용되는 전기요금을 8년만에 전격 인상한 23일 오전 서울 중구 오피스텔에 설치된 전력계량기가 돌아가고 있다.
4인가구 월 평균 전기요금 1.94% 인상 전망
가스요금 등 추가 인상 시 물가 상승 가능성
한국전력공사가 4분기 전기요금을 ㎾h당 3원 인상했다. 이에 따라 전기요금은 기존 ㎾h당 -3원에서 4분기 ㎾h당 0원으로 조정된다. 전기요금이 인상된 것은 2013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한전은 이날 홈페이지를 통해 이런 내용을 담은 '2021년 10~12월분 연료비 조정 단가 산정 내역'을 발표했다. 이는 지난 연말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한 이후 네 번째 연료비 조정 요금 발표다.
한전은 지난해 말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면서 연료비 연동제를 새로 도입했다. 국제 연료 가격에 따른 한전의 실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서다. 이에 따라 올해부터는 분기마다 석유, 석탄,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 구매에 쓴 비용을 요금에 반영하게 됐다.
연료비 조정 요금은 실적연료비(직전 3개월간 평균 연료비)와 기준연료비(직전 1년간 평균 연료비)의 차이를 요금에 적용한 값이다.
이에 따른 산정내역을 보면 이번 4분기 연료비 조정 단가는 ㎾h당 0원으로 책정됐다. 연료비 연동제를 시행해 연료비 조정 단가가 적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전에 따르면 직전 3개월간(6~8월)의 유연탄 가격은 세후 기준 kg당 평균 151.13원, LNG 가격은 601.54원, BC유는 574.40원이다. 유연탄, LNG, BC유 모두 3분기 기준 시점(3~5월)보다 kg당 평균 가격이 훨씬 올랐다.
4분기 연료비 단가는 ㎾h당 10.8원으로 급등했지만 분기별 조정폭 상한이 작동해 ㎾h당 0원으로 조정됐다. 조정 요금은 최대 kWh당 5원 범위 내에서 직전 요금 대비 3원까지만 변동된다. 상한선인 5원에 도달하면 그 이상으로 인상·인하되지 않는다.
4분기 전기요금이 ㎾h당 3원 인상되면 월평균 350kWh의 전기를 쓰는 4인 가구 요금은 월 1050원 오르게 된다. 350kWh 기준 전기요금인 약 5만4000원보다 약 1.94% 증가하는 셈이다.
전기요금 인상은 2013년 11월 이후 약 8년 만에 처음이다. 이와 관련해 한전 측은 "지난 1분기 연료비 연동제 도입 당시 연료비 가격을 ㎾h당 3원 내렸고, 2·3분기 연속 유보됐기 때문에 전기요금이 지난해 수준"이라며 "전기료 정상화 차원의 조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2·3분기 연료비 조정 단가의 인상 요인 발생에도 국민 생활 안정 도모, 물가 상승 억제 등을 이유로 인상을 유보한 바 있다.
정부는 단기 유가 급상승 등 예외적인 상황이 생기면 요금 조정을 유보할 수 있다. 한전의 연료비 조정요금 운영지침을 보면 '국민 생활 안정과 국민 경제의 원활한 운용을 위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조정 단가 적용을 일시 유보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편 전기요금 조정에 따라 지난해 7월 이후 묶인 주택용·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의 인상 가능성도 주목받는다. 정부와 한국가스공사는 올 들어 유가 상승으로 LNG 가격이 상승했지만 서민 부담을 고려해 도시가스 요금을 올리지 않았다.
전기요금 외에 도시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추가 인상이 현실화되면 물가 상승 압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획재정부는 그동안 물가 관리를 이유로 전기요금 인상에 부정적인 견해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8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대비 2.6% 오르며 5개월 연속 2%대의 높은 상승률을 보이고 있다. 이 수치가 5개월 연속 오름세를 보인 것은 2017년 1~5월 이후 처음이다.
이 가운데 전기요금에 이어 도시가스 요금까지 줄줄이 오르면 서민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국제 연료비 상승세가 이어지면 내년에도 전기요금이 인상할 가능성도 있다.
<채홍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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